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지구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던 건 아닙니다. 약 46억 년 전, 태양계가 막 형성되던 시기에 지구는 거대한 용암 덩어리였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지구는 혼자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아주 오래전, 지구에게 형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형제의 이름은 바로 테이아(Theia)입니다. 태양계 초기에는 수많은 원시 행성이 우주를 떠돌고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였던 테이아는 화성 크기만 한 행성으로, 지구와 같은 궤도를 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두 행성이 너무 가까웠습니다. 지구와 테이아는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결국 약 45억 년 전 거대한 충돌을 일으켰습니다. 이 충돌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테이아는 거의 정면으로 지구를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지구의 표면이 녹아내렸습니다. 엄청난 양의 파편이 우주로 튕겨 나갔지요. 과학자들은 이 충돌이 달의 탄생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합니다. 우주로 튕겨 나간 파편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뭉쳐 우리가 밤하늘에서 보는 달이 태어났다는 거지요. 즉, 달은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 지구와 테이아의 충돌이라는 운명적인 사건의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지구와 달의 관계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습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달이 원래 지구의 일부였다가 떨어져 나갔다는 분리설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일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지구가 빠르게 회전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달이 원래 태양계를 떠돌던 천체였는데 우연히 지구의 중력에 붙잡혔다는 포획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달의 성분이 지구의 맨틀과 매우 비슷해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각각 따로 만들어진 천체라면 이정도로 비슷할 수가 없으니까요. 세 번째로, 지구와 달이 같은 원시 성운에서 동시에 형성되었다는 동시형성설이 있었습니다. 동시형성설은 지구와 달의 핵의 크기가 유난히 큰 차이를 보이는 것 때문에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지구의 핵은 반지름의 약 55%를 차지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반해 달의 핵은 반지름의 약 20%로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만약 같은 지역에서 같은 원리로 형성되었다면 이렇게 다를 수 없습니다. 1975년, 미국의 천문학자 윌리엄 하트만과 도널드 데이비스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화성 크기의 원시 행성이 원시 지구와 충돌하면서 지구의 맨틀 일부가 우주로 튕겨 나갔고, 이 물질이 뭉쳐 달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현재 가장 유력한 설명으로 인정받는 거대 충돌설(Giant Impact Hypothesis)입니다. 이후 과학자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이론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습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지나며 거대 충돌설을 검증하는 연구가 이루어졌지요. 그 결과 달의 형성을 설명하는 가장 타당한 이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달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도 거대 충돌설을 뒷받침합니다. 아폴로 우주인이 가져온 달의 암석을 분석하면 달과 지구의 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거의 동일합니다. 달이 지구에서 떨어져 나간 물질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증거지요. 달에는 칼륨(K), 나트륨(Na) 같은 휘발성 원소도 거의 없습니다. 거대한 충돌로 엄청난 열이 발생하면서 휘발성 원소 대부분이 날아가 버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구와 비교해 달의 핵이 매우 작다는 점도 중요한 증거입니다. 테이아의 핵은 지구의 핵과 충돌해 융합했고, 주로 맨틀 물질이 날아가 달을 이루었기 때문일 겁니다. 또 지구의 기울어진 자전축 역시 대충돌의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테이아는 완전히 사라졌을까요? 2023년,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의 치앤 위안(Qian Yuan) 박사와 동료들은 지구의 맨틀과 핵 경계 부근, 약 2700km 깊이에 있는 두 거대한 이질적 암석층이 테이아의 잔해일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한 암석층은 서아프리카 아래, 다른 하나는 서태평양 아래에 있으며, 이곳에서는 지진파의 속도가 느려지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 암석층은 주변보다 밀도가 약 3% 높으며, 전체 지구 맨틀의 약 10%를 차지할만큼 큽니다. 연구진은 지구와 테이아가 충돌할 때 테이아의 일부가 지구의 맨틀에 깊숙이 가라앉아 현재의 거대한 구조를 형성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구 안에 다른 천체 테이아가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죠. 테이아와 충돌하지 않았다면, 달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도 지금과 달랐을 것이며, 지구의 맨틀과 내부 구조도 지금과는 달랐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이 푸른 행성과 그 위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는 그 거대한 충돌의 결과물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환경은 바로 지구 안에 잠들어 있는 형제, 테이아 덕분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