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대부분 회오리 모양의 나선팔을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 납작한 원반 형태 위에 나선 구조의 패턴이 있는 이런 은하를 '나선은하'(Spiral galaxy)라고 합니다. 우리은하도 전형적인 나선은하에 속합니다. 나선은하는 다시 중심부의 막대 구조 유무와 나선팔의 개수, 나선팔이 휘감긴 정도 등에 따라 나뉩니다. 하지만 모든 은하가 나선 모양은 아닙니다. 원반 형태는 있지만 나선 구조가 없는 은하는 '렌즈형 은하(Lenticular galaxy)’로 부릅니다. 원반과 같은 특별한 구조 없이 별들이 타원형으로 퍼져 있는 '타원은하(Elliptical galaxy)'도 있습니다. 특정한 형태로 분류할 수 없는 '불규칙 은하(Irregular galaxy)'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은하 분류 체계는 에드윈 허블(Edwin Powell Hubble, 1889~1953)의 '튜닝포크 다이어그램(Tuning fork diagram)'을 기반으로 합니다. 은하 분류 체계를 시각화하면 Y자 모양처럼 양 갈래로 갈라진 모습이 되는데요, 이 모습이 음악에서 사용하는 소리굽쇠인 ‘튜닝포크(Tuning fork)’와 비슷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습니다. 타원은하는 찌그러진 정도에 따라 자세히 나뉩니다. 찌그러짐이 심한 타원은하는 렌즈형 은하와 이어집니다. 렌즈형 은하는 다시 막대 구조 유무에 따라 나선은하로 이어집니다. 각 갈래는 나선팔의 구조적 특징에 따라 더욱 자세히 나뉩니다. 튜닝포크 다이어그램을 만들었던 20세기 초반, 허블은 타원은하가 렌즈형 은하를 거쳐 나선은하로 진화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과학계에서는 우주 구조가 단순한 형태에서 복잡한 형태로 진화한다는 통념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추가 관측과 분석을 통해 허블은 이 튜닝포크 다이어그램이 진화 순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고 정정했습니다. 하지만, 튜닝포크 다이어그램의 영향은 지금까지 이어져 학계에서는 여전히 타원은하를 '초기형 은하(Early-type galaxy)’, 나선은하를 '만기형 은하(Late-type galaxy)’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은하는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이었던 걸까요? 아니면, 형태가 바뀌어 온 걸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계층적 병합에 의한 구조 형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표준 우주 모형에 따르면, 작은 암흑물질 헤일로가 먼저 생겨난 뒤 서로 병합해 큰 구조를 이룹니다. 헤일로 안쪽으로 유입된 바리온 물질은 높은 밀도와 온도로 뭉치면서 별을 형성합니다. 헤일로 중심에서 형성된 별의 집단이 바로 은하이지요. 작은 크기의 헤일로에서 생긴 은하를 '왜소은하(Dwarf galaxy)'라고 하는데요. 이 왜소은하들이 서로 병합하면서 거대은하로 성장합니다. 그런데 이 병합은 단순히 덩치만 키우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각 은하의 질량과 특성, 충돌 방향에 따라 형태와 물리적 특성이 크게 변화합니다. 천문학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가리켜 ‘은하가 진화한다’고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거대은하와 왜소은하가 병합할 경우, 왜소은하는 거대은하에 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고 흡수됩니다. 하지만 비슷한 질량의 두 은하가 병합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하나로 병합하는 두 은하는 극심한 진화를 겪으며 병합 이전과는 매우 다른 특성을 보일 수 있죠. 특히 비슷한 질량의 두 나선은하가 정면충돌하면, 안정적인 원반 구조가 붕괴하며 거대한 타원은하로 합쳐지게 됩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현재의 나선은하는 질량이 비슷한 은하와 합쳐지는 격렬한 병합을 겪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질량이 작은 왜소은하를 흡수하며 성장한, 비교적 조용한 환경에서 진화해 온 은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선은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은하가 형성된 후에도 가스는 지속적으로 헤일로 바깥에서 유입됩니다. 유입 초기의 가스는 매우 약한 회전 성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은하 내부로 들어오면서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의해 회전 성분이 증가합니다. 그 결과 가스는 회전 운동을 유지하며 얇은 가스 원반을 형성합니다. 가스 원반을 따라 별이 탄생하면서 별로 이루어진 원반도 생겨납니다. 이렇게 형성된 원반 구조는 질량이 비슷한 은하와 병합하지 않는 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원반 자체의 중력적 불안정성과 주변 은하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밀도파(density wave)가 생성되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나선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죠. 다양한 형태의 은하를 관찰하는 것은, 마치 숲속 나무들을 관찰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나무의 전체 생애를 관측할 수 없지만, 다양한 크기와 나이, 모양의 나무들을 통해 그 과거와 미래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은하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하의 다양한 형태학적 구조, 질량, 색깔, 밝기 등은 그 은하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진화를 거쳐왔는지 알려주는 흔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