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다양한 종류의 진통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열이 나거나, 머리가 아플 때 진통제를 복용하곤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진통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가장 대표적인 진통제로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가 있는데요. 이 중에는 타이레놀로 대표되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과, 부루펜, 애드빌로 대표되는 이부프로펜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이부프로펜과 연관성이 높은 덱시부프로펜에 대하여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덱시부프로펜과 이부프로펜, 두 물질은 단편적으로 보면 화학식도 동일하고, 화학구조도 동일합니다. 동일한 약효의 해열, 소염 진통제이죠. 하지만 유기화학에서 이 두 물질은 엄연히 다릅니다. 두 물질을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광학 활성 측면에서 분석하면 이부프로펜은 두 가지 거울상 이성질체 분자들이 섞인 라세미 혼합물 입니다. 그리고 덱시부프로펜은 두 거울상 이성질체 중 S-이부프로펜으로만 이루어진 물질이죠. 즉, 하나는 거울상 혼합물, 하나는 거울상 이성질체를 분리한 화합물입니다. 그렇다면 왜 두 물질을 분리해서 판매하는 걸까요? 바로 라세미 혼합물의 치명적인 위험성이 드러난 탈리도마이드 사건 때문입니다. 탈리도마이드는 1956년에 만들어진 약으로, 라세미 혼합물이었습니다. 문제는 거울상 이성질체 중 S형 분자가 인체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켰죠. 이 사건 이후로 많은 의약품들의 거울상 이성질체 연구가 진행됩니다. 거울상 이성질체를 모두 분리하여, 실제로 약효를 내는 것이 무엇인지 검증을 진행한 것이죠. 또한 다른 거울상 이성질체가 인체에 미치는 효과, 라세미 혼합물의 효과도 함께 검증했습니다. 그 결과 이부프로펜 분자 중 실제로 약효를 발휘하는 물질은 S-이부프로펜이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라세미 혼합물인 이부프로펜은 인간의 몸에 들어오면, 소장에서 흡수되어 간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간에서 우리 몸에 필요한 활성 성분이 맞는지 검사를 받죠. 이 과정에서 S-이부프로펜은 간의 허락을 받아 체내에 흡수됩니다. 이성질체인 R-이부프로펜은 간에서 S형으로 전환되어 몸에서 활용됩니다. 이 과정이 매우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이부프로펜은 약효가 퍼지는 시간이 다소 깁니다. 또 결국에는 모두 전환되지도 못합니다. 약 60%만 전환되고, 나머지는 그대로 배출됩니다. 과학자들은 약효가 있는 이성질체만 분리하여 효율적인 약을 개발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S-이부프로펜으로만 구성된 덱시부프로펜입니다. 덱시부프로펜은 간에서 이성질체 구조를 전환해야 할 필요가 없으므로 흡수가 더 빠릅니다. 게다가 상대적 복용량도 줄어듭니다. 기존 약의 절반 정도의 양으로도 동일한 효과를 내므로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도 증대된 것이죠. 복용량이 감소하여 위를 자극하는 정도가 약해져서 부작용도 상대적으로 줄었습니다. 정리하자면 특정 이성질체를 분리한 덱시부프로펜은 이부프로펜보다 효과도 빠르고, 부작용도 적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약에서 특정 이성질체만 분리할 수는 없을까요? 안타깝게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부프로펜은 간에서 R형을 S형으로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환되지 못한 R형 이성질체는 몸속에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라세미 혼합물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약물의 경우, 때때로 이성질체가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기도 합니다. 설령 약효가 있는 이성질체만 분리해서 복용하더라도 간에서 독성을 갖는 이성질체로 전환해버리는 경우도 있어 약제화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마주치는 이부프로펜과 덱시부프로펜 진통제의 비하인드 스토리, 흥미롭지 않나요? 이 두 물질은 사실상 동일한 약이기 때문에, 절대 함께 복용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또 빠른 효과를 기대한다면, 이부프로펜보다 덱시부프로펜이 좀 더 유리하단 사실도 기억하면 유용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