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JWST)이 본격적으로 관측에 돌입했습니다. 지름 6.5m의 거대한 주경과 극도로 민감한 적외선 검출기를 갖춘 JWST는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훨씬 더 멀리, 즉 훨씬 더 먼 과거를 볼 수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마침내 우주 초기의 모습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런데 관측 초기부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빅뱅 후 불과 5억 년 시점의 우주에서 발견된 초기 은하가 너무 크고, 너무 밝고, 너무 많았던 것입니다. 이론적 예측보다 100배 무거운 은하까지 발견되자 천문학계는 당황했습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빅뱅(Big Bang)으로부터 38만 년 뒤, 우주는 충분히 식으며 특정 온도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그동안 곤죽처럼 뒤엉켜 있던 빛과 바리온(baryon)이 분리되기 시작합니다. 바리온은 양성자나 중성자처럼 쿼크 세 개로 이루어진 입자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물질은 대부분 바리온입니다. 물질에서 벗어난 빛은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가로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Cosmic Microwave Background)입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빛입니다. 그 후 별이 태어나기 시작하는 1~2억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우주를 ‘암흑’에 비유할 수 있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이 시기에는 CMB와 같이 원자 수준에서 발생하는 미약한 빛이 우주를 가로지르고 있었지만, 별이나 은하처럼 스스로 강한 빛을 발산하는 천체가 생기기 전이었습니다. 우주 초기에는 각 지역의 밀도가 평균 밀도보다 약간 높거나 낮았습니다. 이 미세한 차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벌어졌습니다. 밀도가 높았던 영역은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끌어모았습니다. 더 많은 물질이 모일수록 중력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태초의 미세한 밀도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필라멘트와 같은 우주의 거대 구조물로 이어졌습니다. 밀도가 정점을 이루는 곳에서는 물질이 강하게 결집해 헤일로(halo)를 형성했습니다. 헤일로는 중력 퍼텐셜 우물(gravitational potential well)을 만들어 주변 물질을 안쪽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바리온은 암흑물질과 달리 빛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를 잃은 바리온은 암흑물질보다 헤일로의 중심 영역으로 더 쉽게 끌려 들어왔습니다. 우주에는 암흑물질이 바리온보다 약 5배 더 많지만, 헤일로의 중심으로 갈수록 바리온이 더 많은 이유입니다. 헤일로 중심에 밀집한 바리온은 중력 붕괴를 일으키며 더 높은 밀도로 뭉쳤고, 결국 핵융합이 가능한 높은 온도에 도달했습니다. 핵융합으로 에너지와 빛을 발산하는 천체, 별이 태어난 것입니다. 이렇게 암흑과 같았던 우주 곳곳에서 첫 세대의 별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표준 우주모형의 계층적 병합 시나리오(hierarchical merging scenario)에 따르면, 우주 초기에 형성된 작은 규모의 헤일로는 중력에 의해 서로 병합하며 점차 더 큰 규모의 헤일로로 성장해 나갑니다. 첫 세대의 별을 품고 있는 작은 헤일로 역시 다른 헤일로와 병합하며 점차 더 큰 헤일로로 성장했습니다. 헤일로 안에 수많은 별이 생겨나고 안정된 구조를 이루면, 이를 '은하'라고 합니다. 첫 세대의 별이 태어난 후 1~2억 년이 지나서야 첫 세대의 은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JWST의 초기 우주 관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천문학자들은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상당히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JWST는 빅뱅 이후 5억 년도 채 지나지 않은 초기 우주에서 질량이 매우 거대한 은하를 발견했습니다. 그 질량은 표준 우주모형이 예측하는 첫 세대 은하의 질량 범위를 크게 초과합니다. 은하가 생겨나려면 그 토대가 되는 암흑물질 헤일로가 먼저 생겨야 합니다. 예측보다 빨리 형성된 거대 은하의 존재는 암흑물질 헤일로 역시 빨리 생겨나 성장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JWST의 관측 결과에 오차가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혹은 JWST가 관측한 영역이 구조물의 형성이 상대적으로 빠른 고밀도 지역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검증 결과 아직 특별한 문제점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표준 우주모형에 기반한 은하 형성 모델을 수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학계의 의견이 모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표준 우주모형 시뮬레이션에서 헤일로 안에서 별을 더 빠르게 생기도록 바리온 물리 모듈을 조정하자는 제안이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수준에서 표준 우주모형 자체의 수정이 불가피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는 표준 우주모형의 핵심 구성 요소인 암흑물질의 특성이나 우주 상수로 여기고 있는 암흑에너지의 시간적 변화, 그리고 우주 초기의 밀도 요동의 특성을 결정하는 인플레이션 모델을 수정하게 될 가능성을 포함합니다. JWST는 앞으로 더 많은 초기 우주의 은하들을 관측할 예정입니다. 이 새로운 데이터가 표준 우주모형을 보완할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이론의 필요성을 제기할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만약 표준 우주모형의 근본적 수정이 불가피하다면, 이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뿐만 아니라 우주의 나이와 운명에 대한 기본 가정들도 재검토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20세기 초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 물리학을 뒤바꾼 것처럼 21세기 우주론 역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