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보세요. 정말 예쁘지 않나요? 이 사진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SMACS 0723이라고 불리는, 지구에서 약 40억 광년 떨어진 은하단을 찍은 것이죠. 이 사진이 찍은 하늘 크기는 고작 모래알 하나를 손에 쥐고 팔을 쭉 폈을 때 보이는 크기랑 같다고 해요. 그 안에 크고 작은 은하가 무려 180개나 찍혀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여러 은하가 길쭉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원호(arc) 모양으로 휘어 있기도 합니다. 왜 이런 걸까요? 은하가 원래 이렇게 생긴 건 아닙니다. 다만 우리 눈에 이렇게 보일 뿐이지요. 바로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 효과’ 때문입니다. 그 은하들 앞에 놓인 더 가까운 은하단의 ‘중력’이 배경의 빛을 휘게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은, 질량이 있는 물체가 주변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고 예측합니다. 질량이 클수록 시공간의 왜곡도 커집니다. 그리고 시공간이 휘면 그 위를 지나는 빛 역시 공간을 따라 휩니다. 빛이 렌즈를 지나며 휘는 것처럼 말이지요. 1919년, 아서 에딩턴 경(Sir Arthur Eddington, 1882~1944)은 이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해 일반 상대성이론을 증명했습니다. 일식이 일어날 때 태양과 아주 가까운 곳에 보이는 별의 위치를 관측했을 때 실제보다 어긋나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맞는지 확인한 것입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별빛이 예측대로 휘었지요. 빛이 구부러진다는 증거였고, 상대성이론이 관측으로 처음 입증된 순간이었습니다. 중력렌즈는 크게 ‘강한 렌즈’와 ‘약한 렌즈’로 나뉩니다. 강한 렌즈는 은하 이미지를 크게 왜곡시켜 아치나 고리 형태로 보이게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인슈타인 고리’입니다. 반면 약한 렌즈는 은하가 눈으로는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조금만 변형되지만, 수천~수만 개의 은하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그 미세한 비틀림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중력렌즈 현상을 정교한 우주 관측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암흑물질은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아 망원경으로는 직접 볼 수 없는데요, 중력이 있어 그 주변을 지나는 빛을 휘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렌즈 효과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을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SMACS 0723 은하단의 중력렌즈 효과를 분석한 결과, 그 중심부에는 보이는 물질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큰 질량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분석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뿐만 아니라 허블 우주망원경, 지상 망원경 등 여러 장비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파장을 넓히면, 나이와 형태가 제각각인 은하가 만드는 중력렌즈 효과의 차이도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약한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한 대규모 조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CFHTLenS, KiDS, DES 프로젝트는 수백만 개 은하의 미세한 왜곡을 종합해, 암흑물질의 삼차원 분포 지도를 그렸습니다. 이 지도는 암흑물질이 시간에 따라 우주의 거대 구조를 어떻게 형성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단서입니다. 최근에는 ‘중력렌즈 단층촬영(lens tomography)’이라는 새로운 기법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거리에서 온 왜곡 신호를 분리해, 암흑물질 구조의 시간적 변화를 재구성하는 방식입니다. 유럽우주국의 유클리드(Euclid) 위성과, 미국의 베라 루빈 천문대(LSST)가 이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물론 어려움도 많습니다. 관측에는 잡음이 많고, 은하 본래의 모양과 렌즈에 의한 왜곡을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데이터도 워낙 방대해서, 슈퍼컴퓨터 없이는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점점 더 정교한 기술을 개발하며, 암흑물질의 실체에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주의 텅 빈 공간에서 휘어지는 빛줄기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드러내는 창문 같은 역할을 합니다. 중력렌즈로 우리는 관측할 수 없는 암흑물질의 분포를 지도화하고, 우주 구조 형성의 비밀을 차근차근 해독해나갑니다. 이제 밤하늘을 볼 때 텅 빈 우주 속의 암흑물질 곁을 지나며 구부러지는 빛줄기를 상상해보세요.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본질이 그 곡선 속에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