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의 작품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이 질문을 과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물리학과 천문학을 하는 궁극적 이유이기도 하죠. 따라서 이는 현대우주론의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그림으로도 소개됩니다. “우주와 세상은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이며 어디를 향해 진화하는가?” 이 심오한 질문에 대한 해답은 여러 관점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우리는 어떻게 생겨났는가?”와 같은 질문이 좀 더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현대물리학의 관점에서 이 질문을 되새겨 본다면 ‘중력’이라는 힘에 의해 발생한 필연적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687년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은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중력을 설명했습니다. 이 법칙에 따르면 중력은 ‘두 질량을 가진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입니다. 191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중력을 ‘힘’이 아닌 ‘질량을 가진 물체가 만들어 내는 시공간의 휘어짐’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재정립했습니다. 이것이 일반 상대성 이론입니다. 1939년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Robert Oppenheimer, 1904~1967)와 하틀랜드 스나이더(Hartland Snyder, 1913~1962)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우주공간의 먼지가 오로지 중력의 힘만 받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우주의 물질들은 필연적으로 중력에 의해 서로 뭉쳐서 중력 수축을 시작할 것이고 결국 한없이 수축해 블랙홀을 만들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죠. 이것을 ‘오펜하이머-스나이더 붕괴(Oppenheimer Snyder Collapse)’라 부릅니다. 그러나 물질이 수축해 블랙홀로 진화하는 일은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주공간의 물질들이 중력에 의해 뭉쳐지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뭉쳐지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물리 법칙이 작용합니다. 별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물질은 수소입니다. 이 물질들은 중력 수축에 의해 원시별을 형성하고 수축이 계속됨에 따라 밀도가 높아지면서 압력이 커집니다. 이때 중력에 의해 속박된 입자들의 중력 위치 에너지가 운동 에너지로 변환되면서 온도가 상승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충분한 온도와 압력에 도달하게 됩니다.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 수소 원자핵 4개가 헬륨 원자핵 1개로 변환됩니다. 이때 약 0.7%의 질량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방출됩니다. 이때 방출되는 열과 빛에 의한 복사압은 중력 수축과 평형을 이룹니다. 별이 중력에 의해 더 이상 수축하지 않고 유한한 크기를 유지하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중심부에서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별을 주계열성(main sequence star)이라 부릅니다. 별은 대부분의 일생을 주계열성 단계에서 보냅니다. 별이 생성될 당시의 질량과 합성된 원소에 따라 수소 핵융합 반응 기간이 정해집니다. 이 반응이 끝나면 별 내부에서 헬륨 연소 과정이 일어나는 헬륨 핵융합 반응이 일어납니다. 헬륨 3개가 합성돼 탄소가 만들어지며 일부 탄소는 헬륨과 반응해 산소를 만듭니다. 이후 탄소 연소 과정에서 산소, 네온, 마그네슘, 실리콘 등이 합성됩니다. 이후 산소, 네온, 마그네슘, 실리콘의 연소 과정이 연속적으로 고온의 별 내부에서 일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실리콘, 황, 칼슘, 철이 생성됩니다. 핵자의 결합에너지는 수소에서부터 철까지 급속도로 증가하다가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이때까지의 핵융합 반응 단계에서 중력과 평형을 이뤘던 복사압이 사라지므로 별의 중심부는 다시 중력 붕괴를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별은 질량에 따라 운명이 달라집니다. 태양 질량의 약 10배 이하 별들은 중력에 의해 중심핵이 수축되다가 중력과 전자의 축퇴압(electron degeneracy pressure)이 평형을 이루는 백색왜성(white dwarf)으로 진화합니다. 이 백색왜성의 최대 질량은 태양 질량의 약 1.4배로 이를 찬드라세카르 한계(Chandrasekhar limit)라 부릅니다. 한편 태양 질량의 약 10배 이상 별들은 중심부가 계속해서 수축되다가 초신성 폭발을 합니다. 이로 인해 별의 외부층이 날아가고 남은 중심핵이 중성자별이 됩니다. 중성자별 내부에선 중력과 중성자 축퇴압(neutron degeneracy pressure)이 평형을 이룹니다. 중성자별의 최대 질량은 (이론적으로) 태양 질량의 약 3배이며 이를 톨만-오펜하이머-볼코프 한계(Tolman-Oppenheimer-Volkoff limit)라 부릅니다. 이 한계를 넘는 질량의 별들은 수축하는 중력을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블랙홀로 진화합니다. 초신성 폭발로 흩어진 잔해들은 별의 연소과정에서 생긴 다양한 원소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 원소들은 다시 중력 수축으로 뭉쳐질 수 있는 씨앗이 됩니다. 별의 또 다른 파국은 중성자별의 충돌 같은 사건입니다. 충돌로 인해 다량의 중성자가 방출되고 철보다 무거운 중원소의 합성이 일어납니다. 이 합성으로 금, 백금, 우라늄, 플루토늄 같은 원소가 생성됩니다. 이처럼 별은 우리를 구성하는 많은 원소들의 합성이 일어나는 원소의 생성 공장입니다. 이제 ‘우리가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대한 답을 찾으셨나요? 탄생의 순환고리 중심에는 항상 중력이라는 힘이 있습니다. 세상 만물의 원천이 되는 다양한 원소들은 중력에서 비롯된 별의 생성, 진화, 파국의 순환에서 만들어졌죠. 중력은 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힘이며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원동력입니다. 별의 폭발로 흩어진 잔해에 포함된 원소들이 중력에 의해 합성되고 그것이 다시 별이 되죠. 따라서 별의 죽음은 별의 탄생을 뜻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죽음을 별이 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전혀 시적인 것만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