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에서 시간은 절대적인 개념입니다. 물론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간의 상대성이 있어 길어지고 짧아지기도 하지만,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시간을 역행시키기 위해서는 광속보다 더 빨라야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시간이 거꾸로 가는 듯한 행성이 있습니다. 바로 수성입니다. 상상해보세요. 여러분은 수성의 메마른 평원에 서서 일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윽고 커다란 태양이 동쪽 지평선에서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태양이 하늘 높이 올라가던 중 갑자기 멈춥니다. 그러더니 태양이 서서히 뒤로 물러나며 떠올랐던 바로 그 동쪽 지평선으로 되돌아가 사라집니다. 마치 영상을 되감는 듯한 이 순간,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잠시 후 태양은 다시 같은 지평선에서 두 번째로 떠올라 계속 하늘을 가로질러 갑니다. 이처럼 수성에서는 일출이 두 번에 걸쳐 일어나는 놀라운 현상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태양이 마치 뒤로 물러나는 듯한 이 신기한 현상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요? 오랫동안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시간을 정의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바로 '태양일'입니다. 태양일이란 한 행성에서 태양이 하늘의 같은 위치로 다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며, 지구에서는 약 24시간입니다. 이 24시간을 기준으로 만든 시간이 바로 '태양시'입니다. 태양이 하늘에서 가장 높이 떠 있는 시간을 '정오'로 정의하죠. 우리의 시계, 달력, 생활 리듬 모두 이 '태양시'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이 태양일은 자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공전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행성이 자전하면서 동시에 태양 주위를 돌기 때문에, 태양이 다시 같은 위치에 도달하려면 원래보다 약 0.986도만큼 더 자전해야 합니다. 이 부분을 잘 기억해두세요. 이제 수성 이야기를 해볼 차례입니다. 수성은 태양에 가장 가까운 행성으로, 지구보다 훨씬 빠르게 태양 주위를 돕니다. 공전 주기는 87.97일로 지구에 비해 매우 짧습니다. 하지만 자전 주기는 58.65일로 상당히 느리게 회전합니다. 단순히 공전 주기가 짧고, 자전 주기가 길다고 태양의 역행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성에서 태양이 역행하는 이유는 바로 공전 이심률 때문입니다. 공전궤도가 얼마나 찌그러진 타원인지를 나타내는 공전 이심률이 수성의 경우 0.206으로, 지구의 0.0167보다 약 12배나 높습니다. 이 높은 이심률로 인해 수성과 태양 사이의 거리는 크게 변합니다. 수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인 근일점에서는 4600만 km, 가장 멀어지는 지점인 원일점에서는 6982만 km로 무려 2382만 km나 차이가 납니다. 행성이 태양에 가까울 때 빨리 움직이고 멀 때 느리게 움직인다는 케플러 제2법칙에 따라 수성의 공전 속도도 크게 달라집니다. 근일점에서는 초속 58.98km, 원일점에서는 초속 38.86km로 초속 20.12km만큼의 속도 차이를 보입니다. 따라서 수성이 근일점 근처를 지날 때, 급격히 빨라진 공전 각속도가 느린 자전 각속도를 일시적으로 앞지르게 됩니다. 앞서 지구의 경우를 말씀드린 것을 기억해 보세요. 공전은 천구상에서 태양을 동쪽으로 움직이게 하는 속도 성분이고, 자전은 태양을 서쪽으로 움직이는 성분입니다. 평상시에는 자전의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태양이 서쪽으로 이동하지요. 공전 각속도가 빨라질수록 태양은 천구상에서 점점 느리게 움직이는데, 수성의 경우 근일점 근처에서는 공전 효과가 자전 효과를 압도하며 태양이 아예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이지요. 이로 인해 수성의 특정 지역에서는 태양의 역행과, 두 번의 일출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수성에서 보는 태양은 지구에서 보는 것의 2.5배이기 때문에 이 현상은 더욱 극적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여기는 시간의 흐름이 관측자의 위치와 주변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입니다. 시간이 되돌아가는 듯한 착각을 주는 수성의 태양 역행 현상은 우주가 얼마나 경이롭고 신비로운 곳인지를 알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