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은 우주를 관찰하는 천문학자의 눈이 되어 주는 매우 중요한 장비입니다. 망원경이 크면 클수록 더 많은 빛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더욱 더 큰 망원경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형망원경의 지름은 대체로 10m입니다. 하와이 마우나케아산 정상 부근의 켁(Keck) 망원경을 비롯하여 스페인 카나리제도의 GTC(Gran Telescopio Canarias) 망원경, 미국 텍사스에 있는 HET 망원경,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남아프리카 대형 망원경(SALT) 등이 10 m급 대형망원경입니다. 이런 대형망원경에는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커다란 거울로 만든다는 점입니다. 왜 하나같이 거울로 만드는 걸까요? 망원경은 빛을 모으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렌즈를 사용하는 굴절 망원경과 거울을 사용하는 반사 망원경입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쌍안경부터 거대한 천체 망원경까지 모두 이 두 방식 중 하나를 사용합니다. 굴절 망원경은 빛을 굴절시켜서 모으는 대물렌즈가 맨 앞에 놓입니다. 이와 달리 반사 망원경은 대물렌즈 대신 거울을 이용해 빛을 반사해서 모으지요. 둘 다 빛을 한 점으로 모아 상을 만든다는 기본 원리는 같지만, 굴절과 반사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렌즈는 빛이 내부를 통과해야 하므로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먼저 색이 있거나 내부에 기포나 불순물이 섞이면 안 됩니다. 렌즈 내부의 물질이 균일하지 않으면 빛이 렌즈를 제대로 투과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렌즈의 앞면과 뒷면도 매끈하게 가공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빛이 흐트러지지 않고 제대로 투과할 수 있습니다. 또, 두 곡면의 광축이 정확히 일치하도록 세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광축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빛이 한 점으로 모이지 않아 상이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크고 무거운 렌즈를 흠 없이 투명하게 만드는 일은 매우 까다로우며,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반면 거울은 제작과 가공이 훨씬 수월합니다. 거울면을 가공한 뒤 은이나 알루미늄, 금 등으로 반사면을 코팅해 반사율을 높이므로 거울 소재에 색이 있거나 기포, 불순물이 어느 정도 섞여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온도 변화에 대한 대응도 거울이 유리합니다. 렌즈는 온도에 따라 팽창하고 수축할 뿐 아니라 굴절률도 달라져 관측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따라서 온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거울 소재 중에는 이 점을 보완한 ‘제로듀(Zerodur®)’라는 특수 소재를 주로 사용합니다. 이 소재는 온도가 올라가도 거의 팽창하지 않기 때문에 곡면의 곡률이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거울의 장점은 또 있습니다. 거울은 모든 파장의 빛을 똑같은 각도로 반사해 파장에 관계없이 광경로가 일정합니다. 광경로란 빛이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 이동하는 경로를 말합니다. 즉, 거울에서 반사된 모든 색깔의 빛은 동일한 경로로 이동해 한 지점에서 초점을 맺습니다. 반면 렌즈는 파장에 따라 굴절률이 달라 색깔별로 초점의 위치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상이 흐려지는 색수차 현상이 나타납니다. 마지막으로 반사 망원경은 더 짧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굴절 망원경인 미국의 여키스 천문대의 망원경은 구경이 1미터에 불과하지만, 경통의 길이는 무려 18미터에 달합니다. 전체 무게도 20톤이나 나가지요. 만약 같은 구경의 반사 망원경을 만든다면, 경통의 길이는 3m 이내에 무게는 1톤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굴절 망원경은 대물렌즈에서 굴절된 빛이 한 점에 모이는 거리인 초점거리만큼 경통이 길어야 하지만, 반사 망원경은 빛을 모으는 큰 거울인 주경 앞에 작은 거울인 부경을 두어 망원경 길이를 초점거리보다 짧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빛이 경통 안에서 꺾이면서 같은 거리를 더 짧은 물리적 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것이지요. 빛이 경통 안의 공기 흐름에 영향을 받아 상의 질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만들기 쉽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대형 망원경은 모두 반사 망원경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거대 망원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구경 25m인 거대 마젤란 망원경(GMT), 30m인 30미터 망원경(TMT), 39m인 유럽 초대형 망원경(ELT) 모두 거울을 사용합니다. 다만 지름이 수십 m인 단일 거울을 만드는 일은 여전히 어려워 모두 작은 거울을 여러 개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만듭니다. 우주의 신비를 밝히려는 인류의 노력은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며 더 크고 정교한 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