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은 다양한 형태로 일어납니다. 특히 독성을 가진 원소가 누출되면 매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대표적인 예로 무단으로 방류된 폐수 속의 카드뮴 중독으로 나타난 ‘이타이이타이 병’이나, 수은에 의한 ‘미나마타 병’을 들 수 있죠. 납, 크로뮴 등 다른 독성 원소도 있습니다. 이처럼 독성 원소를 제어하지 못한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그래서 인류에게는 이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비소($\text{As}$) 또한 그 독성으로 악명 높은 원소 중 하나입니다. 아예 ‘비소’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독’일 정도이죠. 비소는 독살을 위한 독약이나 생화학 무기에 쓰였습니다. 하지만 원소 자체의 아름다운 외형적 특징 때문에 화장품이나 실내 벽지 등 다양하게 활용된 원소입니다. 따라서 중독 사고 역시 다양한 경로로 발생했죠. 하지만 최근에는 뉴스에서 비소 중독 사고에 대한 소식은 거의 들려오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젠 비소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탄소나 구리, 철과 같은 원소는 고대부터 자연스럽게 발견되어 널리 사용됐습니다. 반면 자연에 숨어 있는 원소는 발견부터 사용까지의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죠. 비소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스승이자 만능 박사라 불리던 알베르투스 마그누스(Albertus Magnus, 1193~1280)에 의해 발견되고 분리된 원소였습니다. 독성을 갖는 비소에겐 ‘상속자의 가루’라는 별명이 있었습니다. 이는 재산이나 지위를 상속받기 위해 무미, 무취의 산화 비소($\text{As}_2\text{O}_3$)를 포도주에 녹여 독살하는 방식이 널리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역사물에서 은 수저로 독의 유무를 확인하는 장면도 있는데요. 이는 황과 은이 결합해서 검게 변하는 원리를 이용해 황화 비소($\text{As}_2\text{S}_3$)를 검출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비소의 독성은 그 명성을 떨쳤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비소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습니다. 이유는 바로 비소 화합물이 만드는 아름다운 색상 때문입니다. 쥐약으로 쓰이던 비소 화합물은 에메랄드 빛의 아름답고 오묘한 색상을 띱니다. 현재는 안료를 이용해 쉽게 만들 수 있는 색이지만, 당시엔 들판에 펼쳐진 녹색과는 차별화된 신비롭고 특별한 색이었죠. 아예 이 독성 화합물로 집을 장식하는 것이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색은 ‘파리스 그린(Paris green)’이라 불렸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쥐약으로 쓰인 만큼 그 독성도 매우 강력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나폴레옹이 사망한 원인에 대한 설 중 하나로, 그가 ‘파리스 그린’에 중독되어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죠. 이처럼 비소의 아름다운 색의 매료되어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던 사람들은 수없이 많았을 것입니다. 물론 독성은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산화 비소는 정상 세포보다 암세포에게 더 강한 독성을 보이기 때문에 항암제로 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은밀한 독성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점차 배제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소가 여전히 주목받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현대의 첨단기술과 전자 문명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 산업입니다. 반도체를 이루는 핵심적인 원소는 주기율표 14족의 규소($\text{Si}$)와 저마늄($\text{Ge}$)입니다. 그러나 유사하지만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13족과 15족의 원소들을 뒤섞은 물질을 활용하기도 하는데요. 이 때, 비소가 중요한 재료로 사용됩니다. 반도체는 휴대폰이나 컴퓨터 같은 전자제품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활용됩니다. 적은 양의 전기 에너지로 밝은 빛을 내는 발광다이오드(LED)를 제작할 때도 쓰이죠. 또한 빛을 전기로 변환하는 태양광 발전기에도 활용되는데요. 특히 비화 갈륨($\text{GaAs}$) 반도체는 효율적으로 빛을 흡수해 전기로 변환할 수 있어 인기가 높은 재료입니다. 비화 갈륨은 값이 비싸 일반적으로 쓰이지는 못하지만 우주 산업 분야에서 많이 쓰입니다. 바로 인공 위성이나 외계 행성의 표면을 탐사하는 로버(Rover)의 전력을 공급하는 태양광 발전기 말이죠. 이제 비소의 독성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은 비소를 적재적소에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분명 비소 중독 사고에 대한 뉴스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비소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르는 사이에 어디선가 비소가 유출될 위험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화학과 물질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된 만큼, 비소의 독성이나 위험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안전하면서도 편리한 기술을 활용할 때마다 화학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