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인류는 또 하나의 우주 관측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바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이 보내온 첫 번째 사진이 지구에 도착한 것이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인류가 지금까지 우주로 쏘아 올린 망원경 중 가장 크고 정밀합니다. 여기 보이는 것이 바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최초로 찍은 사진인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독특한 무늬가 눈에 띕니다. 이 무늬는 사진 이곳저곳에서 보입니다. 특히 밝은 별 주위에는 꼭 뾰족한 가시처럼 튀어나온 선, 즉 스파이크가 규칙적으로 나타납니다. 길쭉한 스파이크 여섯 개와 짧은 스파이크 두 개가 겹쳐 있는 모습이죠. 서로 다른 대상을 촬영한 사진에도 같은 형태의 무늬가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점인 줄 알았던 부분도 확대해 보면 이런 무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혹시 외계인이 보낸 신호일까요? 다른 사진을 더 볼까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최초로 찍은 네 사진 중 하나입니다. 팔렬성운(NGC 3132)이라는 곳을 찍은 사진입니다. 그런데 마침 이 성운은 이전에 허블 우주망원경(HST)도 촬영한 적이 있습니다. 두 사진을 비교해볼까요? 색깔이 조금 다른 걸 빼면, 역시 두 사진 모두 전체적으론 비슷하죠. 자,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사진에서는 뾰족한 스파이크 모양이 여기저기서 보이는데요, 허블 우주망원경 사진에서는 어떨까요? 어라, 스파이크가 눈에 띄지 않네요. 똑같은 부분을 비교해봐도, 허블 우주망원경은 스파이크가 없는 거의 동그라미에 가까운 모양이 나옵니다. 사실 이 스파이크 무늬의 원인은 훨씬 더 단순하고 과학적입니다. 바로 망원경 구조에서 비롯된 ‘회절(diffraction)’ 현상입니다 먼 천체를 망원경으로 관측할 때, 천체에서 나온 빛은 망원경 바깥으로도 많이 지나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직 주경으로 들어온 빛만 관측할 수 있죠. 이건 마치 먼 바다에서 온 파도가 대부분 방파제에 막히고, 일부만 틈으로 들어오는 것과 비슷해요. 어, 그런데 틈을 지나간 파도의 모양은 그 전과는 달라 보이네요? 파도는 틈을 만나기 전에는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틈을 통과한 뒤에는 이곳저곳으로 퍼지게 됩니다. 틈이 좁을수록 원형으로 퍼지고, 틈이 넓을수록 좀 더 틈을 만나기 전처럼 한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하죠. 파도만 그런 것이 아니라, 파동(wave)으로 된 것은 모두 이런 현상을 보입니다. 이것을 회절(diffraction)이라고 하죠. 거실에서 틀어놓은 TV 소리가 옆방에서 들리는 것도 소리의 회절 덕분입니다. 이 회절이라는 파동의 성질은 물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파동은 장애물이나 좁은 틈을 지나면서 원래 진행하던 방향에서 벗어나 주변으로 퍼집니다. 빛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기 때문에 망원경의 구조에 따라 회절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우리가 관측한 별빛 주변에 일정한 무늬가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두 망원경에는 어떤 차이가 있길래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그 핵심은 ‘주경’, 즉 망원경의 거울 형태에 있습니다. 마치 파도의 회절이 틈의 모양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망원경으로 들어온 빛은 주경의 모양에 따라 모양이 달라집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주경은 커다란 단일 원형 거울입니다. 여기서 회절되는 빛은 동그란 모양을 띱니다. 그래서 우리가 허블 우주망원경을 통해 보는 별은 동그란 모양입니다. 별이 크기가 있는 점처럼 보이는 이유지요. 반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주경 구조는 18개의 육각형 조각이 벌집처럼 붙어 있는 형태입니다. 이를 조각거울(segmented mirror)이라고 부르며, 이 구조는 발사체에 큰 거울을 접어 실을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각거울 주경은 빛의 회절을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육각형 모양의 거울이 만들어내는 간섭무늬가 여섯 방향의 스파이크를 만들어내고, 중앙을 지나는 보조 구조물까지 더해지면 두 개의 짧은 스파이크가 추가로 생깁니다. 망원경의 주경이 복잡한 모양을 띠는 바람에, 회절된 빛도 모양이 아주 복잡해지는 것이죠. 이처럼 망원경으로 별빛을 관측할 때 우리는 단순히 별빛을 보는 것만이 아닙니다. 관측 결과에서는 망원경 자체의 구조와 광학 원리까지도 함께 드러나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허블보다 훨씬 먼 거리의 빛을 감지할 수 있는 적외선 우주망원경입니다. 이를 위해 초정밀한 조각거울 구조와 방사선 차폐막 등 복잡한 장치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원래 없는 스파이크가 생긴다는 점은 아쉽지만, 덕분에 거대한 우주망원경이 우주에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지요. 따라서 사진에 나타나는 회절 스파이크는 이 망원경의 뛰어난 광학 성능과 기술적 진보의 상징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