고요한 밤, 거대한 돔 형태의 천문대가 산등성이에 서 있습니다. 거대한 망원경이 천천히 회전하며 우주 깊숙한 곳을 향할 때 초록색 레이저 광선 한 줄기가 밤하늘 한복판으로 뻗어나갑니다. 마치 하늘에 선을 그어놓은 듯 또렷한 레이저 빛줄기가 수 킬로미터 높이까지 뻗어 올라갑니다. 이 장면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궁금해할 것입니다. 별을 관측하는 천문대에서 왜 밤하늘을 향해 레이저를 쏠까요? 사실 이 레이저는 별을 더 선명하게 보기 위한 정교한 과학기술의 핵심 요소입니다. 머나먼 우주에서 오는 별빛은 지구에 도달할 때에는 평행 광선이 됩니다. 하지만 대기 중에서 온도가 다른 공기가 불규칙하게 섞이면서 만드는 소용돌이와 흐름, 즉 와류에 의해 별빛이 흔들리고 밝기가 변합니다. 여름날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뒤쪽 풍경이 흔들려 보이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할 때 별들이 반짝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를 보정해 마치 지구 대기 바깥에서 보는 것처럼 만드는 기술을 적응광학이라고 합니다. 이 기술을 적용하려면 먼저 대기에 의해 흔들리는 정도를 측정해야 합니다. 대기의 와류를 측정하기 위해 관측하고자 하는 천체에 가까운 밝은 별을 이용하는데, 이런 별을 자연기준 별(Natural Guide Star, NGS)이라고 합니다. 적정한 자연기준 별의 밝기는 사용하는 망원경의 크기에 따라 다른데, 8~10m급의 초대형망원경은 15등급까지도 사용합니다. 다만 태양보다 약간 큰 A0형의 별은 V 컬러에서 11등급보다 밝은 것이 좋고, 이보다 차가운 M4형은 12.6등급보다 밝은 별이 좋습니다. V 컬러는 사람 눈이 가장 잘 감지하는 파장으로, 550nm 부근을 말합니다. 그리고 별이 천체와 멀면 대기의 흐름이 달라서 보정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자연기준 별로는 15각초(arcsecond) 이내에 있는 별이 이상적이고 적어도 25각초 이내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적당한 밝기의 기준별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천문대에서 레이저를 하늘로 발사하는 이유지요. 하늘에 쏘아 올린 589.2nm 파장의 레이저는 고도 약 90km에 있는 나트륨 원자 층에서 형광 반응하여 빛을 내게 되고, 이것이 인공 기준별 역할을 합니다. 적응광학계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집니다. 파면센서, 변형거울, 그리고 실시간 제어기입니다. 파면센서는 자연 기준별이나 인공별에서 온 빛의 파면이 얼마나 변형되었는지 측정하는 기기입니다. 지구 대기가 없다면 별빛의 파면은 평행하게 들어오지만, 대기의 와류에 의해 흐트러지게 됩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건 섁-하트만(Shack-Hartmann) 파면센서입니다. 지름 150~300μm 크기의 작은 렌즈를 격자 모양으로 배열하여 각 렌즈에 들어온 파면의 방향이 얼마나 틀어졌는지를 측정한 뒤 종합해 전체 파면의 왜곡 정도를 파악합니다. 변형거울은 왜곡된 파면을 보정해 정상적인 평면파로 복원합니다. 수백에서 수천 개의 조각거울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거울 뒷면에는 액추에이터, 즉 미세 조절 장치가 붙어 있습니다. 이 장치로 파면이 왜곡된 부분에 해당하는 조각거울을 움직여서 보정합니다. 정밀하게 구동할 때에는 전기 신호를 가하면 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미세하게 변형되는 특수 소재를 이용한 피에조 방식을 주로 사용합니다. 대형 망원경에서는 아예 망원경의 부경 자체를 변형거울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면 거울이 한 개 줄어들어 빛의 광량 감소가 줄고, 천체를 더 밝게 관측할 수 있게 됩니다. 미국 아리조나대학의 대형쌍안망원경(LBT)은 부경에 672개의 액추에이터를 붙여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천문대에서 레이저를 사용하는 또 다른 목적은 위성 레이저 거리 측정입니다. 지상에서 인공위성을 향해 레이저를 쏘고, 위성 표면의 역반사경에서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합니다. 빛의 속도가 초속 30만km이므로, 왕복 시간을 재면 위성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의 정밀도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고도 500km의 저궤도 위성의 경우 거리를 10mm 이내의 오차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여러 번 측정한 데이터를 종합하면 위성의 정확한 궤도를 계산할 수 있고, 이는 다시 지구의 지각 변동이나 해수면 변화를 관측하는 데 활용됩니다. 이런 위성 레이저 거리 측정으로 지각의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고, 바닷물의 전체 양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30년간의 위성 레이저 거리 측정 결과, 해수면이 매년 평균 3.3mm씩 상승하고 있다는 기후 변화의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뿐만 아니라 달 주위를 도는 위성의 궤도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적응광학 기술은 1953년 미국의 천문학자 호레이스 W. 배브콕(Horace W. Babcock, 1912~2003)이 처음 제안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구현이 불가능했습니다. 1970년대의 냉전과 미국 국방부의 군사 연구를 거쳐 1990년대에 들어서야 천문학에 본격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적응광학 기술은 천문학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안과에서 안구 검사와 녹내장 진단에 사용하고, 현미경을 이용한 생물학적 조직 검사에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천문대의 레이저는 단순히 밤하늘을 장식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주를 더 선명하게 보고, 지구의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하며, 우리가 우주와 지구를 이해하는 새로운 창을 열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