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전까지 파도가 치던 바다가 갑자기 갈라집니다. 물이 양쪽으로 물러나면서 바닥이 드러나고, 멀리 떨어져 있던 섬까지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나타납니다.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지만 실제로 전 세계 여러 해안에서 목격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이것이 바로 ‘바다 갈라짐’ 현상입니다. 이 현상은 신비로워 보이지만 지구과학적으로 명확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바다가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해수면이 내려가면서 평소 물에 잠겨 있던 바닥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는 조석 현상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해수면을 오르내리게 하는 걸까요? 해수면이 규칙적으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조석 현상은 전 세계 연안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심이 얕은 대륙붕 지역에서는 조석에 의한 해수면 변화가 크게 나타납니다. 한국의 서해안과 남해안도 대표적인 조석 우세 지역입니다. 해수면이 높아졌을 때를 고조 또는 만조라고 합니다. 해수면이 낮아졌을 때를 저조 또는 간조라고 합니다. 고조와 저조 사이의 해수면 높이 차이를 조차라고 합니다. 조차가 작은 시기에는 보기 어려웠던 바다 갈라짐 현상이 조차가 큰 시기에는 잘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관광지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닷물이 언제 밀려오고 빠져나가는지, 언제 고조와 저조에 이르는지 조석과 관련된 ‘물때’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섬에 건너간 후 밀 썰물 시간을 놓치면 고립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의 조차를 보이는 곳은 캐나다 남동부의 펀디만(Bay of Fundy)입니다. 여기서는 하루에 두 번씩 1,600억 톤의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갑니다. 대략 6시간마다 15m씩 조위가 높아졌다가 낮아지기를 반복합니다. 저조 때에는 걸어서 바위까지 갈 수 있었는데 고조가 되면 바위 앞까지 잠겨서 카약 투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조석 운동이 이처럼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조석을 일으키는 힘, 기조력 자체가 매우 규칙적이기 때문입니다. 기조력은 만유인력에서 비롯되는 힘입니다.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이 발견한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달이나 태양이 있는 방향으로 바닷물이 끌려가려는 힘이 작용합니다. 이 힘은 질량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합니다. 지구상 각 지점에서 달까지의 거리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받는 만유인력의 크기도 다릅니다. 달에 가까운 쪽은 더 강하게, 먼 쪽은 더 약하게 끌어당겨집니다. 이러한 만유인력의 차이는 기조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동시에 지구-달 시스템이 회전하면서 생기는 원심력도 작용합니다. 지구 전체적으로는 만유인력과 원심력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상 모든 위치에서 이 두 힘이 서로 균형을 이루는 것은 아닙니다. 지구상 위치에 따라 만유인력과 원심력의 차이가 나타나며, 이 차이가 기조력으로 작용합니다. 기조력은 질량에 비례하고 거리의 3제곱에 반비례합니다. 그래서 달에 의한 기조력이 태양에 의한 기조력보다 2배 이상 큽니다. 달의 질량은 태양보다 2천7백만 배나 더 작습니다. 하지만 달까지의 거리는 태양까지의 거리보다 390배 더 가깝습니다. 따라서 거리 차이에 의해 달의 기조력은 태양의 기조력보다 최종적으로 2.16배 더 큽니다. 달의 기조력이 태양의 기조력보다 2배 이상 크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조석 현상을 이해할 때 태양보다 달의 위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석에서의 하루를 생각할 때는 태양일(24시간)보다 태음일(24시간 50분)이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달이 태양보다 기조력이 크지만 태양의 기조력도 달의 기조력과 동시에 작용합니다. 이들이 서로 보강 또는 상쇄하며 간섭하기 때문에 조차를 키우기도 줄이기도 할 수 있습니다. 초승달이나 그믐달을 볼 수 있는 시기에는 달-태양-지구가 일직선상에 놓여 있습니다. 이때 달에 의한 기조력과 태양에 의한 기조력이 서로 보강하며 조차가 커지는 대조기가 됩니다. 반대로 반달을 볼 수 있는 시기에는 달-태양-지구가 서로 수직으로 배열됩니다. 이때 달에 의한 기조력과 태양에 의한 기조력이 서로 상쇄하며 조차가 작아지는 소조기가 됩니다. 실제 바다에서는 해저 지형, 해안선 형태, 지구 자전에 따른 전향력, 마찰력 등이 추가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이론적인 조석 운동이 실제 상황에서 그대로 들어맞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구의 자전 주기, 태양 주위를 회전하는 지구의 공전 주기, 지구 주위를 회전하는 달의 공전 주기는 모두 일정합니다. 그래서 기조력과 조석 현상이 매우 규칙적으로 나타납니다. 조석에 의한 바닷물의 정확한 움직임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특정 위치에서 오랜 기간 해수면과 바닷물 흐름의 속도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수집해야 합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그 지역의 조석 특성을 파악하면 상당히 정확하게 조석에 의한 미래 시점의 바닷물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각국의 해양연구기관들은 연안 조석 관측망을 구축하여 정밀한 조석 예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국립해양조사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에서 전국 연안의 조석 관측소와 조석 모델 등을 운영하며 정밀한 조석 관측과 예보 결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학적 관측과 예측 시스템을 통해 해운, 물류, 수산, 기상,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석 정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