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쓰는 달력은 양력입니다. 지구의 공전주기, 반대로 말하면, 태양의 주기를 가지고 일 년을 정하는 달력을 양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과거 우리 조상은 달을 기반으로 한 음력을 사용했습니다. 음력으로 1월을 정월이라고 합니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명절로 알려진 설날과 추석은 음력으로 각각 정월(正月) 초하루(1일), 8월 15일을 말합니다. 한국의 설날을 중국은 춘절(春节)이라고 하고 베트남은 테엩(Tết)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한국의 설날과 춘절, 테엩의 날짜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같은 음력으로 정하는 건데 대체 왜 그럴까요? 음력은 달의 위상 주기를 한 달로 하는 달력입니다. 초승달이 서쪽하늘에서 보이다가 5일정도 지나면 반달이라고 부르는 상현달이 남쪽하늘에서 보입니다. 다시 약 7일이 지나면 동쪽하늘에서 보름달이 뜹니다. 보름달이 뜨는 날을 망일(望日)이라고 합니다. 다시 7일 정도 지나면 자정이 지나서 또 다른 반달인 하현달이 동쪽하늘에서 떠오릅니다. 그리고 또 7일 정도 지나면 밤새도록 달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를 삭일(朔日) 또는 합삭일(合朔日)이라고 합니다. 이후 다시 서쪽하늘에서 초승달이 보이게 되는데요. 이것이 달의 위상 주기로, 한 주기를 삭망월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바로 이 ‘합삭’이 일어나는 시점이 어느 나라 시간 기준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각각 다른 표준시를 사용합니다. 한국은 1896년 고종황제가 공식적으로 양력을 채택했습니다. 중국은 1912년 쑨원이 신해혁명으로 청을 멸망시키고 중화민국을 만들며 양력을 도입했습니다. 양력을 채택하면서 표준자오선과 표준시를 정했는데요, 한국과 중국의 표준시는 다릅니다. 한국은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한 한국표준시(KST, UTC+9), 중국은 동경 120도를 기준으로 한 중국표준시(CST, UTC+8)를 씁니다. 즉, 한국이 중국보다 한 시간 빠릅니다. 베트남은 프랑스 점령기인 1911년부터 표준시를 사용했습니다. 한국과는 두 시간, 중국과는 한 시간 차이가 나지요. 오늘날 설날이나 추석의 날짜를 정하려면 음력 달력을 만든 뒤 양력 날짜로 변환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 나라의 시차로 인해 설날과 추석의 양력 날짜가 달라질 수 있는 겁니다. 한국과 중국의 음력에서 매달의 첫날은 달이 보이지 않는 합삭일로 정합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어떤 해의 합삭 시각이 한국 시간으로 1월 25일 0시 30분이라면 어떨까요? 같은 순간 중국은 1월 24일 23시 30분이 됩니다. 이 경우, 한국의 설날은 1월 25일이지만 중국의 춘절은 1월 24일이 됩니다. 서로 같은 달의 첫날이지만 양력 날짜가 달라지지요. 이러한 현상은 실제로 종종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1997년과 1988년에는 중국과 베트남의 설날이 같았지만, 한국의 설날은 하루 늦었습니다. 2027년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한국의 설날은 2월 7일, 중국과 베트남은 2월 6일입니다. 2028년과 2030년에도 이와 같은 하루 차이가 생깁니다. 설날뿐 아니라 추석에서도 이러한 차이는 가끔 발생합니다. 2040년에는 한국의 추석이 9월 21일인데, 중국의 추석인 중추절은 9월 20일로 하루 빠릅니다. 2006년에는 한국에서 설날 날짜를 둘러싼 소동이 있었습니다. 당시 최신 휴대폰 달력 앱이 설날을 1월 30일로 표시했는데, 실제로는 1월 29일이 설날이었지요. 이는 만세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계산 방식이 현대의 정밀한 천문 계산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화는 음력과 양력 전환이 단순한 변환이 아니라, 정밀함이 필요한 과학적 작업임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