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1년, 독일의 발생학자 한스 드리슈(Hans Driesch, 1867~1941)는 성게 알을 이용한 발생학 연구를 진행중이었습니다. 체외 수정하는 성게는 수정란을 만들기 쉽고, 알이 크고 투명하여 내부 변화를 관찰하기 쉽죠. 게다가 바늘로 살짝 찔러도 잘 터지지 않아 발생학 연구에 매우 적합한 실험동물입니다. 드리슈는 수정된 성게알이 딱 한 번 분열하여 두 개의 세포로 나뉘었을 때, 이를 강하게 흔들어 두 세포를 완전히 떨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학자들은 이렇게 분리된 세포는 '반쪽짜리' 성게 두 마리가 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두 개의 세포는 각각 온전한 성게로 자라났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 초기 세포들은 생물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로 분화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드리슈는 인공적으로 일란성 쌍둥이를 탄생시킨 최초의 인물이 되었습니다. 드리슈는 이후 추가 실험을 통해 발생 초기의 성게는 8세포기까지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한다는 사실도 알아냅니다. 이렇게 초기 발생 과정에서 난할로 만들어진 체세포들은 전능성(Totipotent)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든 발생 과정에서 세포들이 서로 떨어지게 되면 각각이 독립된 개체로 자라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수정란에서 유래한 세포들이 발생 초기에 나뉘어 각자 다른 개체로 태어난 존재들을 우리는 일란성 쌍둥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의 일란성 쌍둥이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태어납니다. 수정란이 처음 분열한 이후, 배아를 구성하는 세포들이 서로 분리되면 일란성 쌍둥이가 되는 것이죠. 대부분의 일란성 쌍둥이는 수정 후 7일 이내, 즉 배반포가 형성되기 전 단계에서 분리됩니다. 이후에도 분리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만, 수정 13일 이후에는 세포가 완전히 분리되지 못하기에 신체 일부가 달라붙거나 장기를 공유하는 결합쌍둥이(Conjoined Twins)로 태어나게 됩니다. 일란성 쌍둥이는 하나의 수정란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완전히 동일한 DNA를 가집니다. 동일한 유전적 형질을 가졌으니, DNA 검사로는 둘을 구별할 수 없습니다. 마치 한 사람의 몸에서 DNA를 채취하는 것처럼 동일한 결과가 나오죠. 그래서 추리물에서는 용의자를 일란성 쌍둥이로 설정해 DNA 검사를 무력화시키는 설정이 등장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도 절대 ‘완벽하게’ 똑같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가진 차이점 중 일부는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결정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문입니다. 사람의 지문은 수정 13주 무렵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24주쯤에는 거의 완성됩니다. 지문은 WNT, EDAR, BMP 같은 유전자에 의해 지문의 돌기, 홈, 능선의 간격 등이 결정됩니다. 유전자가 같기에 일란성 쌍둥이는 지문도 같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비슷하기는 해도 똑같지는 않습니다. 이는 유전자는 지문의 전체적인 형태를 지정할 뿐, 세부적인 모습까지 일일이 간섭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대개 지문은 발생 과정에서 손가락 끝, 가운데, 아래쪽의 세 시작점에서 세포가 분열하면서 서로 이어져 하나의 무늬를 완성합니다. 이 때 아무리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쌍둥이는 서로 다른 몸을 가지고 있기에, 각각 세포분열 시작시간과 분열 속도, 융선(지문의 솟아오른 선)이 형성되는 속도까지 완벽히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이런 미세한 차이로 인해 최종적으로 완성된 지문의 형태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현상은 몸 구석구석 뻗어 나가는 모세혈관의 패턴, 홍채 무늬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신체적 특징은 전적으로 유전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적인 요소가 개입되어 완성되므로, 일란성 쌍둥이 사이에도 선천적 차이를 만들죠. 일란성 쌍둥이의 차이가 더 확연하게 달라지는 건 태어난 이후입니다. 엄마의 자궁 안에서 거의 같은 환경을 공유했더라도, 태어난 뒤에는 각기 다른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런 환경의 차이는 성격과 가치관 등 심리적 측면뿐 아니라, 신체적 변화도 가져옵니다. 사람은 약 2만여 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항상 모든 유전자가 활성화된 상태는 아닙니다. 유전자에는 일종의 스위치가 있어서, 각각의 세포들의 고유한 기능이나 외부의 자극에 의해 유전자 스위치의 켜짐/꺼짐을 조절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흡연을 하면, 산화스트레스와 염증 관련 유전자들이 활성화되고, 상대적으로 항염증 관련 유전자들은 활동이 억제됩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노화가 가속화되어 쌍둥이의 모습은 점차 달라집니다. 이처럼 유전자는 같지만 외부의 자극에 의해 유전자의 발현 상태가 달라지는 것을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라고 하지요. 두 아이에게 똑같은 레고를 주어도 각자 선택하는 조각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듯, 같은 유전자를 가진 쌍둥이도 서로 다른 삶의 경험을 통해 외모, 성격, 건강 등에서 점차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유전자가 완벽히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도, 발생과정의 미세한 우연성과 환경의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모습과 삶을 살아갑니다. 하물며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 사이의 차이는 더 말할 것도 없겠죠. 우리 몸은 단순한 유전자의 산물이 아니라 복잡한 상호작용과 환경의 영향을 받는 놀라운 시스템입니다. 지문에서 시작해 성격, 취향, 생각하는 방식까지, 모든 것이 우리를 독특한 존재로 만듭니다. 자연은 다양성을 통해 생명의 풍요로움을 창조합니다. 일란성 쌍둥이 연구는 유전자가 우리의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각자의 독특함을 소중히 여기고, 인간 고유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진짜로, 우주에 단 하나뿐인 존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