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은 신의 노여움을 사거나 커다란 동물이 움직일 때 지진이 일어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진이 어떤 원리로 발생하는지 과학적으로 접근한 지는 불과 백여 년밖에 되지 않았답니다. 지진 발생 원리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초기 이론으로는 ‘탄성반발설’이 있습니다. 이 이론은 1910년 미국 지구 물리학자 해리 필딩 리드(Harry Fielding Reid, 1859~1944)가 19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했습니다. 탄성반발설이 무엇이며, 어떻게 탄생했는지 자세히 알아볼까요? 1906년 4월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규모 7.9의 대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 대지진으로 인해 거대한 산 안드레아스 단층의 존재가 처음으로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산 안드레아스 단층은 캘리포니아 주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단층으로, 총 길이가 약 1300 km나 됩니다. 대한민국 서울과 부산의 직선거리는 325 km, 한반도 남북 길이가 약 1000 km이니 굉장히 긴 단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층이 처음 발견됐던 1895년만 해도 그렇게 긴 단층인지 몰랐습니다. 이 대지진으로 산 안드레아스 단층 북쪽, 약 470 km 구간이 파열됐습니다. 그 파열 구간에서는 최대 6.5 m의 단층 변위가 발생했습니다. 이 단층 변위는 당시 과학자들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단층 운동의 과정과 결과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고, 지진 발생 원인과 원리 또한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지진을 일으키는 힘은 진원 근처에만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리드는 이 지진으로 인한 지표 변위를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땅속에 장기간 축적된 응력이 발산돼 지진이 일어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고무줄을 잡아당긴다고 상상해 봅시다. 잡아당기는 힘이 고무줄이 견딜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잡아당기는 동안 고무줄에 저장된 탄성 에너지가 갑자기 방출되면서 고무줄이 끊어집니다. 단층면과 딱 붙어있는 지괴 또한 응력을 서서히 저장하는데, 지진이 일어나면 쌓인 응력이 순식간에 발산됩니다. 지진 발생 과정은 단층을 가로지르는 직선 울타리가 변형되는 과정을 통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태평양 판은 북서쪽, 북미 판은 남동쪽으로 매년 4~6 cm씩 이동하는데, 이에 따라 울타리의 형태가 달라집니다. 지진 발생 직전 울타리는 양쪽에서 힘을 받아 ‘S’자 모양으로 휘어집니다. 지진이 발생하면 울타리는 끊어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 개로 나뉜 울타리의 간격이 더 넓어집니다. 리드는 지진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지진원에 가깝지 않고,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고 가정했습니다. 그의 가설은 먼 곳에서 발생한 힘이 넓은 영역에 작용하면서 점진적으로 단층 주변부에 응력이 쌓이고, 이 응력이 땅의 변형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단층은 땅속에 생긴 균열로, 주로 변형이 쉽게 일어나는 땅에 형성됩니다. 따라서 누적된 응력이 지각 변형을 견디는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지진이 발생해 응력이 발산됩니다. 리드의 이러한 가설은 곧 탄성반발설로 정립됩니다. 미국의 지진학은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을 계기로 급격히 발전합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지질 현상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판 구조론이 없었기에 지진이 발생하면 피해 정보를 수집하고, 지표 단층만 조사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 대지진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의 지질학 교수 앤드루 로슨(Andrew Lawson, 1861~1952)은 지진 조사 위원회(State Earthquake Investigation Commission)을 꾸려 미국 최초로 지진에 대한 정부 위탁 과학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 위원회의 최종 보고서인 ‘로슨 보고서(Lawson Report)’에는 지진계 기록 자료, 단층의 움직임, 지진 피해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이때 최초로 지진으로 인한 건물 손상은 구조물의 설계와 지반 종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당시 지진으로 지반이 크게 흔들린 구역이 지반 강도가 약한 퇴적분지임을 알아냈죠. 그리고 70년 뒤인 1989년, 로마 프리에타에서 규모 7.5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지반 강도가 약한 곳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이렇게 탄성반발설은 지진 발생 원리를 과학적으로 설명함으로써 현대 지진학의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이후 다양한 이론들이 제안됐고, 1963년 지구의 지질학적 활동을 설명하는 핵심 이론인 판 구조론이 탄생했습니다. 이러한 이론들은 지진학과 지구과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