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을 반려동물로 키운다면 어땠을까요? 이름을 불러주면 알아듣고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을까요?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공룡의 이미지는 헐리우드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기원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영화에는 정말 다양한 공룡들이 등장합니다. 목이 길고 온순해 보이는 브라키오사우루스($\textit{Brachiosaurus}$)도 나오고, 커다란 머리를 가진 포악한 티라노사우루스($\textit{Tyrannosaurus}$)도 등장하죠. 하지만 제 기억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공룡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벨로키랍토르($\textit{Velociraptor}$)입니다. 영화 속 벨로키랍토르는 재빠른 육식 공룡으로, 사람보다 조금 큰 몸집에 온몸이 오돌토돌한 비늘로 덮여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위협적인 모습이었죠. 그런데 실제 벨로키랍토르의 모습은 영화와는 딴판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화 제작 당시에도 벨로키랍토르가 거위나 칠면조 정도 크기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제작자들은 더 무섭고 위협적인 괴물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몸집을 키웠습니다. 깃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소형 육식 공룡에게 깃털이 있었다는 화석 증거가 속속 발견되었지만, 영화에서는 비늘로 덮인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그 영향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영화 속 모습을 실제 벨로키랍토르라고 착각합니다. 공룡을 연구하는 과학자로서는 조금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 벨로키랍토르가 무서운 이유는 외모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공룡들은 영화에서 매우 똑똑한 동물로 등장합니다. 서로 협력해 작전을 짜고, 앞발을 이용해 문을 열기도 하죠. 그렇다면 실제 공룡도 정말 그렇게 똑똑했을까요? 공룡이 얼마나 똑똑했는지를 알아보려면 먼저 뇌의 크기를 살펴봐야 합니다. 신경과학에서는 몸집 대비 뇌의 상대적 크기를 동물의 인지 능력을 추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합니다. 이를 뇌화지수라고 부르며, 뇌화지수가 높을수록 더 복잡한 행동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수천만 년 전에 살다 죽은 공룡의 뇌를 직접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뇌는 말랑말랑한 연조직이기 때문에, 단단한 뼈나 이빨과 달리 화석으로 남기 어렵습니다. 동물이 죽으면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들이 연조직을 빠르게 분해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공룡의 뇌 연조직이 화석으로 남은 사례는 극히 드문데, 2004년, 영국의 한 해안에서 그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이구아노돈($\textit{Iguanodon}$)의 뇌화석입니다. 이구아노돈은 아프리카코끼리만 한 몸집을 가진 초식 공룡입니다. 주둥이 끝에 단단한 부리가 있어 질긴 식물을 뜯어먹기에 알맞았을 것이고 앞발의 엄지에는 고깔 모양의 커다란 발톱이 달려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과학자들은 이구아노돈의 사체가 산소가 거의 없는 산성 연못에 빠졌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미생물이 잘 살지 못합니다. 덕분에 뇌가 쉽게 썩지 않고, 서서히 광물질로 바뀌어 화석으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복원한 이구아노돈의 뇌는 놀라울 만큼 작았습니다. 크기는 튀김만두 두 개 정도, 무게는 약 60g으로 김밥 네 조각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몸집이 비슷한 아프리카코끼리의 뇌는 멜론만 한 크기에 무게는 약 5kg입니다. 참고로 사람의 뇌는 약 1.5kg 정도죠. 이구아노돈은 커다란 몸집에 비해 매우 작은 뇌를 가지고 있었던 셈입니다. 뇌 화석은 이구아노돈 하나뿐이지만, 과학자들은 CT 촬영으로 다른 공룡의 뇌를 복원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CT 촬영은 병원에서 우리 몸속을 들여다볼 때 사용하는 기술로, 여러 방향에서 엑스레이를 찍어 내부 구조를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기술을 개발한 고드프리 하운스필드(Godfrey Hounsfield, 1919~2004)와 앨런 코맥(Allan Cormack, 1924~1998)은 1979년 노벨 생리의학상까지 받았습니다. 공룡 연구자들은 이 장비를 이용해 공룡의 뇌를 간접적으로 복원합니다. 공룡의 머리뼈 안에는 뇌를 감싸고 있던 뼈, 즉 뇌함(braincase)이 있습니다. 뇌함 안의 빈 공간은 뇌의 형태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CT 촬영으로 공룡의 뇌 모양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복원된 공룡의 뇌는 사람의 뇌와 상당히 다르게 생겼습니다. 사람의 뇌가 둥글둥글하다면, 공룡의 뇌는 앞쪽으로 길쭉하게 튀어나온 형태입니다. 이렇게 튀어나온 앞부분이 바로 후각 망울입니다. 후각 망울은 코에서 감지한 냄새 정보를 받아서 처리하는 뇌의 부위입니다. 후각 망울이 클수록 더 많은 냄새 정보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브라키오사우루스($\textit{Brachiosaurus}$) 같은 목 긴 초식 공룡은 후각 망울이 호두만 했습니다. 반면 티라노사우루스($\textit{Tyrannosaurus}$) 같은 육식 공룡은 바나나만큼 컸습니다. 사냥을 해야 했던 육식 공룡에게는 먹이를 추적하기 위한 예민한 후각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사람의 후각 망울은 땅콩 크기에 불과합니다. 공룡은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후각을 지녔던 겁니다. 뇌의 크기를 살펴보면, 트리케라톱스($\textit{Triceratops}$)나 이구아노돈의 뇌는 튀김만두 두 개 정도였습니다. 등에 뼈 판이 솟아 있는 스테고사우루스($\textit{Stegosaurus}$)의 뇌는 호두 세 개 정도에 불과했죠. 대부분의 공룡은 덩치에 비해 뇌가 매우 작았습니다. 가장 큰 뇌를 가진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였습니다. 뇌의 크기는 볼링 핀 정도, 무게는 약 1kg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몸집이 시내버스만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것 역시 특별히 큰 편은 아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몸무게와 뇌 무게의 비율을 이용해 공룡의 지능을 추정했습니다. 그 결과, 이구아노돈이나 트리케라톱스 같은 초식 공룡은 악어 정도의 지능을 가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나 벨로키랍토르 같은 육식 공룡은 악어보다 똑똑하거나, 닭과 비슷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제가 아는 한, 복잡한 작전을 짜거나 문을 열고 닫는 악어나 닭은 없습니다. 실제 공룡도 영화 속 모습과는 많이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악어 중에는 미끼를 이용해 사냥하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콧등 위에 나뭇가지를 얹고 가만히 기다리다, 둥지를 짓기 위해 다가온 새를 덮치는 겁니다. 육식 공룡이 악어보다 똑똑했다면, 이런 재치 있는 행동을 하는 공룡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벨로키랍토르 또한 문을 열 정도로 똑똑하진 않았겠지만, 이름을 불러주면 ‘그르렁’ 하고 응답해주는 작고 귀여운 공룡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발달된 후각과 시각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사냥했던 작고 민첩한 포식자였을 것입니다. 전 세계 연구기관에서 CT 촬영 기술을 이용한 공룡 뇌 복원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공룡의 감각 능력과 행동 패턴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