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 현대 문명의 핵심, 휴대용 전자기기들입니다. 이들을 갖고 다니며 사용하기 위해서는 휴대용 전원, 전지가 필요하죠. 지금 여러분이 손에 들고 있는 휴대용 전자기기에는 어떤 전지가 사용되나요? 여러 가지 다양한 전지를 휴대용 전자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리튬 이온 전지를 사용합니다. 수많은 원소 중에서 왜 이렇게 리튬을 전지에 많이 활용하는 걸까요? 모든 전지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원리로 작동합니다. 전자가 산화 전극에서 만들어져 외부 도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이후 환원 전극으로 흘러 들어가죠. 볼타(Alessandro Volta, 1745~1827)가 최초로 전지를 발명한 이래로, 과학자들은 물질의 산화-환원 반응을 활용해 다양한 종류의 전지를 개발해왔습니다. 현재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일차 전지보다 충전과 방전 과정을 반복해서 여러 번 쓸 수 있는 이차 전지가 널리 쓰이고 있죠. 이차 전지의 역사는 1859년 발명된 납축전지에서 시작합니다. 이름 그대로 납($Pb$)의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하는 이 전지는, 160년이 지난 지금도 자동차의 보조 전원으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겁고 부피가 커서 휴대용 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죠.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니켈($Ni$) 금속의 산화-환원 반응을 활용한 새로운 전지들을 개발했습니다. 니켈-카드뮴($Ni-Cd$) 전지와 니켈-수소($Ni-MH$) 전지가 바로 그것인데, 이들은 크기가 작아 휴대용 기기에 적합했죠. 하지만 이 전지들도 중금속을 전극 물질로 사용하다 보니 여전히 무거웠고, 특히 납이나 카드뮴 같은 물질들은 환경에도 해로워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습니다. 그렇다면 전지에 사용할 수 있는 가볍고, 환경에 해롭지 않은 금속은 무엇일까요? 바로 주기율표를 순서대로 살펴보면 제일 먼저 마주치는 가장 가벼운 금속, 원자번호 3번 리튬($Li$)입니다. 리튬이 전지에 많이 사용되는 첫 번째 이유는 리튬을 사용하는 전지는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것인데요. 게다가 환경에 해롭지도 않죠. 리튬의 밀도는 물의 밀도보다 작기 때문에 이론으로만 보면 물에 뜰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리튬은 물과 반응하기 때문에 단순히 뜨지는 않죠. 이처럼 리튬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로도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휴대용 전자기기에 적합합니다. 리튬의 두 번째 장점은 이온화가 잘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리튬은 전자를 내놓는 산화가 쉽게 일어난다는 뜻이죠. 전지에서는 전자가 산화 전극에서 환원 전극으로 흘러가면서 작동하므로, 더 쉽게 산화되는 금속을 사용할수록 전지에서 얻을 수 있는 전압은 더 커집니다. 리튬은 모든 금속 중에서 가장 잘 산화되기 때문에, 리튬 전지는 3 V 이상의 전압을 생성합니다. 이는 1.5 V 건전지 두 개를 직렬로 연결한 것과 맞먹는 전압이죠. 리튬이 전지에 활용되는 세 번째 이유는 바로 그 작은 크기에 있습니다. 리튬 이온 전지의 산화 전극에서 생긴 전자와 함께 생성된 리튬 이온($Li^+$)은 전해질을 통해 환원 전극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이온의 크기가 작다면 전해질 내에서 이동할 때 저항이 줄어들어 이동 속도가 빨라지죠. 이는 충전과 방전 속도를 높여 전지가 더 빠르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합니다. 리튬의 작은 크기는 또 다른 중요한 이점을 가져옵니다. 리튬 이온 전지의 전극은 여러 층이 겹겹이 쌓인 층상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리튬 이온은 이 층 사이를 드나들면서 전지가 작동합니다. 이 때, 리튬 이온은 크기가 작아, 전극 구조를 거의 변형시키지 않고 드나들 수 있죠. 때문에 반복되는 충전과 방전에도 전지의 수명을 크게 늘려줍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금속 중 리튬보다 더 작은 것은 없어서, 이런 측면에서도 리튬은 전극에 쓸 수 있는 금속 중에서 가히 최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장점 때문에 리튬 이온 전지는 작은 휴대용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드론, 자동차 등의 중대형 기기의 전원으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리튬의 고유한 화학적 성질에 바탕을 둔 전지 기술은 미래 에너지 혁신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리튬 이온 전지의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재생에너지의 저장 장치로서도 그 활용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주 산업에서도 가벼우면서도 강력한 에너지원으로서 리튬 전지의 역할이 커질 전망입니다. 또한 과학자들은 새로운 리튬 전지도 연구하고 있죠. 전고체 리튬 전지, 리튬-황 전지, 리튬-공기 전지 등 차세대 전지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대 첨단 문명의 심장의 역할을 하는 전지, 그 중심에 화학이 있고 리튬이 그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