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6년, 프랑스의 화학자 앙리 무아상(Henri Moissan, 1852~1907)은 실험실에서 그동안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도전에 나섰습니다. 바로 플루오린(F)이라는 원소를 순수한 형태로 분리해내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 실험은 목숨을 건 모험이나 다름없었습니다. 1671년, 플루오린화 수소가 발견된 뒤 순수한 플루오린을 분리하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도전했지만, 강한 독성으로 인해 대부분 실명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무아상은 플루오린 기체를 분리해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가 얻어낸 플루오린은 상상을 초월하는 반응성을 보였습니다. 다른 물질들과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물론, 백금 같은 귀금속까지도 부식시킬 정도였죠. 플루오린은 17족 원소, 즉 할로젠 원소의 일원입니다. 할로젠 원소들은 화학계에서 가장 반응성이 강한 원소들로 유명합니다. 이들의 무시무시한 반응성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분자를 이루는 각각의 원자는 가장 바깥쪽 전자껍질에 전자가 8개 들어있을 때 가장 안정합니다. 따라서 원자들은 최외각 전자껍질에 8개의 전자를 갖기 위해 결합을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옥텟 규칙’이라고 합니다. 할로젠 원소들이 이토록 반응성이 강한 이유는 바로 전자 배치에 있습니다. 이들은 가장 바깥쪽 전자껍질에 전자가 일곱 개 있습니다. 안정적인 상태가 되려면 전자가 딱 하나 부족한 상황이죠. 그래서 이들은 그 마지막 전자 하나를 얻기 위해 굶주린 맹수처럼 다른 원자들을 끊임없이 공격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다른 원자로부터 전자를 빼앗아 음이온이 되려는 경향이 강하여 격렬한 화학 반응을 일으킵니다. 특히 이들은 1족이나 2족 원소와 결합하여 안정한 염을 만듭니다. 1족과 2족 원소들은 옥텟 규칙을 만족하기 위해 자신의 전자를 쉽게 내어주기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1족의 나트륨(Na)과 17족의 염소(Cl)가 결합한 소금(NaCl)이 있습니다. ‘할로젠’이라는 이름도 ‘소금을 만든다’는 뜻의 그리스어 할로스 제네스에서 유래했습니다. 주변에 다른 물질이 없다면 직접 이원자 분자를 형성하여 옥텟 규칙을 만족시킵니다. 17족에는 플루오린(F), 염소(Cl), 브로민(Br), 아이오딘(I) 등의 원소가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높은 반응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지만, 각각 독특한 특성을 보입니다. 플루오린은 할로젠 원소 중 가장 작고 반응성이 강합니다. 심지어 귀금속인 금이나 백금과도 높은 온도에서 반응할 수 있죠. 하지만 플루오린 화합물은 꽤 유용하게 쓰이기도 합니다. 플루오린화 나트륨(NaF)은 치약에 첨가되어 치아를 강화하고 충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테프론’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olytetrafluoroethylene, PTFE)은 열에 강하고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 프라이팬의 코팅제로 쓰이기도 합니다. 플루오린 아래에 위치한 염소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할로젠입니다. 나트륨과 결합한 소금은 음식의 맛을 내는 데에도 필수적이고 우리 몸의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표백제나 수돗물 소독에 이용되기도 하죠. PVC는 염화 수소(HCl)를 원료로 합성한 고분자 화합물로 파이프, 배관, 전선 등의 제조에 사용됩니다. 세 번째 할로젠 원소는 브로민(Br)입니다. 브로민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두 원소 중 하나입니다. 과거엔 브로민화 은이 사진의 감광제로 쓰였고, 디브로모인디고는 조개에서 추출되는 천연 보라색 염료의 성분이기도 합니다. 아이오딘(I)은 고체 상태이지만 승화해서 보라색 증기를 만들어냅니다. 우리에게는 알코올에 아이오딘, 아이오딘화 칼륨(KI)을 녹인 요오드팅크 소독약으로 친숙한 물질입니다. 뿐만 아니라 반응성이 큰 할로젠 원소들은 여러 화합물을 형성하며 각각의 독특한 특성에 따라 활용되고 있습니다. 무아상이 실명을 각오하며 도전했던 플루오린 분리 실험은 할로젠 원소들의 무시무시한 반응성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오죽 어려웠으면 1906년, 무아상이 플루오린을 분리한 공로로 주기율표를 창시한 멘델레예프를 제치고 노벨 화학상을 받았을까요? 전자 하나가 부족하다는 단순한 이유로 이들은 화학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반응성이 오히려 우리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17족 원소는 전자를 탐내는 탐욕스러운 사냥꾼이자,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마법사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