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는 밝고 화사한 색채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했습니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가면 그의 작품 ‘그네(La balançoire)’(1876)를 볼 수 있습니다. 한 여인이 나무에 매달린 그네에 기대 얼굴을 붉히고 있고, 그 앞엔 한 남자가 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밝은 점들이 보입니다. 바닥과 옷에 밝은 점들이 그려져 있는데, 마치 남자의 양복이 기름에 얼룩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처음 이 작품이 출품됐을 때 한 비평가는 “태양광의 효과가 르누아르의 손에 의해 매우 기이한 방법으로 나타났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관람을 하는 유명한 작품이 됐습니다. 햇빛에 따라 대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찬사를 받고 있죠. 이 그림에서 르누아르가 표현한 밝은 점은 무엇일까요? 실제로 햇빛이 비치는 날, 나무 아래에서 바닥을 살펴보면 그림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점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점들은 한결같이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빛이 지나는 경로에 물체를 놓으면 그림자가 생깁니다. 구멍이 있으면 구멍을 통과한 빛이 어떤 형상을 만들죠. 르누아르가 표현한 이 밝은 점은 나뭇잎과 나뭇가지 사이의 작은 틈이 만들어내는 태양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왜 한결같이 동그란 모양일까요? 나뭇잎들이 만든 작은 틈은 각양각색의 모양일 텐데요. 그 이유는 밝은 점의 모양은 나뭇잎 사이 틈의 모양이 아니라 태양의 모양이기 때문입니다. 태양이 원형이기 때문에 모두 동그란 모양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궁금증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왜 그림자는 물체와 같은 모양인데 구멍을 통과한 빛이 만들어낸 상은 구멍의 모양이 아닐까? 우리는 그림자의 모양이 물체의 모양과 같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림자는 주로 태양처럼 멀리 떨어져 있어 빛이 평행하게 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광원이나 전등처럼 한 점에서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점광원에 의해 형성됩니다. 그런데 광원의 모양이 달라지면 그림자의 모양도 바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직선 필라멘트 광원을 이용해 물체를 비추면 그림자의 전체 모습은 직선이고, 미시적인 부분만 물체의 모양을 나타냅니다. 그럼 태양이 네모 모양이라면 상도 네모로 보일까요? 맞아요. 그렇게 보일 거예요. 그런데 태양이 네모일 수는 없으니 확인할 수는 없겠죠. 그런데 이와 비슷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태양이 원형으로 보이지 않는 일식이 일어날 때를 기다리면 됩니다. 일식이 일어날 때는 태양이 달에 가려져 모양이 바뀝니다. 찜기의 구멍은 동그랗지만, 바닥에 만들어진 상은 부분일식에 의해 가려진 초승달 모양인 것처럼 말이죠. 나뭇잎이 만드는 구멍은 각양각색이더라도 바닥에 생기는 태양의 상은 모두 동그랗게 보입니다. 그런데 이 밝은 점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특이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점들은 큰 반면, 다른 점은 작습니다. 즉, 점은 다 원 모양이지만 크기는 천차만별입니다. 태양의 상의 크기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나뭇잎이 만들어낸 틈의 위치와 관련이 있습니다. 틈이 높은 곳에 있으면 태양의 상이 큰 원으로 나타납니다. 반대로 틈이 땅에 가까이 있으면 작은 원으로 나타나는 것이고요. 이것은 간단히 비례 관계로 알 수 있습니다. 태양과 태양의 상, 그리고 구멍이 만들어낸 삼각형은 ‘서로 닮음’이기 때문에 구멍이 높이 있을수록 태양의 상의 크기가 커집니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원리를 이용하면 태양의 크기를 알아낼 수도 있습니다. 구멍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를 L, 구멍에서 태양의 상까지의 거리를 l, 태양의 상의 지름을 d라고 합시다. 비례관계를 이용하면 태양의 지름 𝐷를 구할 수 있습니다. 𝐷=d\times\frac{L}{l} 물리학과 미술은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명화 속에는 다양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르누아르의 그림에서부터 태양의 크기 측정까지, 물리를 이용하면 자연은 물론 그림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더욱 커진답니다. 가까운 미술관에 찾아가서 그림에 숨어 있는 물리를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