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나 영화 속 공룡은 언제나 큰 소리로 포효합니다. 박물관의 공룡 로봇 전시물도 예외는 아니죠. 하지만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공룡의 울음소리는 과학적 근거가 크지 않습니다. 영화 제작 기법의 산물에 가깝죠. 일례로 영화 〈쥬라기 공원〉과 〈쥬라기 월드〉에 등장하는 티라노사우루스($\textit{Tyrannosaurus}$)의 포효는 호랑이와 악어의 소리를 섞어 만든 것입니다. 벨로키랍토르($\textit{Velociraptor}$)의 소리는 더 의외입니다. 돌고래와 바다코끼리의 소리가 섞여 있죠. 실제 공룡의 소리를 알 수 없으니, 영화 제작자들은 상상으로 그 빈자리를 채워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천만 년 전, 진짜 공룡은 어떤 소리를 냈을까요? 소리는 공기의 진동으로 만들어지는 물리적 현상입니다. 뼈처럼 화석으로 보존되는 단단한 구조가 아니라, 발생과 동시에 사라지는 일시적 현상이죠. 하지만 고생물학자들은 간접적인 단서를 통해 공룡의 진짜 울음소리를 과학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 단서는 지금도 살아 있는 공룡, 그리고 공룡의 가장 가까운 친척들입니다. 바로 악어와 새입니다. 고생물학자들이 화석 골격을 비교한 결과, 악어는 두개골 구조가 공룡과 매우 유사했습니다. 오늘날 살아있는 동물 중에서 악어는 공룡의 가장 가까운 친척입니다. 새의 경우는 더 흥미롭습니다. 골격 구조가 수각류 공룡과 거의 일치할 뿐 아니라, 1990년대 이후 중국에서 발견된 수많은 공룡 화석에서 깃털 흔적이 확인되면서, 새가 공룡의 후손이 아니라 공룡 그 자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악어는 약 2억 4,800만 년 전 공룡과 같은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습니다. 반면 새는 중생대 공룡의 한 갈래가 깃털을 가지고 하늘로 날아오르며 진화해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살아 있는 공룡’ 그 자체죠. 이처럼 유전적으로 긴밀하게 얽혀 있는 두 집단이지만, 흥미롭게도 소리를 내는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악어는 주로 목 부위의 구조를, 새는 가슴 부위의 구조를 사용합니다. 악어가 목으로 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는 후두(larynx) 때문입니다. 후두는 기도의 앞부분에 위치한 기관으로, 악어는 폐에서 빠져나오는 공기로 후두를 진동시켜서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이 덕분에 악어는 ‘으르렁’ ‘그르렁’ 하는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 역시 후두를 이용해 소리를 냅니다. 반면에 새는 명관(syrinx), 즉 기관지가 두 갈래로 나뉘는 지점에 위치한 조류 특유의 발성 기관을 이용해 소리를 냅니다. 명관은 기도와 폐가 만나는 가슴 부위에 있습니다. 새는 명관을 둘러싸고 있는 막과 연골을 움직여서 소리를 내죠. 명관에서 만들어진 소리는 기도 전체를 울리며 크게 증폭됩니다. 마치 터널 끝에서 말을 하면 소리가 공간 전체에 퍼지듯, 공기와 함께 몸속 통로가 울리는 것이죠. 귤만 한 크기의 작은 새가 숲속을 가득 채우는 힘찬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닭의 ‘꼬끼오’, 뻐꾸기의 ‘뻐꾹뻐꾹’, 밤에 들리는 소쩍새의 울음소리는 모두 명관에서 만들어진 소리입니다. 그렇다면 공룡은 악어처럼 목으로 울었을까요? 아니면 새처럼 가슴으로 노래했을까요? 악어의 후두와 새의 명관은 구조와 위치가 완전히 다릅니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와 유타 대학교 연구진은 2016년 비교해부학 연구를 통해, 발달된 후두와 명관이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니까 악어는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기 위해 발달된 후두를, 새는 ‘꼬끼오’와 ‘뻐꾹뻐꾹’, 그리고 ‘소쩍소쩍’ 하는 소리를 내기 위해 명관을 진화시켰다는 거죠. 그런데 새를 제외한 공룡들은 조금 다를지도 모릅니다. 티라노사우루스나 트리케라톱스($\textit{Triceratops}$) 같은 공룡들은 계통상 새에 가깝지만, 현대의 새와 같은 정교한 발성 기관은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고 추정됩니다. 새를 제외한 공룡들의 화석에서는 후두와 명관, 두 가지 발성 기관 중 어느 것도 골격화되어 발달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죠. 즉, 공룡은 현대의 악어나 새와는 다른 독립적인 발성 방식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후두와 명관으로 소리 낼 수 없었던 공룡은 그럼 어떻게 소리를 낼 수 있었을까요? 후두와 명관이 아닌, 다른 기관을 사용하여 소리를 내는 악어와 새들에게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제3의 신체 기관, 즉 기도나 식도에 있는 주머니를 이용합니다. 이 목 주머니 속으로 공기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소리를 냅니다. 이러한 목 주머니를 이용하는 악어는 ‘쉬쉬’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새 중에는 비둘기가 이 목 주머니를 이용하는데요. 그 소리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구구구’ 소리입니다. 이처럼 일부 악어와 새가 소리를 낼 때 이용하는 목 주머니를 통해, 많은 과학자들은 공룡 울음소리도 유추합니다. 눈을 부릅뜨고 ‘쉬쉬’거리며 다가오는 육식 공룡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소름이 끼칩니다. 근데 ‘구구구’ 하며 땅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 먹는 초식 공룡의 모습은 어쩐지 그동안의 통념과 다르게 느껴지고, 귀엽습니다. 모든 공룡이 비슷한 소리를 냈던 것은 아닙니다. 파라사우롤로푸스($\textit{Parasaurolophus}$)는 전혀 다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약 7,500만 년 전 북아메리카에 살았던 이 초식 공룡은 뒤통수에서 길게 뻗은 볏이 특징입니다. 이 볏은 장식이 아니라, 길게 늘어난 코였습니다. 내부가 비어 있는 빈 공기 통로였죠. 이 기다란 코, 비강 통로의 길이는 최대 2미터에 달했습니다. 코가 길어지면서, 코 안의 공기 통로도 마치 튜브처럼 길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과학자들이 이 구조를 컴퓨터로 재현해 공기 흐름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저음역의 관악기와 유사한 소리가 발생했습니다. 마치 커다란 트럼펫 같은 ‘뿌앙’ 소리에 가깝습니다. 과학자들은 파라사우롤로푸스가 이 소리로 새끼를 부르고, 무리를 찾고, 포식자의 접근 등 위험을 경고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처럼 공룡의 실제 울음소리는 우리가 영화를 통해 상상해온 포효와는 상당히 달랐을 가능성이 큽니다. 비록 공기의 진동으로 만들어진 소리는 화석으로 남지 않았지만, 현생 친척들의 해부학적 구조와 행동 양식 속에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고생물학자들은 비교해부학, 음향공학,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그 단서를 하나씩 이어 붙이며, 사라진 세계의 소리를 조금씩 복원하고 있습니다. 그 공룡 목소리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영화 속 괴수의 포효가 아니라, 생존과 번식을 위해 서로에게 표현하고 반응하는 생명체의 역동에 더 가까웠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