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명을 다한 세포는 분해되어 주변 세포에 흡수되고, 그중 일부는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데 쓰입니다. 세포를 이루는 분자는 화학 반응을 통해 다른 분자로 바뀌기도 합니다. 세포와 분자가 끊임없이 형태와 성질을 바꿔가는 동안 변하지 않는 게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이들을 이루고 있는 원자의 핵입니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자는 화학 반응으로 끊임없이 나갔다가 들어오기를 반복하지만, 원자핵은 변하지 않습니다. 원자핵은 자연 상태에서 좀처럼 깨지거나 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핵반응이 일어나려면 1억 도 이상의 온도, 혹은 그에 버금가는 고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몸속의 원자핵은 모두 어딘가에서 생겨나 소화나 호흡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몸을 이루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원자핵은 언제 어디서 만들어진 걸까요? 우리 몸을 비롯해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는 빅뱅, 별의 형성, 그리고 초신성 폭발과 같은 격렬한 우주적 사건에 의해 생겨났습니다. 빅뱅 이후 3분. 지금과 비교해 10만 분의 1 정도 크기였던 원시 우주는 핵합성이 가능할 정도로 온도와 압력이 엄청나게 높았습니다. 이때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질인 수소와 함께 헬륨, 극소량의 리튬이 생겨났습니다. 가벼운 원소가 먼저 생겨난 건 무거운 원소보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하는 과정이 단순하고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그 뒤 한동안 우주에서는 핵합성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빅뱅 1억 년 뒤에야 우주를 떠다니던 가스 구름 덩어리들이 곳곳에서 중력 붕괴를 일으켜 밀도가 높아졌습니다. 그 중심에서 핵합성이 가능한 고온, 고압의 환경이 다시 만들어졌지요. 연쇄적인 핵합성이 일어나며 엄청난 빛과 에너지를 발산하는 천체, 즉 별이 태어나기 시작한 겁니다. 별의 중심부에서는 수소를 재료로 헬륨이 합성되고, 이후 핵반응이 이어지며 탄소, 산소, 네온, 마그네슘, 규소 등의 무거운 원소가 차례대로 합성됩니다.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지는 핵합성이 별 내부에서 무한히 계속되지는 않습니다. 질량이 작은 별은 중심 온도가 충분히 높지 않아 헬륨, 탄소, 산소까지만 합성한 후 핵반응을 멈춥니다. 핵합성이 멈춰 죽음을 맞이한 별의 바깥층은 우주로 방출되고, 남은 핵 부분은 백색왜성이 됩니다. 질량이 좀 더 큰 별은 더 무거운 원소를 합성할 수 있지만, 그것도 철까지만입니다. 철은 핵합성 과정에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대신 흡수합니다. 그래서 철이 중심부에 쌓이면 별은 급격히 수축해 중력 붕괴가 일어납니다. 이때 질량이 태양의 약 8배 이상인 별은 초신성 폭발이라는 매우 격변적인 사건을 겪습니다. 폭발이 일어나면 강력한 충격파로 별 내부의 원소가 우주로 흩어지며, 충격파가 주변의 가스 구름을 밀어내 새로운 별의 형성을 촉진하기도 합니다. 또, 초신성 폭발 과정에서 온도가 10억 도 이상으로 치솟고 압력도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이때 중성자 포획이라는 현상을 통해 별 내부에서는 합성할 수 없었던 무거운 원소가 생겨납니다. 금, 백금, 우라늄, 플루토늄 같은 중원소는 모두 초신성 폭발로 생겨났지요. 이렇게 우주 공간으로 흩어진 다양한 원소는 새로운 가스 구름 덩어리를 이룹니다. 여기서 다시 새로운 별과 행성이 태어나지요. 태양과 지구도 여러 별과 여러 초신성 폭발로 생겨난 물질이 모여 만들어졌습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 역시 이런 우주적 사건에서 비롯했습니다. 빅뱅 이후 3분 동안 생겨난 수소와 헬륨. 별 내부에서 합성된 산소, 탄소, 질소, 칼슘, 인. 질량이 큰 별의 마지막 핵합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철. 그리고 초신성 폭발로 생겨난 니켈, 구리, 아연, 아이오딘, 셀레늄 같은 다양한 원소가 오늘날의 우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별들의 후예’라는 말이 과언이 아닌 이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