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붙이에 찰싹 붙는 자석은 아주 쓸모 있는 물건입니다. 실제로 자석은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죠. 널리 알려진 나침반뿐만 아니라 병원의 MRI 장치, 전기 자동차의 모터, 컴퓨터의 자기 저장 장치 등에도 쓰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석을 혹시 쪼개본 적 있나요? 자석을 반으로 쪼개면 두 조각이 각각 작은 자석처럼 행동합니다. 각 조각이 N극과 S극을 모두 갖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석을 계속 쪼개면 점점 작은 자석처럼 행동하는 조각이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계속 작게 쪼개다 보면 결국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자석의 최소 단위'가 등장할까요? 이 질문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와 그 성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주기율표라는 게 있습니다. 주기율표는 원소들을 원자번호에 따라 정리한 표입니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수소, 탄소, 산소 같은 원소도 있고,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같은 방사성 원소도 있습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원소는 모두 118개가 있지요. 원자는 가운데에 원자핵이 있고 그 주변에 전자라는 작은 입자가 분포하는 형태입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라는 입자가 서로 뭉쳐 있는 구조입니다. 물리학자들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모두 쿼크라는 더 기본적인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현재까지 쿼크가 더 작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과학자들은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들의 목록도 만들었습니다. 마치 원소의 주기율표처럼 말이죠. 이 ‘기본 입자의 표'를 보면 여섯 종류의 쿼크가 있고, 전자와 중성미자 같은 입자도 있습니다. 빛을 이루는 입자로 설명되는 광자도 기본 입자 중 하나입니다. 이런 기본 입자 중 일부는 서로 결합해 원자핵과 원자를 만들고, 일부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우주 곳곳에 존재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이해하고 있는 우주의 기본 구성입니다. 기본 입자 중 전자는 음의 전하를 띠고, 쿼크는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전하를 띱니다. 광자나 중성미자는 전하가 없는 기본 입자입니다. 입자마다 질량도 다릅니다. 광자는 정지질량이 없고, 중성미자는 매우 가볍습니다. 전자와 여러 종류의 쿼크도 각각 서로 다른 질량을 갖고 있습니다. 전하와 질량은 입자가 가진 중요한 속성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중요한 속성이 있습니다. 바로 작은 자석처럼 행동하는 성질, 즉 자성입니다. 전자는 작은 자석처럼 행동합니다. 만약 전자의 자기적 성질을 느낄 수 있는 아주 작은 나침반이 있다고 상상하면, 전자 가까이에서 그 바늘이 영향을 받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또한 자석 중에도 강한 자석과 약한 자석이 있듯이, 입자마다 자성의 세기도 제각각입니다. 전자와 쿼크를 비교해 볼까요? 전자는 쿼크보다 가볍지만, 전자의 자성은 쿼크보다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쿼크가 뭉쳐 만들어진 양성자나 중성자의 자성 또한 전자보다 훨씬 약합니다. 물리학자들은 정교한 장치를 이용해 전자, 양성자, 중성자 같은 입자들이 지닌 자성을 정밀하게 측정해 왔습니다. 입자들이 작은 자석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은 대단히 흥미롭긴 하지만 이게 실생활에도 쓸모가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두 가지 살펴봅시다. 병원에는 MRI라는 장치가 있습니다. 몸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거나 수술을 앞둔 환자의 몸속 상태를 정밀하게 살펴볼 때 사용하는 장치지요. 이 장치의 작동 원리는 ‘핵자기공명'입니다. 우리 몸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의 중심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이 있습니다. 특히 수소 원자핵은 작은 자석처럼 행동합니다. 물리학자들이 만든 장치를 잘 이용하면 몸속 원자핵의 작은 자석들이 방향을 바꾸고 움직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나침반의 바늘이 자기장 속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됩니다. 이렇게 원자핵의 작은 자석들이 움직이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면 약한 전자기파 신호를 내보냅니다. 사람 몸 밖에 전자기파를 검출하는 장치를 만들고 잘 측정하면, 몸속 원자핵들이 보내는 신호를 이용해 마치 사진을 찍듯 몸속 모습을 영상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의사는 그렇게 찍힌 영상을 통해 우리 몸 상태를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이번에는 컴퓨터의 저장 장치에 자석이 어떻게 쓰이는지 볼까요? 하드디스크 같은 자기 저장 장치에서는 컴퓨터의 정보를 0과 1이라는 비트 상태로 저장하는데, 작은 자석의 방향을 바꾸어 0과 1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작은 자석의 방향이 한쪽을 향하면 0, 반대쪽을 향하면 1을 나타내는 식입니다. 이 정보를 읽어낼 때 사용하는 방법 중에 거대 자기 저항(Giant Magneto-Resistance, GMR)이 있습니다. 정보를 저장한 자석의 방향과 읽는 장치의 자석 방향이 서로 같을 때와 반대일 때 전기 저항이 달라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전류가 얼마나 흐르는지 측정해 저장된 정보가 0인지 1인지 빠르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이런 원리 덕분에 자기 저장 장치는 더 작아지고,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컴퓨터의 자기 저장 장치에서는 원자핵보다 전자들이 만드는 자성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자의 자성은 원자핵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루기도 쉽고, 측정하기도 쉽지요. 자석을 오랫동안 연구했던 윌리엄 길버트(William Gilbert)라는 영국의 과학자를 아시나요? 그는 고전역학의 기초를 세운 아이작 뉴턴보다 거의 한 세기 먼저 태어났습니다. 길버트는 자석의 성질을 깊이 연구했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지구가 거대한 자석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600년, <자석, 자성체 그리고 거대한 자석 지구에 관하여> 라는 책을 출간합니다. 그 이후 400년 넘게 과학자들은 자석의 여러 성질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그 덕분에 MRI나 자기 저장 장치 같은 유용한 도구도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현대의 과학자들은 지금 무엇을 깊이 연구하고 있을까요? 400년 뒤에는 또 어떤 새로운 도구가 만들어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