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선 종종 물에서 감전된 사람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나옵니다. 하지만 의외로 순수한 물은 전기가 거의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소금물과 설탕물은 어떨까요? 이들을 순수한 물에 녹이면 과연 전기가 통할까요? 결과적으로 소금물은 전기가 잘 통합니다. 그런데 설탕물은 전기가 통하지 않습니다. 두 물질 다 똑같이 물에 잘 녹는데 왜 전기 전도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일까요? 물은 두 개의 수소 원자와 한 개의 산소 원자가 결합된 분자입니다. 결합은 수소와 산소 원자가 자신의 전자를 하나씩 공유하면서 형성됩니다. 이 화학 결합은 근본적으로 왜 일어날까요? 모든 물질은 가능한 한 안정한 상태가 되기 위해 변화합니다. 원자 내의 전자들은 핵을 둘러싼 오비탈이라는 공간에 존재합니다. 전자들은 가장 안쪽 오비탈부터 차례로 채워집니다. 이 때 핵에서 가장 바깥쪽 오비탈에 존재하는 전자를 최외각 전자라고 합니다. 화학에서는 최외각 전자를 여덟 개를 가질 때 안정하다는 옥텟 규칙(Octet Rule)이 있습니다. 따라서 원자들은 옥텟 규칙을 만족시키기 위해 주변의 다른 원자들과 결합합니다. 결합은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먼저 서로의 전자를 한 개씩 공유하는 공유 결합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외각 전자가 극단적으로 부족하거나 많은 이온들이 서로 만나 형성되는 이온 결합이 있습니다. 마지막은 금속원소의 전자가 핵으로부터 자유롭게 이동하며 다른 원자들 사이에 고르게 퍼지면서 형성되는 금속 결합입니다. 물 분자에 존재하는 화학 결합은 바로 공유 결합입니다. 공유 결합은 에너지가 안정적이며 원자 사이에 공유 전자쌍이 어느 한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쳐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순수한 물은 전체적으로 전하가 없는 상태이므로 전기가 통하지 않습니다. 전하를 이동시킬 매개체가 없기 때문이죠. 우리는 일상 속에서 물은 당연하게 전기가 통한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에 다른 물질이 녹아 있지 않다면 전기가 통하지 않습니다. 물의 화학 결합을 한 단계 더 자세히 살펴보면 또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수소와 산소는 서로 다른 원자입니다. 따라서 특성도 다르죠. 이 둘은 서로 화학 결합을 할 때, 자신 쪽으로 전자를 끌어들이는 정도가 다릅니다. 이것을 전기음성도라고 합니다. 산소의 전기음성도가 수소보다 크기 때문에 화학 결합에선 공유 전자쌍이 산소 쪽으로 쏠리게 됩니다. 이렇게 공유 전자쌍이 한 쪽으로 쏠린 경우는 극성 공유 결합을 형성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쏠림 현상으로 인해, 수소는 일시적으로 양전하를, 산소는 음전하를 띠는 특징을 갖게 됩니다. 이를 극성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 특징 때문에 물은 이온 결합 혹은 극성 공유 결합 물질들을 잘 녹이는 용매로 활용됩니다. 흔히 소금이라고 불리는 물질은 염화 나트륨($NaCl$)이라는 이온 결합 화합물입니다. 이온 결합은 전자를 공유하는 공유 결합과 달리 양이온과 음이온의 정전기적 인력에 의해 형성됩니다. 나트륨과 염소 원자는 옥텟 규칙을 만족시키기 위해 전자를 잃거나 얻어 이온이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트륨 이온($Na^+$)과 염화 이온($Cl^-$)이 일대일로 결합해 염화 나트륨을 형성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염화 나트륨은 전기적 중성 상태입니다. 이온 결합 화합물은 중요한 특성을 갖습니다. 바로 극성 공유 결합 물질인 물에 잘 녹는다는 성질입니다. 이들은 물에 녹아 ‘이온화’되는 것을 좋아하죠. 이온화된 이온을 극성을 띠는 물 분자가 둘러싸며 안정하게 만들어줍니다. 이렇게 전하를 가진 이온들이 물 속에 퍼지게 되면 물은 전기가 통하게 됩니다. 따라서 소금물은 전기가 아주 잘 통합니다. 그럼 설탕은 어떨까요? 설탕도 소금처럼 물에 아주 잘 녹습니다. 설탕은 공유 결합 화합물입니다. 설탕의 구조를 살펴보면 다수의 하이드록시기($-OH$)를 갖고 있습니다. 이 작용기는 극성을 갖기 때문에 물 분자와 상호작용을 잘합니다. 따라서 설탕 역시 물에 잘 녹게 됩니다. 그러나 설탕은 소금과 달리 이온화되는 것이 아니라 분자 그대로 물에 용해됩니다. 이온화가 되지 않아 전하가 없고, 전하가 없으니 당연히 전기가 통하지 않는 것입니다. 소금물과 설탕물이 이렇게 큰 화학적 차이가 있다니 놀랍지 않나요? 정리하면 어떤 물질이 물에 녹아 이온화가 된다면, 물은 전기가 흐를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 또한 전기가 통합니다. 마그네슘, 칼슘 같은 다양한 미네랄 이온이 혼합돼 있기 때문이죠. 이온의 유무가 참 큰 차이를 만들죠? 우리 몸에 좋은 미네랄 이온도 감전을 발생시킬 수 있으니 항상 주의하는 습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