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티라노사우루스($\textit{Tyrannosaurus}$)’를 한번 검색해보세요. 나오는 그림마다 색깔이 제각각입니다. 회색 몸에 거무스름한 줄무늬가 있는 것도 있고, 연한 초록빛이나 붉은 갈색 몸에 얼룩무늬가 있는 것도 있습니다. 어떤 것은 보라색에 가까운 것도 있죠. 그렇다면 진짜 티라노사우루스는 무슨 색이었을까요? 아쉽게도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에는 피부의 색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뿔이 솟은 트리케라톱스($\textit{Triceratops}$)나 목이 긴 브라키오사우루스($\textit{Brachiosaurus}$)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랫동안 공룡 색칠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어떤 색을 써도, 그것을 '맞다' 혹은 '틀리다'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공룡의 색깔을 알아낼 방법을 결국 찾아내고 말았습니다. 아주 특별한 조건에서 공룡의 피부나 깃털이 그대로 보존된 피부 화석을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SEM)으로 세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현미경은 모기 더듬이에 난 가느다란 털까지도 선명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합니다. 이 현미경으로 피부 화석을 관찰한 결과, 과학자들은 멜라노솜(melanosome)이라는 작은 구조를 발견했습니다. 멜라노솜은 티로시네이스(tyrosinase)처럼 색소합성을 담당하는 효소를 포함하여 멜라닌(melanin)을 합성하고 저장, 수송하는 세포소기관입니다. 멜라노솜 분석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흑갈색, 적갈색과 같은 멜라닌 계열의 색상입니다. 이 세포소기관은 오늘날의 새나 포유류에게도 있는 구조인데요. 흥미롭게도 이 멜라노솜의 모양에 따라 우리는 해당 생명체 몸의 색깔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길쭉한 막대 모양의 멜라노솜은 짙은 검은색 계열의 색소를 만들고, 작고 둥근 모양의 멜라노솜은 붉은 갈색 계열의 색소를 만듭니다. 지금까지 멜라노솜을 통해 색깔이 밝혀진 공룡은 서른 종입니다. 멜라노솜을 통해 피부색이 밝혀진 공룡 중에는 프시타코사우루스($\textit{Psittacosaurus}$)라는 공룡이 있습니다. 몸집은 중형견만 한, 작고 민첩한 초식 공룡이었습니다. 앵무새처럼 생긴 부리를 가졌고, 두 다리로 걸어 다녔습니다. 꼬리 위에는 짧은 원시 깃털이 돋아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이 이 공룡의 피부 화석을 정밀하게 살펴본 결과, 둥근 모양의 멜라노솜이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로 보아 프시타코사우루스의 피부색은 대체로 갈색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프시타코사우루스는 작은 초식공룡이었기에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기며 살아야 했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갈색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 공룡은 몸 전체가 같은 색이 아니었습니다. 등 쪽은 짙은 갈색, 배 쪽은 훨씬 옅은 색이었습니다. 햇빛을 받으면 등은 밝아지고, 배 쪽은 그림자에 가려 더 어두워집니다. 그 결과 몸의 입체감이 흐려지고, 숲 속에서는 주변 환경에 쉽게 녹아들게 됩니다. 오늘날 다람쥐나 사슴도 같은 방식으로 자연에 녹아듭니다. 모든 공룡이 프시타코사우루스처럼 단조로운 갈색만 띠고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안키오르니스($\textit{Anchiornis}$)라는 작은 잡식성 공룡은 몸집은 비둘기만 하고, 온몸이 새처럼 깃털로 덮여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이 주사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이 공룡의 깃털 화석을 관찰한 결과, 몸통을 덮고 있던 깃털은 검정색이었고, 머리 부분에는 선명한 붉은색 깃털이 있었습니다. 눈에 띄는 붉은색 깃털은 왜 필요했을까요? 오늘날의 수컷 새들은 화려한 깃털을 펼치며 구애를 합니다. 이런 깃털들은 단지 아름다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새가 얼마나 건강하고 튼튼한지를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암컷은 그 신호를 보고 짝을 고릅니다.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안키오르니스의 깃털도 같은 목적이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색은 단지 겉모습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생명에게 부여한 중요한 언어입니다. 어떤 공룡은 땅과 나무의 색으로 몸을 숨겼고, 또 다른 공룡은 색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습니다. 공룡들도 그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생존을 위해, 사랑을 위해, 긴 시간 동안 저마다의 방식으로 빛났던 것이지요. 과학은 이제 그 색의 흔적을 따라가며, 자연이 오래전 생명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다시 듣고 있습니다. 또한 멜라노솜 연구는 세포 생물학과 고생물학 분야에서 중요한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현재 과학자들은 더 많은 공룡 화석에서 멜라노솜을 찾아 고대 생물의 색깔을 복원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연구 방법은 공룡뿐만 아니라 다른 멸종 생물의 체색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