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를 굽기 전 팬에 두른 이 노란 기름 덩어리는 버터일까요, 마가린일까요? 겉모습이 비슷한 버터와 마가린은 우리 식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식재료지만, 실은 전혀 다른 원리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하나는 자연의 산물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자들의 발명품이죠. 이 두 가지의 차이를 이해하려면 화학적 구조, 특히 지방산의 이중 결합이라는 개념까지 알아야 합니다. 버터는 역사가 대단히 오래된 식품으로, 인류가 가축을 키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등장한 식품입니다.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이 처음 개발했는데, 소, 염소, 양, 야크 등의 젖에서 얻어낸 지방을 가공해서 버터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얻은 버터는 오랜 세월 동안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고 지방을 공급해주는 고급 음식으로 인류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버터는 비싸고 귀한 식품이어서 서민들이 쉽게 먹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Charles Louis Napoléon Bonaparte, 1808~1873)는 서민들을 위한 인공 버터를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1869년, 프랑스의 화학자인 이폴리트 메주 무리에(Hippolyte Mège-Mouriès, 1817~1880)가 마침내 버터의 대용품인 마가린을 개발합니다. 그는 이러한 공로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Ordre national de la Légion d'honneur)을 받게 됩니다. 초기의 마가린은 오늘날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생선이나 고래기름을 원료로 만들어진 탓에 불쾌한 냄새가 나고 회색빛을 띠어 사람들이 꺼려했죠. 하지만 이 새로운 발명품은 곧 미국으로 건너가 1871년 '인공 버터'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군인들의 식량난을 해결하는 귀중한 대체품으로 주목받으며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마가린과 버터는 원료부터 다릅니다. 버터가 우유에서 추출한 동물성 지방으로 만들어지는 반면, 마가린은 식물성 지방을 기본 재료로 사용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두 지방의 분자 구조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모든 지방은 글리세롤 1분자와 지방산 3분자로 구성되는데, 이때 지방산의 탄소 간 결합 형태에 따라 그 성질이 달라집니다. 탄소 간에 이중 결합이 있으면 불포화 지방, 모두 단일 결합이면 포화 지방이라고 부르죠. 동물성 지방인 버터는 대부분 포화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식물성 지방은 불포화 지방이 주를 이룹니다. 그래서 버터와 비슷한 마가린을 만들기 위해서는 불포화 지방을 포화 지방으로 바꾸는 특별한 가공 과정이 필요합니다. 불포화 지방이 원료인 마가린에 금속 촉매와 수소를 첨가하면 이중 결합이 단일 결합으로 바뀌면서 포화 지방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분자 간 상호 작용이 강해져 녹는점이 높아지고, 그 결과 액체였던 기름이 고체로 변화합니다. 여기에 우유와 소금, 노란 색소를 첨가하면 마가린이 완성됩니다. 식물성 지방으로 만들어 생산 단가가 낮고 가공이 쉽다는 장점 덕분에 마가린은 버터의 대체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마가린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마가린에 포함된 트랜스 지방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이 대두된 것입니다. 원래 불포화 지방산은 탄소 간 이중 결합에 결합한 다른 원소의 배열에 따라 시스(cis)와 트랜스(trans)라는 두 가지 형태의 이성질체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연계에 있는 불포화 지방산은 대부분 시스 형태로만 존재합니다. 마가린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든 불포화 지방이 포화 지방으로 완전히 전환되지 않고 남게 되는데, 이중 일부가 열에 의해 트랜스 형태로 바뀌면서 트랜스 지방이 불가피하게 생성되었습니다. 사람의 몸은 자연계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트랜스 지방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합니다. 이를 분해할 효소가 없기 때문입니다. 체내에 축적된 트랜스 지방은 혈액 속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감소시키고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증가시켜 건강에 해롭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때 다용도로 사용되던 마가린은 건강의 적으로 지목되어 인기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화학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습니다. 2010년대 후반, 트랜스 지방이 거의 생성되지 않는 새로운 마가린 제조 공법을 개발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마가린의 트랜스 지방 함량을 식품 100g당 2g 미만으로 낮추어 '트랜스 프리' 표기가 가능해졌습니다. 심지어 일부 연구에서는 동물성 지방인 버터보다도 트랜스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마가린은 이러한 새로운 공법으로 제조되어 트랜스 지방 걱정을 크게 덜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버터이든 마가린이든 일정량 이상으로 섭취하면 트랜스 지방이 과도하게 유입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제 버터와 마가린 사이에는 풍미의 차이 정도만 남은 듯합니다. 마가린은 버터에 비해 보관이 쉽고 온도에 덜 민감하여 제과 제빵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트랜스 지방이 많다는 오해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래된 인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자료를 찾아보고 비교하며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태도입니다. 이제 마가린과 버터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취향에 달려 있습니다. 마가린은 가짜 버터일까요? 아니면 버터를 대신할 과학의 위대한 산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