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본 지구는 둥글고 푸릅니다. 1968년, 아폴로 8호 우주선은 세계 최초로 지구의 전체 사진을 달에서 찍어 보냈죠. 반면에 금성은 지구보다 좀 더 밝게 보입니다. 이산화 탄소와 황산 구름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밝은 흰색과 노란색을 띠죠. 화성 대기에서 메테인의 흔적을 찾아낸 과학자들은 이 행성에 메탄생성균(methanogen)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구에서는 메탄생성균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고세균(Archaea)에 속하는 원핵생물인데요. 이산화 탄소($\text{CO}_2$)와 수소($\text{H}_2$)를 이용하여 메테인($\text{CH}_4$)과 물($\text{H}_2\text{O}$)을 생성하며, 이 과정에서 화학에너지인 ATP를 만듭니다. 이 메테인 생성 과정은 본질적으로 광합성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두 과정 모두 전자 전달과 수소 이온 이동을 통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화성은 전혀 푸르지 않습니다. 태양계에서 오직 지구만이 푸르죠. 다 산소 덕분입니다. 산소는 어떻게 지구 대기에 쌓이게 되었을까요? 정답은 약 20억 년 전에 발생한 대산소화 사건(The Great Oxidation Event)입니다. 이 사건은 지구의 대기 중 산소 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한 시기를 말하는데요. 지구의 화학적, 생물학적 환경에 큰 변화를 일으킨 이 사건의 주인공은, 남세균(Cyanobacteria)입니다. 남세균이 지구 역사를 뒤흔들 수 있었던 이유는 전자 공급원으로 물을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현대 과학이 어떻게 식물의 광합성을 밝혀냈는지 알아볼까요? 20세기 초반 과학계는 햇빛을 받아 엽록체가 광합성을 하는 동안 탄수화물과 산소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산화 탄소가 어떻게 탄수화물로 변하는지는 멜빈 캘빈(Melvin Calvin, 1911~1997)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산소를 무엇으로 만드는지도 명확하지 않았죠. 영어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산화 탄소(carbon dioxide) 단어 안에 산소(dioxide) 단어가 들어있다는 점을 들어 직관적으로 이산화 탄소에서 산소가 나왔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영국 케임브리지의 과학자 로버트 힐(Robert Hill, 1899~1991)은 녹색 식물이 어떻게 산소를 생산하는지를 밝혀냈습니다. 당시 화학 연구는 생명체 안의 적당한 세포나 세포 소기관을 얻는 데서 시작했는데요. 힐도 식물에서 엽록소를 분리하기 시작했죠. 그는 엽록체를 가루 잎 추출물과 섞고 빛을 쬐어주면 산소가 발생함을 발견했습니다. 놀랍게도 잎 추출물 대신 효모 추출물을 엽록체와 섞어도 산소가 생겨났습니다. 힐은 두 추출물에 특별한 형태의 철이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죠. 오늘날 이 물질은 시토크롬이라고 밝혀졌습니다.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엽록체와 빛, 그리고 물과 3가 철로 알려진 분자만 있다면 산소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이산화 탄소의 부재입니다. 샘 루벤(Samuel Ruben, 1913~1943)과 마틴 카멘(Martin Kamen, 1913~2002)은 동위원소를 이용해 힐의 연구 결과를 재현했습니다. 그 결과 산소 동위원소($^{18}\text{O}$)가 포함된 물($\text{H}_2^{18}\text{O}$)에서 키운 미생물은 동위원소가 포함된 산소($^{18}\text{O}_2$)를 방출했습니다. 반면, 산소 동위원소($^{18}\text{O}$)가 든 이산화 탄소($\text{C}^{18}\text{O}_2$)를 넣은 경우에는, 방출된 산소($\text{O}_2$)에 동위원소가 포함되지 않았죠. 이 실험은 광합성으로 만들어지는 산소가 이산화 탄소가 아니라, 물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물을 전자 공급원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한 남세균은 지구 생태계에서 어떤 진화적 이점을 얻었을까요? 힌트는 물이 지구 어디에나 있다는 점입니다. 네, 바로 이 사실 때문에 남세균은 빛이 도달하는 얕은 바다와 호수, 강 등 다양한 환경으로 삶의 영역을 무한정 확대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대산소화 사건의 본질입니다. 대기에 축적된 산소는 바닷물에 녹아 있던 철을 침전시켜 제거했고, 광물과 지각을 오랫동안 산화시켰습니다. 대기를 점령하는 일은 그다음이었죠. 이 대산소화 사건은 약 2억 년 동안이나 지속되었습니다. 남세균이 물을 분해할 수 있었던 생화학적 무기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산소발생복합체(oxygen evolving complex, OEC)입니다. 네 개의 핵심 단백질로 둘러싸인 이 복합체는 구조를 변화시키며 물을 분해하여 산소를 생성합니다. 이 복합체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원소는 망가니즈(Mn) 이온입니다. 1970년대, 베셀 콕(Bessel Kok, 1918~1979)은 산소발생복합체가 과산화 수소를 기질로 사용할 수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우리 몸 속 세포에도 과산화 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하는 효소가 존재하는데요. 바로 카탈레이스(catalase)입니다. 산소가 등장하기 전 지구에는 과산화 수소가 흔했습니다. 자외선에 무방비로 노출된 물에서 생성되거나, 다양한 지구화학적 방법으로 생겨났죠. 따라서 당시 남세균이 과산화 수소를 처리할 방도를 찾아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과학자들은 우리 몸 속의 카탈레이스와 산소발생복합체가 서로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벌의 카탈레이스를 합치면 산소발생복합체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남세균, 그들과 공생하는 미생물, 그리고 식물의 후손 덕택에 지구는 태양계에서 산소를 가진 유일한 푸른 행성이 되었습니다. 우주에서 ‘창백한 푸른 점’으로 보이는 지구에는 산소를 싫어하는 생명체와 좋아하는 생명체가 공존하고 있죠. 전자는 산소가 무섭고 싫어서 숨어 사는 혐기성 세균이고, 후자는 산소가 없으면 살 수 없는 호기성 생명체입니다. 인간은 후자에 속합니다. 산소가 있는 한 우리 인간은 행복하게 숨을 쉴 수 있습니다. 반면 산소가 없어지면 혐기성 세균이 더 행복해지겠죠? 지구상에 더 오래 남을 생명체는 어느 쪽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