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모든 정보를 책으로 옮긴다면 몇 글자가 필요할까요? 계산해봅시다. 만약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의 종류와 그들의 위치 에너지 상태를 상세히 기록하려고 한다면 그 방대한 정보량을 담기 위해서는 계산에 착수하기 전에 결정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언어로 표현할지 정해야 합니다. 환경을 고려해 종이 페이지를 아끼려면 아무래도 영어보다는 중국어를 선택하는 게 좋겠습니다. 26개의 알파벳보다는 3000개 이상의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어가 더 짧은 문장에 함축된 정보를 담아낼 수 있으니까요. 세상에 우주(宇 집 우)를 뜻하는 글자가 따로 있는 언어는 흔치 않습니다. 반면 예상치 못한 사고로 글자가 소실될 경우에 대비한다면? 리스크가 큰 쪽은 한자일 것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영어라면 지워진 알파벳 하나를 추측해서 원래 메시지를 복원할 확률은 1/26입니다. 하지만 지워진 한자를 맞출 확률은 1/3000입니다. 경우의 수가 많을수록 불확실성은 커집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정보는 큰 가치를 갖습니다. 마라톤평원 전투의 승전보를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200 km를 달린 전령의 이야기는 전쟁의 결과가 그만큼 예상치 못했던 것임을 의미합니다. 뭐든지 측정하기 좋아하는 과학자들은 정보의 값어치를 따지기 위한 단위로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지고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엔트로피는 증가합니다. 모든 정보는 물리적 실체를 가집니다. 예를 들어 외계인에게 동전으로 정보를 전달한다고 생각해보죠. 동전은 앞면과 뒷면이라는 두 가지 경우의 수만 가질 수 있습니다.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많은 수의 동전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26가지 경우의 수를 가지는 영어 알파벳보다 비효율적입니다. 상자가 많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을까요? 6가지 경우의 수를 가지는 육면체 주사위를 사용해봅시다. 하지만 이 역시 좋지 않은 방법이 될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동전보다 주사위가 물리적으로 더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동전의 경우 바닥이 조금 흔들린다 해도 면이 뒤집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주사위의 경우 바닥이 흔들리면 면이 바뀔 수 있죠. 그렇게 된다면 주사위로 전하려던 정보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돼 버립니다. 이처럼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는 물리적으로 불안정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물리적 실체의 엔트로피는 점점 증가합니다. 즉 점점 무질서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두 개의 동전을 던졌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때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총 네 가지입니다. 두 동전의 면이 같을 확률과 다를 확률은 1/2로 같죠. 그런데 동전의 개수를 늘린다면 동전이 모두 같은 면일 확률은 점점 0에 수렴하며 낮아집니다. 반대로 말하면 거의 항상 무질서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죠. 큰 수 앞에서는 확률의 문제가 일종의 법칙이 되는 셈입니다. 모든 자연적인 변화는 예외 없이 무질서함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물에 떨어진 잉크 방울이 확산하는 것이나 방이 어지러워지는 것처럼 말이죠. 퍼진 잉크가 다시 자발적으로 뭉치는 것을 목격한다면 매우 기이한 기분이 들 것입니다. 즉 우리는 엔트로피의 증가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방이 어지러워지는 것에 자책하지 마세요.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우주의 법칙이랍니다. 그래서 결국 우주의 모든 정보를 책으로 옮긴다면 몇 페이지가 필요할까요? 정확한 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어제보다 더 많은 페이지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엔트로피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우주에 담긴 정보의 총 양을 계산하는 것은 현시대의 물리학자들이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는 중요한 난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