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불멍을 좋아합니다. 타오르는 장작불을 바라보는 행위에는 어떤 즐거움이 있는 걸까요? 매 순간 바뀌는 불꽃의 형태는 두 눈에 온전히 담았다고 생각한 순간 또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세부적인 형태를 집중해서 바라보다가 시선을 멀리 두면 또 다른 전체적인 모습이 드러납니다. 자로 대고 그은 직선과 달리, 구불구불한 비정형적인 모습 속에는 시각적인 자극이 숨어있는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바라보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것입니다. 대개 아름다움이란 그러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바라보는 즐거움이 필요한 것입니다. 반면에 확대하고 또 확대해도 같은 모습이 반복되는 풍경들이 자연에는 존재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반복되는 풍경에 프랙털(fractal)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그렇습니다. 해안선은 멀리서 바라보면 하나의 매끄러운 선으로 보이지만, 조금씩 가까이 다가갈수록 작은 굴곡들이 나타나고 그 선은 점점 더 복잡함을 드러냅니다. 더 확대해 들어가면 그 굴곡 속에서도 또 다른 작은 굴곡들이 반복됩니다. 이처럼 해안선은 확대할수록 복잡성이 늘어나지만, 본질적으로 유사한 패턴을 반복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프랙털의 본질은 자기 반복성(self-similarity)입니다. 간단한 규칙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면서 거대한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도시 속 골목길의 구조, 바닷가 조개껍질의 나선무늬, 나무 잔가지의 배열. 자연의 발명품들은 대체로 그런 모습입니다. 해안선을 따라 빨간색 조약돌을 손에 쥐고 걸어간다고 상상해 봅시다. 이 빨간 조약돌들은 해안 풍경과는 잘 어울리지 않아 멀리서도 눈에 띕니다. 조약돌 하나를 먼저 시작점에 내려놓고, 일정한 간격으로 하나씩 떨어뜨리며 해안선의 길이를 재는 겁니다. 처음에는 간격을 넓게 잡습니다. 조약돌이 놓이는 지점은 해안선의 큰 굴곡을 따라 이어집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약돌 간 간격을 좁혀봅니다. 빨갛게 빛나는 조약돌들은 이제 더 세밀한 곡선을 따라가며 작은 굴곡들을 놓치지 않게 됩니다. 간격을 점점 더 좁히면 좁힐수록, 해안선의 길이는 계속해서 늘어납니다. 이전에는 단순한 선으로 보였던 해안선이, 이제는 무수히 많은 굴곡과 복잡한 패턴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조약돌의 간격을 무한히 좁혔을 때 나타납니다. 그러면 해안선의 가장 작은 굴곡까지 모두 포함하게 되고, 해안선의 길이는 끝없이 늘어나게 됩니다. 해안선이 바로 프랙털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1차원적인 선으로 환원되지 않고, 그렇다고 2차원적인 면으로 딱 떨어지지도 않는 중간 어딘가, "1.5차원" 정도의 기하학적 특성을 보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자연은 왜 프랙털을 선택할까요? 프랙털은 단순한 규칙의 반복으로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내는 효율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높은 건물, 두바이의 마천루, 부르즈 칼리파의 설계도는 수천 장을 넘어간다고 합니다. 복잡한 도면 안에는 수많은 곡선과 직선들, 내부에 들어가는 갖가지 재료들. 그걸 완성하기 위한 치밀한 계산들이 들어있을 겁니다.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그만큼 복잡한 설계도가 필요한 법입니다. 반면, 프랙털은 단순한 규칙의 반복입니다. 나무의 가지가 뻗어나가는 모습이나 혈관이 퍼져나가는 방식은 프랙털 구조의 효율성을 보여줍니다. 그 효율성 덕분에 프랙털 구조는 자연의 많은 곳에서 발견됩니다. 자연이 선택한 최고의 효율적인 설계도라는 셈입니다. 큰 고민 없이 거대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프랙털처럼 움직여보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여행을 간다면 고속도로를 따라 직선으로 쭉 달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도의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겁니다. 신호등에서 멈췄다가 다음 신호등으로. 신호등에 걸리면 걸린 대로 통과한다면 통과한 대로. 그렇게 도착한 뒤, 신호등 사이의 길을 연결해 보면 재미있는 프랙털 패턴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시간의 흐름으로 보자면, 매일을 마무리하며 작은 마침표를 찍는 규칙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간단한 규칙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하루하루 작은 목표들을 달성한 것에 대해 작은 보상을 놓아두고, 반복 또 반복. 단순한 규칙과 작은 노력의 반복, 그 끝에는 무엇인가 완성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선형적인 시간의 1차원 축을 벗어난 예상치 못한 더 높은 차원의 무언가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