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수컷의 화려한 꼬리, 사슴 수컷의 거대한 뿔, 새들의 복잡한 구애 노래. 이런 특징들은 오히려 생존에 불리할 수 있습니다. 화려한 깃털은 포식자의 눈에 잘 띄고, 거대한 뿔은 빠른 도망을 방해하죠. 그런데도 왜 이런 특징들이 진화했을까요?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이 처음 제시한 성선택(sexual selection) 개념이 그 답을 제공합니다. 성선택은 어떤 개체가 배우자를 확보해 다른 개체보다 번식 성공도를 높이는 과정입니다.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생물들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죠. 성선택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같은 성끼리의 경쟁이고, 다른 하나는 이성에 의한 선택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수컷 경쟁(male competition)과 암컷의 선택(female choice)이라 불립니다. 하지만 모든 종이 이 공식에 들어맞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종에서는 암컷이 경쟁하고 수컷이 선택하는 경우도 있죠. 그렇다면 왜 어떤 성이 경쟁하고, 다른 성이 선택하게 되는 걸까요? 다시 말해, 경쟁과 선택이라는 성선택의 방식, 암컷과 수컷이라는 성선택의 방향은 무엇에 의해 결정될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작동성비(operational sex ratio)’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작동성비는 단순한 성비(암컷 대 수컷의 비율)가 아니라, ‘현재 번식이 가능한 개체들 사이의 성비’를 의미합니다. 이 비율은 번식 가능 시기, 번식 행동의 빈도, 생리적 준비 상태, 수명, 사회적 지위 같은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으며, 결국 성선택에서 방식과 방향을 결정합니다. 경제학의 수요와 공급의 개념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어떤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됩니다. 초과 수요가 있으면 가격이 오르고, 초과 공급이 있으면 가격이 내리죠. 성선택에서도 비슷한 원리가 작용합니다. 번식 가능한 수컷의 수가 암컷보다 많다면, 수컷들은 한정된 암컷을 두고 서로 경쟁합니다. 반대로 암컷의 수가 수컷보다 많다면, 암컷들이 수컷을 두고 서로 경쟁하게 되죠. 일반적인 성비는 1:1입니다만 실제로 번식에 참여하는 암컷과 수컷의 비율은 1:1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청개구리($\textit{Dryophytes japonicus}$)를 예로 들어보죠. 수컷은 매일 정자를 만들어 짝짓기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암컷은 일 년에 단 하루나 이틀만 짝짓기가 가능합니다. 알을 준비하려면 몇 달 간의 먹이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번식 가능한 암컷 수가 수컷 수보다 적어지면, 작동성비는 수컷 쪽으로 기울어지고 수컷 경쟁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즉 수컷들은 암컷을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하게 되고, 암컷은 여러 수컷 중에서 선택할 여유가 생기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작동성비의 기울어짐은 어디서 비롯될까요? 그 출발점은 바로 생식세포의 차이입니다. 일반적으로 암컷은 크고 영양분이 풍부한 난자를, 수컷은 작고 이동성이 뛰어난 정자를 만듭니다. 이처럼 크기가 다른 생식세포를 만드는 방식을 이형배우자접합(anisogamy)이라 합니다. 생식세포 크기의 차이는 생산 가능한 생식세포의 수를 결정합니다. 난자는 수정 후 초기 배아가 성장할 자원을 포함하고 있어서 생산 비용이 높고, 따라서 적은 수만 만들 수 있습니다. 반면 정자는 유전자만 담은 간단한 구조로, 상대적으로 생산 비용이 낮아 대량 생산이 가능합니다. 만약 자손의 수가 생식세포 수에만 좌우된다면, 많은 수의 수컷이 한정된 수의 난자를 두고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생식세포의 차이는 작동성비를 결정하는 시작일 뿐입니다. 번식은 생식세포 준비, 짝짓기와 교미, 자손 생산 및 양육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포함하기 때문이죠. 많은 곤충, 어류, 양서류는 부모의 추가적인 양육 없이 수정란이 스스로 생존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조류와 포유류에서는 수정 이후에도 자손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부모의 추가적인 양육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암컷과 수컷 간 양육의 차이도 작동성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만약 한쪽 성이 양육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면, 그 기간 동안에는 새로운 짝짓기 기회가 줄어들게 됩니다. 사람의 경우 임신과 수유는 여성만 가능하며, 이는 여성의 작동성비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양육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쪽 성은 그 시간 동안 다른 번식 기회를 찾을 수 있죠. 성비가 1:1이라도 양육을 많이 하는 성은 번식 참여 기회가 적어집니다. 따라서 양육에 적게 투자하는 성은 서로 경쟁하게 되고, 많이 투자하는 성은 선택하게 됩니다. 결국, 작동성비의 차이는 생식세포의 크기와 양육의 정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생식세포나 양육 모두 자손에 대한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손에 대한 투자가 많을수록 그만큼 추가 번식의 기회가 없어지고, 자손에 대한 투자가 적을수록 새로운 번식의 기회가 많아집니다. 자식에 대한 투자의 차이가 작동성비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성선택의 방식과 방향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원리는 성별에 고정되지 않습니다. 보통은 암컷이 더 많은 투자를 하지만, 수컷이 자손을 돌보거나 보호하는 종에서는 성선택의 방향이 반대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실고기 수컷은 알을 배에 부착해 양육합니다. 암컷은 수컷의 배 면적보다 더 많은 알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암컷은 한정된 수컷을 두고 경쟁할 수밖에 없고, 수컷은 여러 암컷 중에서 선택할 수 있죠. 결국 성선택에서 선택과 경쟁의 방향은 수컷이냐 암컷이냐가 아니라, 생식과 양육에 더 많이 투자하는 쪽이 누구인가에 따라 결정되는 셈입니다. 그러니 “왜 수컷은 싸우고, 암컷은 고를까?”라는 질문의 본질은, 바로 이 한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 “더 적게 투자하는 성은 서로 경쟁하고, 더 많이 투자하는 성은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