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태양계의 행성이 9개였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원래 명왕성은 행성이었지만, 너무 작다는 등의 이유로 왜소행성으로 한 단계 내려갔습니다. 왜소행성은 행성보다는 작고, 소행성보다는 큰 중간 정도의 천체를 말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명왕성을 비롯해 모두 9개의 왜소행성을 찾아냈습니다. 행성이 8개니까 그보다 많지요. 왜소행성으로 인정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소행성도 있습니다. 앞으로 관측 기술이 발달하면 태양계 바깥쪽에서 더 많은 왜소행성을 발견하게 될 전망입니다. 우주에는 언제나 작은 것이 큰 것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왜소행성 중에서 가장 가까운 것이 바로 세레스(Ceres)입니다. 세레스를 제외한 왜소행성은 모두 해왕성 너머에 있습니다. 세레스는 화성과 목성 사이 드넓은 공간, 오늘날 우리가 소행성대라고 부르는 곳에 있습니다. 태양에서 세레스까지는 4억 km가 좀 넘는데 비해 세레스와 명왕성 사이의 거리는 약 55억 km나 됩니다. 태양-지구 사이의 거리의 약 37배입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는 천체인 세레스는 1801년 발견되었습니다. 아직 소행성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던 시절이었지요. 잠시 시계를 되돌려 1700년대 후반으로 가볼까요? 천왕성을 발견한 1781년 전까지 인류는 눈에 보이는 5개의 밝은 천체(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가 태양계 행성의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윌리엄 허셜의 천왕성 발견은 태양계에 대한 이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더군다나 천왕성은 태양에서 행성까지의 거리가 일정한 비를 따른다는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에 정확히 일치하는 곳에 있었습니다.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에 따르면 화성과 목성 사이의 넓은 공간에도 행성이 하나 있어야 했지요. 천문학자들은 그곳에 아직 발견하지 못한 행성이 있다고 확신했고, 당시 베를린 천문대장이었던 보데는 탐사팀을 조직해 본격적인 행성 찾기에 나섰습니다. 1801년 1월 1일 이탈리아 팔레르모 천문대장 주세페 피아치(Giuseppe Piazzi)는 황소자리 근처에서 별처럼 보이지만 움직이는 천체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바로 세레스입니다. 궤도 계산 결과 세레스는 찾고 있던 행성이 있어야 할 위치에 정확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세레스를 행성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이듬해 팔라스(Pallas), 1804년 주노(Juno), 그리고 1807년 베스타(Vesta)가 연달아 비슷한 궤도에서 발견됐습니다. 세레스는 곧바로 행성의 가치를 잃어버렸습니다. 이들은 행성보다는 월등히 크기가 작았기 때문에 작은 행성(minor planets)으로 불렸습니다. 그런데 이 얘기 아까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네. 맞습니다. 명왕성이 행성에서 왜소행성이 된 이유와 비슷합니다. 그래도 명왕성은 1930년 발견 이후 2006년까지 80년 가까이 행성이었지만, 세레스는 금세 행성 대열에서 내려와야만 했습니다. 천왕성을 발견한 허셜은 1802년 두 번째 작은 행성인 팔라스가 발견되고 얼마 후 소행성(asteroid)이란 용어를 제안했습니다. Asteroid는 그리스어로 ‘별과 같은’, ‘별처럼 생긴’이란 뜻입니다. 세레스는 소행성대 천체 중에서 가장 큽니다. 지름은 1000km에 가깝고, 질량은 소행성대 전체 질량의 31% 정도로 거의 3분의 1 가까이 됩니다. 세레스 다음으로 큰 베스타가 지름 500km 정도로 소행성대 전체 질량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것에 비하면 세레스의 크기는 가히 압도적입니다. 천체의 지름이 1000km 정도면 자체 중력으로 구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바로 왜소행성이 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을 충족시키는 셈이죠. 2006년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 명왕성은 행성이 아닌 왜소행성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잃고 왜소행성으로 격하되었다고 안타까워했었죠. 그런데 이날은 세레스에게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200년 넘게 소행성으로 있다가 왜소행성으로 신분 상승을 했으니까요. 그리고 2015년 3월 돈(DAWN)이라는 이름의 NASA 탐사선이 세레스에 도착했습니다. 돈 탐사선은 세레스의 많은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세레스는 크기와 형태뿐만 아니라 내부 구조에서도 여타의 소행성과는 다른 특징을 보여주었습니다. 돈 탐사선이 세레스가 왜소행성이라는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 셈이죠. 그중에서도 세레스 표면에서 빛나는 흰 점을 자세히 보여줬습니다. 과거 허블 우주망원경 사진에서도 흰 점이 보였지만, 해상도가 낮아 정체를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돈 탐사선이 촬영한 또렷한 영상에는 흰 점이 무려 130개 이상 보였습니다. 흰 점의 구성 성분과 형성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지각 내부의 얼음과 소금이 섞여 분출해서 생긴 지형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흰 점은 다양한 지형에서 보이는데, 높이 4km의 얼음산에서 보이기도 하고 깊이 4km의 구덩이에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세레스는 로마 신화의 농업과 곡물의 여신에서 그 이름을 가져왔습니다. 농사를 지으려면 물이 많이 필요하지요. 세레스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있으며, 소행성대 천체 중 가장 크고 물과 유기물도 풍부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미래에는 세레스에 우주 정거장을 세워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사연 많은 이 천체가 앞으로 다가올 우주여행 시대에 또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안겨줄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