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만 되면 학교나 아파트, 공원 곳곳에 “매-엠-매-엠”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한여름에는 너무 시끄러워 귀가 따가울 정도죠. 그런데 매미의 소리, 좀 이상하지 않나요? 저렇게 큰 소리로 울면 새나 설치류 같은 포식자들이 “아, 여기 매미가 있네!”하고 금방 찾아낼 텐데 말입니다. 그런데도 매미는 왜 위험을 무릅쓰고 크게 울까요? 게다가 매미가 남긴 흔적은 소리만이 아닙니다. 매미가 붙어 있는 나무를 살펴보면, 나뭇가지 끝부분이 시들면서 잎이 갈색으로 변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아직 단풍이 들기엔 이른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매미가 우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짝짓기입니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사실 ‘사랑의 신호’죠. 울음소리를 내는 건 대부분 수컷이고, 암컷은 그 소리를 듣고 마음에 드는 짝을 고릅니다. 수컷이 크게, 또 오래 울수록 건강하고 힘이 있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그러니 수컷 매미의 울음소리는 이렇게 말하는 셈입니다. “나 이렇게 튼튼해! 나랑 짝을 맺으면 좋은 유전자를 받을 수 있어!” 하지만 이건 동시에 매우 위험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소리가 크면 포식자에게 더 잘 노출되니까요. 그런데 이 위험이 오히려 수컷 매미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잡히지 않을 만큼 빠르고, 강하고, 또 운도 좋은 개체라는 걸 드러내는 거죠. 결국 암컷은 더 크게, 더 오래 울 수 있는 수컷을 매력적으로 여기게 됩니다. 여기에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매미는 땅속에서 유충으로 수년을 보내지만, 성충으로 나온 뒤에는 2~3주밖에 살지 못합니다. 그 이 짧은 기간 안에 반드시 짝을 만나야 하므로, 조용히 숨어 있는 것보다 차라리 크게 울어서 기회를 잡는 편이 훨씬 유전자 보존에 유리한 겁니다. 그렇다면 수컷 매미는 어떻게 그렇게 큰 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매미의 배와 가슴 사이에는 아주 특별한 구조가 있습니다. 바로 ‘발음기’라는 아주 얇고 딱딱한 진동막인데요, 수컷에게만 있습니다. 매미는 이 진동막에 연결된 특수한 근육인 ‘발음근’을 빠르게 움직입니다. 진동막이 안쪽으로 오므라들었다가 힘있게 다시 튀어나오면서 “딱” 소리가 나고, 이게 아주 짧은 시간에 계속 반복되면 우리가 듣는 “맴맴” 소리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닙니다. 매미 배 속에는 ‘공명낭(공명실)’이라는 큰 빈공간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소리가 증폭되면서 작은 몸에서도 귀가 따가울 정도로 멀리까지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매미의 종마다 진동막과 공명낭 구조가 달라서 울음의 주파수나 리듬도 조금씩 다릅니다. 반면, 암컷 매미에게는 소리를 내는 구조 대신 배 끝에 '산란관'이라는 특별한 기관이 있습니다. 이 산란관은 가늘고 길며, 매우 날카롭고 단단해서 나뭇가지의 표피와 내부를 뚫어 알을 낳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산란관을 만져보면 주사기 바늘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매미들의 짝짓기가 이뤄지고 수컷들의 울음소리가 약해질 때 나무를 살펴보세요. 강풍에 의해 꺾여지지도 않았는데, 나뭇잎들이 시들어 갈색으로 변해 있는 나뭇가지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단풍이 일찍 든 것은 아닙니다. 왜 시들었을까요? 바로 매미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암컷 매미의 산란 때문이죠. 짝짓기에 성공한 암컷은 바늘 같은 산란관으로 연한 가지에 구멍을 여러 개 내고 그 속에 알을 낳습니다. 이때 가지의 표피와 내부에 상처가 생기고, 물관이 절단되거나 찔려 구조적으로 손상됩니다. 매미의 알은 물관 부위에 주로 위치하는데, 물관이 막혀 물과 양분의 흐름이 차단되죠. 또 매미가 산란한 구멍 주변에는 식물의 방어 반응으로 코르크층을 만들어 상처 부위가 굳거나 딱딱해지는데, 이 역시 물관을 더 막히게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산란 부위보다 윗부분으로 물과 양분이 전달되지 않으면서 가지 끝이 점점 시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든 가지는 결국 약해져서 땅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건 매미에게는 오히려 유리합니다.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가 땅속으로 들어가기 훨씬 쉬워지니까요. 매미의 유충과 성체는 자주 보지만, 알을 본 적은 거의 없을 겁니다. 알을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쉽습니다. 근처 공원이나 학교에서 시든 나뭇가지가 있는 나무를 찾아보세요. 땅에 떨어진 가지여도 괜찮습니다. 나뭇가지 표면을 잘 보면 마치 칼로 흠집을 낸 듯한 산란 흔적이 보이는데, 이걸 찾았다면 매미알 관찰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제 산란흔적이 있는 나뭇가지를 칼로 조심스럽게 벗겨내면, 가지 속 물관 부위에 쌀알 같은 흰색 매미알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멋진 장면을 직접 관찰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여름마다 듣는 매미의 울음은, 사실 수컷이 짝을 찾기 위해 목숨 걸고 내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나무 끝이 말라있는 가지는 암컷이 남긴 또 다른 흔적이죠. 소음처럼만 들리던 울음소리, 그냥 병든 것처럼 보이던 가지가 사실은 새로운 생명을 위한 과정이였던 겁니다. 희귀한 생물을 찾아 멀리 갈 필요는 없습니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에도 놀라운 과학적 비밀이 숨어 있거든요. 매미의 울음소리와 시든 가지 속에서, 여러분도 직접 그 신비를 발견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