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의 일상이 하루, 달, 계절의 주기로 움직이듯 자연 생태계도 특별한 리듬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북미 대륙의 광활한 냉대림에서 관찰되는 눈신토끼(snowshoe hare, $\textit{Lepus americanus}$)와 캐나다 스라소니(Canada lynx, $\textit{Lynx canadensis}$)의 주기적인 개체수 변화 현상인데요. 눈신토끼의 수가 몇 년마다 급격히 늘었다가 줄어드는데, 이에 따라 그 주요 포식자인 캐나다 스라소니의 개체 수도 비슷한 패턴으로 변화하죠. 마치 자연이 만든 완벽한 춤사위처럼 두 생물의 개체 수는 약 8~11년을 주기로 오르내립니다. 그렇다면 왜 이 두 종은 예측 가능한 주기로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할까요? 눈신토끼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토끼의 뒷발은 마치 눈신(snowshoe)처럼 넓어 눈에 잘 빠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눈 위를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죠. 계절에 따라 체색이 변하는 적응력도 갖추고 있어서 여름에는 녹이 슨 것 같은 갈색, 겨울에는 하얀색으로 바꾸며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합니다. 눈신토끼는 생태계에서 1차 소비자로서 계절에 따라 풀, 고사리, 잎을 먹고, 겨울에도 동면하지 않고 활동하며 잔가지와 수피를 주로 섭취합니다. 눈신토끼의 주요 포식자는 캐나다 스라소니입니다. 스라소니는 중간 크기의 고양이과 동물로, 두꺼운 모피와 삼각형 귀 위로 솟은 검은색 털뭉치, 눈 위를 걷기 적합한 넓은 발바닥이 특징이죠. 혹독한 북방의 겨울을 견디기 위해 눈신토끼와 캐나다 스라소니에게 잘 발달한 두꺼운 모피는 생존에 필수입니다. 그래서 이 두 종의 모피는 오랫동안 이 지역에 살던 원주민과 유럽 사냥꾼들의 주요 사냥 대상이 되었습니다. 특히 18세기부터 모피 교역을 전문으로 하던 허드슨 베이 컴퍼니(Hudson's Bay Company)는 사냥꾼들로부터 구매한 모피를 사들여 주로 유럽 고객에게 팔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허드슨 베이에서 구입한 눈신토끼와 스라소니의 모피수에 대한 자료가 수백 년간 쌓였고, 이 기록은 귀중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찰스 엘턴(Charles Elton, 1900~1991)과 같은 생태학자들이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눈신토끼와 스라소니의 모피 수가 약 8~11년을 주기로 증가하거나 감소한다는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주기적 변동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눈신토끼를 잡아먹는 포식자는 많이 있지만, 그 중 캐나다 스라소니의 운명은 눈신토끼의 개체군 크기에 달려있기 때문이죠. 눈신토끼는 풍부한 먹이 조건에서 일 년에 여러 번 번식하며 개체 수가 급증합니다. 이에 따라 눈신토끼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스라소니의 개체 수도 증가합니다. 그러나 스라소니의 밀도가 특정 수준 이상 높아지면 많은 눈신토끼가 희생당해 눈신토끼 개체 수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이는 결국 스라소니 개체 수의 감소로 이어집니다. 이때 중요한 특징은 스라소니 개체군의 변화가 눈신토끼 개체군 변화에 비해 약 1~2년의 시차(time delay)를 두고 따라간다는 점입니다. 포식자의 압력이 줄어들면 눈신토끼 개체 수는 다시 회복되며, 이러한 순환은 계속 반복됩니다. 이 현상은 1960년대 생태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많은 생태학자들은 자연생태계의 개체군은 안정적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의 생태학자 찰스 크렙스(Charles J. Krebs)와 그의 동료들은 야생 눈신토끼 개체군을 대상으로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그들은 일부 지역에 먹이를 보충하거나 포식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조작을 통해 눈신토끼 개체군 변화의 원인을 탐구했습니다. 연구 결과, 버드나무, 사시나무, 자작나무 같은 관목의 잎은 눈신토끼의 번식에 필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더 놀라운 발견은 눈신토끼의 번식률이 개체군이 정점에 도달하기 약 2년 전부터 이미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보통 한 번에 4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 눈신토끼가 개체 수가 최대치에 이르기도 전에 2마리만 낳기 시작한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미국의 생태학자 마이클 셰리프(Michael J. Sheriff)와 그의 연구진은 2009년 연구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포식자에게 자주 추격당하는 눈신토끼는 급성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됩니다. 이 호르몬은 번식률 저하의 직접적 원인이 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스트레스를 받은 어미 토끼로부터 태어난 새끼들도 스트레스 상태를 물려받는 '모체효과(maternal effect)'가 발견된 점입니다. 이로 인해 눈신토끼 개체군은 여러 세대에 걸쳐 낮은 번식률을 보이며 오랫동안 낮은 밀도를 유지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남습니다. 만성적 스트레스로 낮은 번식률을 보이던 눈신토끼 개체군은 어떻게 다시 높은 번식률을 회복할까요? 또 같은 지역에서도 주기마다 개체군 크기의 변동 폭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러한 의문들은 생태학자들의 지속적인 연구 대상입니다. 드넓은 캐나다 냉대림의 눈신토끼와 캐나다 스라소니의 리듬은 생태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예입니다. 이는 단순히 두 종의 관계만이 아니라, 식물, 기후, 심지어 스트레스 호르몬까지 얽혀 있는 정교한 생태계 네트워크의 결과이죠. 자연은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생태학자들은 열린 마음과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이러한 자연의 복잡한 리듬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발견한 것보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자연의 신비가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