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나 머리카락에 껌이 달라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 때 헤어 무스나 초콜릿 등으로 문지르면 껌이 떨어지는 유명한 팁을 알고 계시나요? 물로 닦아내도 잘 떨어지지 않던 껌을 어떻게 초콜릿으로 떼어낼 수 있는 걸까요? 한편, 껌을 씹다가 팝콘을 먹으면 껌이 아예 녹아버리기도 합니다. 이 신기한 현상은 물질의 용해도와 관련된 간단한 과학적 원리에 의해 일어납니다. 친수성(hydrophile)과 소수성(hydrophobe)이라는 선호도 이야기입니다. 친수성과 소수성은 물 분자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친수성은 물 분자와 쉽게 결합하거나 뒤섞이는 성질입니다. 반면 소수성은 물 분자와 쉽게 결합하지 못해 층을 나누며 갈라지는 성질이죠. 세상 모든 관계가 극단적으로는 친하거나 친하지 않은 것으로 나눌 수 있듯이, 화학 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물 분자는 하나의 산소 원자 주위에 두 개의 수소 원자가 약 104.5°의 각을 이루며 결합된 구조입니다. 산소와 수소는 서로 다른 원소인 만큼 구성하는 원자핵의 크기와 주위의 전자 개수도 다릅니다. 따라서 화학 결합을 이루거나 반응에 참여할 때의 특징도 다릅니다. 화학 결합을 할 때 원자가 전자를 끌어당기는 정도를 전기 음성도라고 합니다. 산소는 수소보다 전기 음성도가 큽니다. 따라서 산소 원자는 수소와 결합해 물 분자를 이룰 때 전자를 자신 쪽으로 더 강하게 끌어당기죠. 결과적으로 산소 원자는 처음보다 많은 양의 전자를 갖게 되니 부분적으로 음전하를 띠고, 전자를 빼앗긴 수소는 부분적인 양전하를 띱니다. 이렇게 물 분자는 자석처럼 두 개의 극을 갖는 극성 분자가 됩니다.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 끌어당기는 것처럼, 물과 친한 친수성 물질들은 극성을 띱니다. 대표적인 물질로는 소금이 있습니다. 소금을 구성하는 나트륨 양이온($Na^+$)과 염화 이온($Cl^-$)은 극성을 띠고 있어, 극성 용매인 물과 만나면 잘 반응합니다. 그래서 소금은 물에 잘 녹습니다. 반면 나프탈렌은 비슷한 전기음성도를 가지는 탄소와 수소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극성을 띠지 않고 소수성 물질로 분류됩니다. 결국 물보다는 벤젠과 같은 비극성 용매에 잘 녹습니다. 이처럼 친수성 용질은 친수성 용매에 쉽게 녹으며, 소수성 용질은 소수성 용매에 잘 녹습니다. 껌이 초콜릿을 만나면 부드럽게 변하면서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껌은 껌베이스라고 하는 소수성 물질로 구성돼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소수성 물질인 초콜릿과 잘 반응합니다. 껌에 초콜릿의 기름 성분이 닿으면 서로 단단하게 엉켜 있던 껌의 사슬 구조가 분리됩니다. 그 결과 껌은 더 부드러워지고, 서로 간의 응집력이 약해집니다. 그렇게 껌은 머리카락이나 옷감에서 떨어져 나옵니다. 실제로 껌이 초콜릿과 만나 완전히 녹는 것은 아닙니다. 껌과 초콜릿 사이에서 일어난 현상은 유화(Emulsification)라고 합니다. 유화는 기름과 물처럼 섞이지 않는 두 물질을 계면활성제(surfactant)를 이용해 섞이게 하는 작업입니다. 본래 기름과 물은 서로 섞이지 않고 각각 다른 층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계면활성제를 첨가하면, 기름이 매우 작고 희뿌연 알갱이 형태로 분산되면서 물과 섞입니다. 결과적으로 두 층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혼합됩니다. 껌은 초콜릿에 의해 유화되는 것입니다. 유화 반응은 생활 속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아이스크림도 유화 반응으로 만들어집니다. 아이스크림 성분에 적혀 있는 유화제라는 물질이 유지방이 다른 물질과 잘 섞이게 하고, 질감을 부드럽게 만듭니다. 로션 같은 화장품 또한 기름과 물이 혼합된 형태입니다. 물과 기름을 안정적으로 혼합하기 위해 유화제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물질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용해 반응과 유화 반응이 나타납니다. 이제 예기치 못하게 옷이나 머리카락에 껌이 달라붙어도 이 원리를 활용해 떼어낼 수 있겠죠. 한편, 아무리 맛있는 간식일지라도 동시에 섞어서 먹는다면 원치 않는 화학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조금 더 즐겁고 현명하게 간식을 즐기려면 이런 화학 상식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