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대기 중으로 방출한 이산화탄소의 37%가량을 해양이 흡수했습니다. 과학자들은 대기와 해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인간이 방출한 탄소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추적하여 이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해양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대기 중 농도 증가를 완화해준 것은 기후변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해양 생물들은 새로운 환경 변화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산화탄소 흡수로 인한 해양 산성화입니다. 해양 산성화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특히 탄산칼슘 패각을 가진 바다달팽이와 같은 해양 생물들에게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을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전 지구적으로 대기와 바다 사이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끊임없이 교환됩니다. 이를 과학적으로는 용해도 평형이라고 부릅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바다로 녹아듭니다. 용해된 이산화탄소는 물과 결합하여 탄산(H₂CO₃)이 됩니다. 탄산은 중탄산이온(HCO₃⁻)과 수소이온으로 해리되고, 중탄산이온은 다시 탄산이온(CO₃²⁻)과 수소이온으로 해리됩니다. 이렇게 해수에 용해되어 있는 탄산, 중탄산이온, 탄산이온을 모두 합하여 용존무기탄소라고 부릅니다. 해수의 pH는 대략 8 정도인데, 이러한 pH에서 용존무기탄소의 90% 이상이 중탄산이온으로, 10% 이하가 탄산이온으로, 그리고 1% 이하가 탄산으로 존재합니다. 이산화탄소가 녹는 것은 해수에 탄산을 더하는 의미가 되며, 이로 인해 해수의 pH가 감소합니다. 해수는 이미 녹아있는 탄산이온이 수소이온과 결합하면서 완충 역할을 하므로 pH는 더해진 수소이온만큼 급격히 감소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인간 활동에 의해 지금까지 탄소량으로 약 470기가톤을 방출했습니다. 그중 37%인 173기가톤이 해양으로 흡수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외해 표층 해수의 pH는 1980년대 후반부터 매 10년마다 0.017~0.027만큼 감소했습니다. pH는 로그 스케일이기 때문에 수치상으로는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수소이온의 농도로는 10년마다 약 5% 증가한 것입니다. 해양 산성화가 해양 생물에 미치는 영향 중에서 확연한 것은 탄산칼슘(CaCO₃) 패각을 가진 플랑크톤들에 대한 영향입니다. 여기서 패각은 조개나 달팽이의 껍질을 의미합니다. 탄산칼슘으로 구성된 광물에는 칼사이트(방해석)와 아라고나이트(선석)가 있습니다. 아라고나이트는 칼사이트보다 해수에서 용해도가 더 높습니다. 이들 광물의 용해도는 온도가 감소할수록, 압력이 증가할수록 높아집니다. 즉, 차가운 깊은 바다에서 더 잘 녹습니다. 실제로 해양에서 탄산칼슘 광물의 포화도는 표층에서는 과포화 상태이지만, 수심이 깊어질수록 감소하여 일정 수심에서는 포화 상태가 되고, 그보다 깊은 곳에서는 불포화 상태가 됩니다. 이 경계가 되는 깊이를 포화수심이라고 부릅니다. 아라고나이트가 더 잘 녹기 때문에 아라고나이트의 포화수심이 칼사이트의 포화수심보다 얕습니다. 해양이 산성화되면서 아라고나이트의 포화수심은 점점 얕아지고 있습니다. 해수의 pH가 낮아지면 용존무기탄소에서 탄산이온의 비율이 감소하여 탄산칼슘이 더 잘 용해됩니다. 칼사이트 패각을 만드는 대표적인 플랑크톤은 유공충입니다. 아라고나이트 패각을 만드는 대표적인 플랑크톤은 바다달팽이라고 불리는 익족류입니다. 이들은 달팽이처럼 나선형 껍질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 달팽이와 달리 껍질 바깥으로 나와있는 발이 넓적한 날개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 발을 펄럭이며 헤엄치는 모습이 마치 날개를 펼친 것처럼 보여서 날개발을 의미하는 '익족류'라고 부릅니다. 아라고나이트는 칼사이트보다 용해도가 크기 때문에 바다달팽이가 먼저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탄산칼슘의 포화도가 낮다는 것은 탄산이온 농도가 낮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탄산칼슘 패각을 만드는 생물들이 패각 형성에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불포화 상태가 된다면 패각이 용해되므로, 생물들은 패각을 유기물로 둘러싸서 해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고위도 해역은 수온이 낮아서 탄산칼슘의 용해도가 크고, 이산화탄소도 더 잘 용해되는 곳입니다. 따라서 산성화가 가장 심각하게 진행되는 해역입니다. 남극해와 북극해에는 바다달팽이가 많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 2050년에는 북극해의 모든 해역이 바다달팽이의 껍질이 녹는 환경이 되고, 2100년에는 남극해의 모든 해역까지 같은 상황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바다달팽이의 감소나 멸종이 직접적으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태계는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 생태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남극해에서 크릴은 바다달팽이를 섭식하고, 고래는 크릴을 섭식하는 먹이사슬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고래가 해양 산성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먹이 부족으로 인해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해양 산성화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바다의 역할에 따른 결과입니다. 넓은 의미에서 인간 활동에 의한 해양 환경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산성화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그리고 생태계 변화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