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풀장에서 혼자 튜브를 띄우고 물 위에 누워있는 상상을 해봅시다. 반짝이는 햇살에 눈을 감고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그때 갑자기 풀장으로 한 어린이가 뛰어듭니다. 우리는 그것을 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죠. 어린이가 일으킨 물결이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운동의 변화로 발생한 에너지는 파동의 형태로 전해집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을 완성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1916년 중력파 이론을 제시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본질이란 물질에 의해 휘어진 시공간이 받는 영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기존의 중력 이론과 완전히 다른 설명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어떻게 전달되는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는 장방정식을 이용해 물체가 운동하여 중력이 변할 때 중력이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계산했고, 이것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중력파(gravitational-wave)’라 이름 붙였습니다. 즉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 중력의 변화가 생기는데 이 에너지가 시공간의 일렁임을 통해 파동의 형태로 전파된다는 것입니다. 중력파는 1950년대까지 큰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특수한 상황도 있었지만, 양자 물리학에 비해 천체 물리학이나 중력 물리학은 그렇게 인기 있는 학문이 아니었습니다. 중력파는 수학적으로만 존재하거나 실체가 없는 것이라는 등의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매우 약한 중력파를 실험적으로 검증할 만한 기술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974년 조지프 후턴 테일러(Joseph H. Taylor 1941~)와 러셀 앨런 헐스(Russell A. Hulse 1950~)가 회전하는 중성자별인 쌍성 펄서(Binary pulsar)를 발견하며 중력파 연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쌍성 펄서는 약 8시간의 공전주기를 가진 두 중성자별로 이뤄져 있습니다. 헐스와 테일러는 정밀한 관측 결과 매년 공전주기가 110,000초씩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이 값은 일반 상대성이론으로 계산된 이론적 결과와 정확하게 일치했습니다. 중력파의 존재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된 것이죠. ‘국소적으로’ 중력과 가속이 구별되지 않는 등가원리(Principle of Equivalence)는 우주공간이 가속하는 물체로 인해 중력의 변화를 일으키는 중력파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중력파의 세기는 물질의 질량에 비례하고 거리에 반비례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 은하 내에서 폭발하는 초신성처럼 질량이 매우 큰 천체가 가까운 곳에서 일으킨 사건이 아니라면 탐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중력파가 존재하는 것을 확신하더라도 그것을, 실험을 통해 검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죠. 물리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대략 6천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회전하는 중성자별(태양 질량의 1.4배)이 방출하는 중력파는 10⁻²¹의 세기입니다. 따라서 이를 감지하는 실험적 검출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1970년대부터 레이저 간섭계를 이용한 중력파 검출기의 연구와 개발이 시작됐습니다. 40여년의 노력을 거쳐 2015년 10⁻²¹에 해당하는 감도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바로 라이고(LIGO: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입니다. 2015년 9월 14일 지구에서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각각 태양보다 30배, 35배의 질량을 가진 두 개의 블랙홀 충돌에서 발생한 중력파가 라이고 관측소에서 포착되었습니다. 이 관측은 1916년 아인슈타인의 중력파 이론을 100년 만에 실제로 직접 검증한 사건입니다. 그리고 항성질량 블랙홀(stellar mass black hole) 쌍성의 존재 입증과 그 역동적인 병합 과정을 최초로 탐지했다는 의의를 갖고 있습니다. 이후 2024년까지 100여건의 중력파 신호를 검출했습니다. 그 파원은 블랙홀 쌍성 병합, 중성자별 쌍성 충돌, 블랙홀-중성자별 병합에 의한 신호임을 밝혔습니다. 중력파 검출 실험인 라이고에 공헌한 세 명의 물리학자 킵 손(Kip Thorne 1940~), 배리 배리시(Barry Barish 1936~), 라이너 바이스(Rainer Weiss 1932~)는 201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중력파의 발견으로 흔히 ‘중력파 천문학(gravitational-wave astronomy)’의 시대가 열렸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발견은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가 행성 관측을 위해 망원경을 도입했던 사건에 비견되기도 합니다. 육안으로 별을 관측하던 시대에서 파동으로 시공간을 관측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탄생했기 때문이죠. 아직 우리는 블랙홀이 어떻게 생겼는지 내부를 들여다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블랙홀의 병합과 충돌의 움직임을 파동으로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됐습니다. 실제로 중력파가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중력파의 진폭과 진동수의 패턴을 통해 우주를 관측하는 새로운 방법을 얻게 된 것이죠. 중력파와 전자기파, 다양한 입자 관측을 통합적으로 이용하는 ‘다중신호 천문학(multi-messenger astronomy)’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등장했습니다. 저 먼 우주 시공간의 움직임이 파동으로 전달된다니 신기하지 않나요? 튜브 위에서 출렁임을 느낄 수 있는 물결처럼 지구를 스쳐 흘러가는 중력파 속에서 우주의 소리를 듣게 될 수도 있으니 귀를 기울여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