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은 생활필수품입니다. 지금 어디에 있든지 주위를 돌아보면 여러분을 비추는 거울이 하나쯤은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거울 중 표면이 울퉁불퉁한 거울을 본 적이 있나요? 아마 없을 것입니다. 거울의 작은 영역에 이물질이 묻어서 더러워지기만 해도 그 부분은 더 이상 잘 보이지 않죠. 반면 거울이 아니더라도 금속과 같이 광택이 있는 매끈한 표면은 거울처럼 작용합니다. 잔잔한 호수에도 산이 비쳐서 예쁜 풍경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같은 호수라도 바람이 불어 물결이 넘실거릴 때는 더 이상 산이 비치지 않습니다. 왜 매끈한 표면에만 물체가 반사되는 것일까요? 먼저 우리가 물체를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봅시다. 본다는 것은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눈은 렌즈의 역할을 합니다.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 눈을 통과하면서 눈 안에 있는 망막에 물체의 상이 맺혀 물체를 인식하는 것이죠. 빨간 사과를 예로 들어봅시다. 방에 있는 조명에서 출발한 빛은 사과에서 여러 방향으로 반사됩니다. 이때 주로 빨간색이 반사되기 때문에 사과가 빨갛게 보입니다. 사과에서 반사돼 여기저기로 뻗어가는 빨간 빛 중 일부가 우리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우리 눈에 있는 렌즈(수정체)를 거쳐 망막에 사과의 상이 맺히고, 우리는 사과를 인식합니다. 이때 빛은 공기 중에서 직진하기 때문에 우리는 눈 앞쪽에 있는 물체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 거울은 어떻게 우리 뒤에 있는 물체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걸까요? 우리가 거울로 눈 뒤에 위치한 물체를 볼 수 있는 건 반사 때문입니다. 반사는 빛이 거울과 부딪혔을 때 가던 길을 되돌아 가는 것을 말합니다. 형광등에서 나온 빛이 사과에서 반사됩니다. 그 빛 중 거울을 향해 가던 빛들이 거울에 반사돼 다시 내 눈에 들어옵니다. 따라서 사과를 거울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반사된 빛과 거울의 표면이 이루는 각도는 입사한 빛과 거울의 표면이 이루는 각도와 같습니다. 서로 평행한 빛이 매끈한 거울에서 반사된다면 반사된 이후에도 평행합니다. 그럼 만일 거울의 표면이 울퉁불퉁하다면 어떻게 될까요? 표면이 울퉁불퉁하다는 것은 거울의 부분 부분을 이루는 면들이 서로 다른 각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울퉁불퉁한 거울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거울에 들어가기 전에는 평행했던 빛이 서로 다른 각도를 가진 면에서 반사된 이후에는 더 이상 평행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거울은 거울로서 기능할 수 있을까요? 내 뒤에 있는 빨간 사과를 거울을 통해서 보는 경우를 다시 생각해 봅시다. 방에 있는 조명에서 출발한 빛은 사과에서 여러 방향으로 반사됩니다. 이 다양한 각도로 반사된 여러 갈래의 빛이 거울에 도달합니다. 거울이 매끈하다면 여러 갈래의 빛이 그대로 서로의 상대적인 각도를 유지하며 반사됩니다. 그리고 그중 일부가 우리 눈에 도달합니다. 이 빛들은 마치 거울 뒤편에 있는 사과에서 반사된 빛과 같은 경로로 내 눈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각막을 통해 망막에 사과의 상이 선명하게 맺혀 우리는 마치 거울 뒤에 사과가 있는 것처럼 사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거울이 울퉁불퉁하다면 어떨까요? 사과에서 온 빛들이 거울에서 반사된 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이 빛들이 우리 눈에 도달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사과의 상이 우리 눈 안에 맺히지 않습니다. 즉 뒤에 있는 사과를 보지 못하고, 거울이 더 이상 거울로서 기능하지 않습니다. 표면이 매끄러울수록 빛이 고르게 반사됩니다. 잔잔한 물 위에서는 얼굴이 잘 비치지만, 물결이 치는 파도 위에서는 얼굴이 잘 비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죠. 빛이 고르게 반사되어야 우리 눈에 도달해 상으로 맺히기 때문이죠. 이처럼 표면이 얼마나 매끄러운지는 거울의 질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빛 반사가 잘되도록 금속의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는 것은 옛날부터 고급 기술이었습니다. 과거에 거울은 사치이자 부의 상징이었죠. 이제는 거울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고, 누구나 흔히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됐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