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을 맛본 적이 있나요? 강한 짠맛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게 됩니다. 이 짜고 쓴 짠맛의 정체는 바로 염분, 즉 바닷물에 녹아 있는 각종 염류들입니다. 이런 염류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지구상의 모든 강물은 대부분 결국 바다로 흘러듭니다. 강물이 육지를 흐르면서 암석을 조금씩 녹여내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물질들을 바다로 실어 나릅니다. 수십억 년 동안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바닷물 속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원소가 조금씩 녹아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금은 예외일까요? 놀랍게도 바닷물에는 실제로 금이 녹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닷물에서 금을 캐내어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바닷물 1kg에는 약 34g의 염이 녹아 있는데, 대부분은 나트륨과 염소, 마그네슘, 황산이온입니다. 그 다음이 칼슘과 칼륨 정도이고, 나머지 금속 이온들은 매우 적은 양만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바닷물 속 금의 농도는 정확히 얼마나 될까요? 초기 바닷물 금 연구는 매우 부정확했습니다. 1872년 한 연구자가 영국해협의 해수 1톤에서 금 65mg을 검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만약 이 수치가 맞다면 전 세계 바다에는 엄청난 양의 금이 존재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바다 전체에 존재할 금의 양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측정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 수치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1900년경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스반테 아레니우스(Svante Arrhenius, 1859~1927)는 더 정밀한 분석을 통해 실제로는 해수 1톤당 6mg에 불과하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럼에도 바닷물에서 금을 추출하려는 시도는 계속되었습니다. 하버-보슈법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독일의 저명한 화학자 프리츠 하버(Fritz Haber, 1868~1934)도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이 막대한 전쟁 배상금에 시달리자, 하버는 국가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바닷물에서 금을 추출하는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분석 결과 금의 농도가 해수 1톤당 0.004mg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포기했습니다. 1950년대 다우 화학회사(Dow Chemical Company)는 15톤의 해수를 처리해서 0.09mg의 금을 얻었는데, 5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 MIT 해양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 금의 농도는 해수 1톤당 약 0.00001mg에 불과합니다. 이전 연구들에서 검출된 금은 실험 과정에서 사용한 시약이나 용기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바닷물 속 미량 금속의 정확한 측정이 가능해진 것은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입니다. 낮은 농도 때문에 측정 자체도 어렵지만, 바닷물 시료를 오염시키지 않고 채집하는 것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철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바다에 나가려면 철로 된 배를 타야 하고, 바닷물을 채취하는 장비들도 대부분 철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런 장비를 바닷속에 내리고 올릴 때 사용하는 와이어도 모두 철로 되어 있습니다. 작은 먼지조차 시료를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양학자들은 테플론으로 제작한 특수한 청정 해수 시료 채취 장비를 개발했습니다. 티타늄 프레임과 케블라로 피복된 와이어를 사용해서 시료를 채취합니다. 채취 장비가 선상으로 올라오면 즉시 클린룸으로 이동시킨 후, 깨끗이 세척한 용기에 바닷물 시료를 받습니다. 미량 금속 원소들은 보통 pM~nM, 즉 리터당 10⁻¹²~10⁻⁹몰의 농도로 존재합니다. 이렇게 낮은 농도를 분석하려면 실험에 사용하는 시약들도 이보다 훨씬 순수해야 하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현재 바닷물에서 금의 농도는 1kg당 50fmol로 알려져 있습니다. 펨토몰(fmol)은 10⁻¹⁵몰을 의미합니다. 이는 1억 톤의 바닷물에 겨우 1g의 금이 녹아 있다는 뜻입니다. 바닷물 1억 톤에서 금 1g을 추출한다면 현재 금 시세로 약 십여만 원 정도의 가치에 불과합니다. 당연히 경제성이 없습니다. 해양 전체에 존재하는 금의 총량은 약 1만 4,000톤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의 총량인 3만 5,000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양입니다. 하지만 연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학자들은 금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유기물 중합체를 개발해서 실험실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양의 해수를 처리하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기술은 오히려 귀금속 공장이나 전자기기 공장의 폐수에서 높은 농도로 존재하는 금을 회수하는 데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접근법은 자연 상태에서 이미 농도가 높아진 염수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우유니 소금호수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앞으로 획기적인 기술 발전을 통해 경제성 있는 바닷물 귀금속 추출이 가능해질까요? 과학기술의 발전을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