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큰 마음을 먹고 대청소를 합니다. 화장실 곰팡이를 제거하고, 책상을 정리하며, 빨래와 설거지를 마칩니다. 어느새 깨끗해진 집을 보며 뿌듯한 마음이 들겠지요. 하지만 얼마 안가 책상엔 잡동사니가 늘어나고, 바닥엔 키우는 강아지 털이 날리고, 소파에는 과자 부스러기가 달라붙습니다. 며칠 후엔 화장실에 다시 세균이 증식해서 울긋불긋하게 됩니다. 아무리 청소를 해도 그 순간일 뿐, 시간이 지나면 집은 다시 더러워집니다. 대체 왜 집은 결국 더러워지는 것일까요? 열역학에는 어떤 물리적 또는 화학적 과정이 일어날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법칙이 있습니다. 바로 열역학 제2법칙입니다. 이에 따르면 우주의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과정은 자발적으로 일어납니다. 여기서 무질서도라는 생소한 개념이 등장합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합시다. 고체를 이루는 분자들은 어떤 고정된 위치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제자리에서 벌벌 떨 수는 있죠. 반면, 액체 상태의 분자들은 한정된 범위 안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서로 자리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기체는 어떨까요? 기체 속 분자들은 서로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가끔 충돌할 수는 있지만 서로 잡아당기거나 밀쳐내는 힘은 거의 작용하지 않죠. 이들은 매우 빠르게 날아다니기 때문에 상호작용할 시간도 아주 짧습니다. 고체에서 기체로 갈수록, 분자들이 무질서하게 움직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고체, 액체, 기체 순으로 무질서도가 커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무질서도의 척도를 엔트로피(S)라고 합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우주의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과정은 자발적으로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의 모든 고체나 액체는 시간이 지나면 전부 기체로 변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체 상태인 수증기가 100℃보다 낮은 온도에서 액체로 자발적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관찰하는 반응의 무질서도가 감소한다고 해도 전체 우주의 무질서도는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 반응으로 인해서 주변의 무질서도가 크게 증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변의 무질서도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처럼 우주 전체의 무질서도의 증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관찰하는 변화가 자발적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요? 바로 어떤 현상의 ΔH – TΔS 값을 계산하면 가능합니다. ΔH는 엔탈피(열)의 변화량, T는 온도, 그리고 ΔS는 엔트로피의 변화량입니다. 이 값이 음수라면 그 과정은 저절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열이 빠져나가고(ΔH가 음수) 무질서도가 증가(ΔS가 양수)하면 그 과정은 언제나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집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집에는 여러 생명체가 살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덩치가 큰 생명체는 바로 사람이죠. 이 사람이 아침 식사로 버터를 바른 토스트를 만들어 먹으며 에너지를 채우는 순간부터 집의 변화를 살펴봅시다. 토스트 속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있습니다. 이들은 몸 속으로 들어오면 아주 작은 화합물들로 쪼개집니다. 탄수화물은 많은 수의 포도당으로, 단백질은 아미노산 분자들로, 지방은 지방산과 글리세롤 분자로 바뀌죠. 우리 몸은 이들을 다시 화학적으로 변화시킵니다. 포도당을 공기 중 산소와 반응시켜 이산화탄소와 물로 만들죠. 또한 지방산과 아미노산을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물 등의 더 작은 분자로 만들어냅니다. 사람은 이들을 활용해 새로운 세포와 호르몬을 만들 수 있죠. 또한 사람 몸에서는 오래된 각질이나 머리카락이 떨어집니다. 이를 먹고 세균과 곰팡이가 화장실에서 증식합니다. 집 전체적으로 볼 때 내부의 무질서도가 증가(ΔS가 양수)했습니다. 우리 중 대부분은 청소를 싫어하고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숨만 쉬고 있어도 우리의 몸에서는 열이 빠져나갑니다(ΔH가 음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집은 건축물과 그 안에 사는 생명체의 집합이라 할 수 있으므로 이것은 집의 열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집의 절대 온도는 항상 양수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 상황에서 ΔH – TΔS 값은 항상 음수가 됩니다. 우리가 숨만 쉬어도 집이 더러워지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청소를 아무리 하더라도 집은 다시 더러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럼 집은 언제 깨끗해질까요? 청소를 하면 집의 무질서도가 감소(ΔS가 음수)합니다. 따라서 ΔH – TΔS 값이 음수가 되려면 매우 많은 열이 발생(ΔH가 매우 작은 음수)해야 합니다. 큰 에너지를 사용해야 집이 깨끗해진다는 뜻이지요. 역시 청소는 참 힘이 많이 빠지는 일입니다. 정돈된 상태와 지저분한 상태의 적당한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