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를 좋아하시나요? 두부는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해서 건강 식단으로 각광받고 있는데요. 두부의 주재료인 대두는 바로 섭취하면 전체 영양소의 약 65%밖에 섭취하지 못하지만 두부로 가공해서 먹으면 무려 92~98%의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습니다. 과연 두부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합니다. 두부에는 단백질뿐만 아니라 지질, 섬유질, 그리고 미네랄 등 여러가지 영양소가 있어서 영양학적으로도 아주 우수한 음식인데요. 두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화학의 시점에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두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봅시다. 두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두유를 만들어야 합니다. 콩을 오랜 시간 물에 불리고 갈아내면 만들 수 있죠. 두유는 오래 두어도 침전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두유 속에 있는 단백질은 내부가 기름과 친한 소수성(hydrophobic)을 가지고 외부는 물과 친한 친수성(hydrophilic) 잔기(side group)들을 가지는 마이셀(micelle)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물에 안정적으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이 액체 상태의 두유는 아직 두부가 아닙니다. 탱글탱글하게 응고되어 있는 두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처리를 더 해야 할까요? 우선 두유를 뜨겁게 가열해봅시다. 물에 잘 분산되어 있던 단백질들이 변성되기 시작하는데요. 두유 속 단백질들은 원래 여러 가닥의 펩타이드 사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낮은 온도에서는 이 펩타이드 가닥들이 서로를 인식하며 안정적인 3차원 구조를 가지고 있죠. 하지만 온도가 높아지면 이 펩타이드 사슬들은 서로 풀려나가게 됩니다. 펩타이드 사이의 수소 결합도 끊어지고 소수성 분자들 간의 상호작용도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단백질에 있다가 풀려나온 펩타이드 가닥들이 다시 엉기면서 새로운 단백질 덩어리가 만들어지는데요. 단백질뿐만 아니라 지질이나 다른 영양 성분들도 서로 엉기게 됩니다. 하지만 두유를 끓이기만 해선 탱탱한 두부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여전히 단백질들이 물에 잘 분산되어 있는 상태로 존재하죠. 그 이유는 바로 콩에 들어있는 피트산(phytic acid) 때문입니다. 식물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피트산은 중성 용액에서는 음전하를 띠는데요. 두유를 끓일 때 만들어지는 작은 단백질 알갱이들의 표면에 붙어서 표면 음전하를 가지게 하지요. 표면에 음전하를 지니는 작은 단백질 알갱이들은 서로를 밀쳐내기 때문에 엉기지 않고 물에 안정적으로 분산됩니다. 따라서 끓인 두유 역시 콜로이드 용액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제 두부를 만드는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에 들어가봅시다. 바로 ‘간수(bittern)’라는 물질을 첨가하는 단계입니다. 간수는 바닷물에서 얻어지는 물질로, 염화마그네슘, 염화칼슘, 황산마그네슘과 같은 염(salt)이 주성분입니다. 천일염을 만들고 나서 소금 포대에서 흘러나오는 쓴맛이 나는 액체에는 이 염들이 녹아 있지요. 끓인 두유에 간수를 투하하면, 두유는 갑자기 투명해지고 흰색의 몽글몽글한 덩어리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 덩어리를 천에 얹어 물기를 짜내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먹는 두부가 되는 것이죠. 어째서 간수를 넣으면 단백질 입자들이 뭉쳐지며 두부가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두부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나일강 삼각주가 형성되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강물에는 표면에 음전하를 가지는 점토 입자들이 분산되어 있는데요. 강물이 바닷물을 만나면, 이 입자들 사이에 바다에 존재하는 나트륨 양이온이 끼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나트륨 양이온과 음전하를 띠는 점토 입자 사이에 인력이 생기면서 수많은 점토 입자들이 엉긴 덩어리가 되죠. 이 무거운 입자들은 더 이상 물에 분산되어 있을 수가 없어서 가라앉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삼각주가 만들어지는 원리입니다. 다시 두부 이야기로 돌아가봅시다. 뜨겁게 끓인 두유 속의 단백질의 콜로이드 입자들은 간수의 마그네슘 양이온, 칼슘 양이온을 만나 두부가 되었습니다. 물론 최초의 두부를 발명했던 수천 년 전의 사람들은 콩 속의 화학 분자들이 어떻게 응고되는지 이해하면서 만들지는 않았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맛 좋은 두부 안에서 서로 인력으로 꼭 붙어 있는 음전하와 양전하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화학으로 이해하는 음식의 세계, 참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