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아침에 해가 뜨면 하루를 시작합니다. 해가 질 때까지 일상을 보내며 하루라는 시간의 길이를 인식합니다. 해가 뜨고 지는 현상은 지구의 자전과 관련이 있으니 만약 지구가 같은 속도로 자전한다면 하루의 길이도 일정하겠지요? 고대부터 사람은 하루의 길이를 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정밀한 시계는 없었지만, 하루의 길이가 일정하다고 생각하고 하루 시작의 기준을 정했지요. 그 기준이 바로 ‘자오선(子午線)’입니다. 자오선은 관측 지점의 천정(天頂)과 하늘의 북극을 연결하는, 변하지 않는 가상의 대원(大圓)입니다. 과거 우리 선조는 이를 ‘경(經)’이라 불렀고,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의미로 쓰기도 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태양이 자오선을 통과하는 순간을 하루의 시작으로 정했습니다. 이 순간을 ‘남중 시각’이라고 하며, ‘태양이 남중하다’라고도 표현합니다. 남중 시각을 기준으로 시간을 재는 도구가 해시계입니다. 시각선(다이얼)이 있는 시반면 위에 수직이 되도록 영침을 세워서 만듭니다. 이때 해시계의 영침이 북극을 가리키게 하는데, 영침이 만드는 그림자가 시반면에 맺히면, 그 그림자의 위치를 시각선과 빗대 보고 시각을 읽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하루의 시작을 대낮으로 삼으니 여러모로 불편했습니다. 해가 중천에 뜨면 갑자기 ‘다음 날’이 되어버려서 날짜를 기록할 때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날짜를 바꾸는 시점을 사람들이 대부분 잠들어 있는 한밤중으로 옮겼습니다. 지금 우리가 자정(子正)이라고 부르는 시각이 바로 그 시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미 새로운 날로 바뀌어 있게 되지요. 해시계에도 자정과 한낮의 중간인 오정(午正)이 있습니다. 이처럼 해시계로 측정하는 시간을 ‘겉보기태양시’라 부릅니다. 이후 정밀한 기계식 시계가 보급되면서 하루의 길이를 잴 수 있게 되었는데요, 겉보기태양시는 길이가 매일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1년 동안 하루의 길이를 잰 뒤 평균을 내 정의한 ‘평균태양시’를 만들었습니다. 이 두 시각계의 차이를 균시차라고 합니다. 균시차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지구는 타원 궤도를 따라 움직입니다. 타원은 찌그러진 원인데요, 타원 궤도를 도는 지구는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태양에 가까운 곳에서는 빨리 움직이고, 먼 곳에서는 천천히 움직이지요. 그래서 남중한 태양이 다음날 다시 남중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매일 달라집니다. 지구에서 보면 태양이 황도를 따라 매일 약 1도씩 움직이는데, 그 속도가 일정하지 않은 것이지요. 둘째, 태양이 움직이는 길인 황도와 적도는 서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지구의 자전축이 황도면에 대해 66.5도 기울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에서 보면 황도를 따라 매일 약 1도씩 움직이는 태양을 적도면에 투영해야 매 하루의 길이를 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황도상의 1도는 적도의 1도보다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남중하는 시각을 기준으로 만든 겉보기태양시와 적도면에서 약 1도씩 이동하는 것을 기준으로 만든 평균태양시는 차이가 나게 되지요. 균시차는 최대 16분까지 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평균태양시로 시계를 맞추기 때문에 태양이 실제 남중하는 시각은 균시차만큼 차이가 납니다. 이 외에도 정오에 태양이 남중하지 않는 또 다른 원인이 있습니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나라마다, 지역마다 하루의 시작은 다릅니다. 모든 지역마다 차이가 나면 곤란하므로 각 나라가 자신의 지역에 맞는 평균태양시를 사용하되 다른 나라의 시간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준자오선’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이 표준자오선의 기준을 ‘본초자오선(Prime meridian)’이라고 하며, 영국 그리니치천문대를 지나는 자오선이 본초자오선이 되었습니다. 본초자오선을 기준으로 경도 15도마다 1시간씩 차이가 납니다. 각 국가의 표준자오선은 본초자오선과 15도의 배수만큼 차이가 나므로 국가 간의 시간 차이도 대체로 정수 시간만큼 나지요. 1972년부터 그리니치 평균시(Greenwich Mean Time, GMT)를 바탕으로 정한 국제협정세계시(Coordinated Universal Time, UTC)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표준자오선은 본초자오선에서 동쪽으로 135도에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영국보다 9시간 빠르지요. 그런데 서울의 경도는 동경 약 127도입니다. 둘의 시간 차이는 약 32분입니다. 즉 태양이 남중하는 시각이 12시가 아니라 약 12시 32분이 되는 겁니다. 이처럼 표준자오선 위에 있지 않으면, 표준시로 정오에 태양이 남중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정오에 태양이 남중하지 않는 건 균시차와 경도차 때문입니다. 이런 원리를 알면, 우리가 사용하는 시각계에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비롯한 천문학적 원리가 담겨 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태양과 달, 별 등 하늘에서 움직이는 천체를 유심히 관찰하며 과거 조상들이 기울였던 노력을 느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