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클로드 모네(Oscar-Claude Monet, 1840~1926),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18321883),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 1841~1919) 등의 작가들을 인상파 작가라고 부릅니다. 인상파 작가들은 밖으로 나가 자연의 변화를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그만큼 인상파 작가들에게 빛은 매우 중요했죠. 이들은 밝은 색채 표현을 위해 물감을 덧칠하지 않고 점을 찍어 나타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인상파에 이어 등장한 후기 인상파 작가인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 1859~1891)는 점묘화를 통해 이 방법을 극대화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점묘화를 밝은 곳에서 전시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물감을 덧칠하면 감산 혼합에 의해 점점 더 어두워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모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물감을 덧칠하지 않고 점을 찍어내곤 했죠. 이러한 방법을 이론화해 본격적으로 그림에 나타낸 방법을 점묘법이라고 합니다. 프랑스의 화가 쇠라와 폴 시냐크(Paul Victor Jules Signac, 1863~1935) 등이 대표적인 화가입니다. 하나하나 점을 찍어서 그림을 완성하는 방식은 영상장치나 인쇄물에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됩니다. 텔레비전이나 모니터를 확대해 보면 빛의 3원색인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작은 화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인쇄물도 돋보기로 확대하면 작은 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물감의 3원색인 청록색, 자홍색, 노란색으로 구성된 프린터 토너(잉크)가 조합돼 점으로 찍혀 나옵니다. 조르주 쇠라는 처음에는 미술계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색에 대한 최신 과학 논문을 보면서 연구를 했고, 점묘법만이 채도를 낮추지 않고 색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그린 점묘화 중 가장 유명한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라는 그림을 그리는데 60장 이상의 연습작을 그렸다고 합니다. 그의 연습 과정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학자의 모습과 유사해 보입니다. 예술의 영역에 과학적인 관점을 끌어왔다는 점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그는 많은 사람들의 호평 속에 여러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점묘화를 멀리서 보면 점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아주 가까이 다가가서 관찰하거나 사진을 찍어 확대를 해야 점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의 거리에서는 점들이 서로 합쳐져서 확인할 수 없죠. 이 현상을 물리적으로 설명하려면 빛의 파동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빛은 입자처럼 행동하기도 하지만, 파동의 성질도 가지고 있습니다. 빛은 파동성을 갖고 있어서 장애물을 돌아 뒤쪽으로 전파되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을 회절이라고 합니다. 빛이 작은 구멍을 통과하면 회절에 의해 그 빛이 만드는 상은 퍼지게 됩니다. 이때 퍼지는 정도는 구멍이 작을수록, 빛의 파장이 클수록 더 큽니다. 물체에서 나온 빛이 눈의 동공을 통과해 망막에 상을 맺습니다. 이때 동공의 구멍에 의해 회절이 일어나 상이 퍼지게 됩니다. 만약 약간 떨어져 있는 두 점을 볼 때, 두 점이 매우 가깝게 있거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관찰하면, 망막에 맺힌 퍼진 상이 겹쳐집니다. 우리는 이렇게 겹쳐진 상을 보면 점이 두 개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하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과 관련이 있는 개념이 분해능입니다. 서로 떨어져 있는 두 물체를 서로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주로 광학기기의 성능을 나타낼 때 사용합니다. 빛의 회절이론에 의하면, 두 점에서 나온 빛이 지름 d인 원형 구멍을 통과한 경우에 두 점을 구분해서 볼 수 있는 최소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sin{\theta\ \approx\theta=\ 1.22\ \frac{\lambda}{d}}$ 만약 점묘화에 노란색 점이 0.1mm 간격으로 찍혀져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노란색의 파장을 대략 500 nm라 하고, 동공의 크기를 3 mm라고 하면 두 점이 분해되기 위한 그림과 동공 사이의 거리는 약 2.45m가 됩니다. 즉, 이 거리보다 가까이에서 보면 점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점묘화에서 점이 구분되어 보인다고 해서 그 감동이 작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회절에 의해 점을 분해하지 못하면 더욱더 자연스럽게 보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멀리서 보면 그림 자체가 너무 작아 보이겠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능한 한 가지 방법은 구멍의 크기 즉, 동공의 크기를 작게 하는 것입니다. 동공의 크기가 작아지면 회절이 많이 일어나 점을 분해할 수 없습니다. 동공의 크기는 사람이 맘대로 조절할 수는 없지만, 빛의 밝기에 따라 동공의 크기가 조절되는 원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즉, 전시실이 밝으면 동공이 작아지게 되는 것이죠. 빛의 회절 원리는 미술 감상과 같은 예술 활동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도 이용됩니다. 멀리 떨어진 별을 관측할 때 회절을 줄이기 위해 구경이 큰 망원경을 사용하죠. 반도체를 만들 때 선명한 회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회절 발생을 줄여야 합니다. 회절 효과를 줄이기 위해 짧은 자외선이나 X선을 이용한 기술을 이용합니다. 1953년에 제임스 왓슨(James Dewey Watson, 1928~)과 프랜시스 크릭(Francis Harry Compton Crick, 1916~2004)은 회절무늬를 이용해 DNA의 나선구조를 밝혔습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세 구조를 알기 위해서 전자기파를 비추어 나오는 3차원 회절무늬를 이용했죠. 이처럼 우리는 빛의 파동 성질을 활용해 다양한 곳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