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스위치를 누르면 ‘틱틱틱’ 소리를 몇 번 내다가 불이 켜지는 형광등은 매우 유용한 광원입니다. 전기료가 많이 나오는 백열등만 쓰던 시절, 형광등의 발명은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형광등은 곧바로 수많은 학교와 병원, 관공서에 설치되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곳에서 쉽게 볼 수 있죠. 형광등은 유리로 만듭니다. 그래서 간혹 형광등이 깨지면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유리 대신 투명한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안전하고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왜 형광등은 여전히 유리로 만들어질까요? 형광등의 원리를 알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먼저 형광등 속에 무엇이 있는지 봅시다. 형광등의 양쪽 끝엔 전극(cathode)이 있고 내부엔 수은($\text{Hg}$) 증기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내부 표면에는 형광(fluorescence) 현상을 일으키는 형광 물질(phosphor)이 발라져 있죠. 형광이란 어떤 물질이 빛이나 전자기파를 흡수해서 빛을 내는 현상을 말합니다. 형광등의 전원을 켜면 전극에서 아주 높은 운동에너지를 지닌 전자가 방출됩니다. 방출된 전자는 등 내부에서 기체 상태로 떠다니는 수은 원자와 부딪히는데요. 이때 수은 원자 속 전자는 높은 에너지 상태로 들떴다가 낮은 에너지 상태로 되돌아옵니다. 그리고 두 상태의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자외선(UV)을 방출하죠. 이 자외선은 다시 내부의 형광 물질과 부딪힙니다. 형광 물질 속의 전자는 수은 원자 속 전자와 같은 과정을 거쳐 빛을 방출합니다. 이 때, 흡수한 자외선보다 파장이 긴 가시광선을 방출하죠. 정리하면 형광등은 전자의 에너지 상태 차이 때문에 발생한 빛을 활용하는 도구인 것입니다. 그럼 형광등은 왜 유리로 만들어야 하는지를 알아볼까요? 첫 번째 이유는 자외선 때문입니다. 형광등이 작동하면 자외선이 발생하지만 형광 물질 때문에 밖으로 나오지는 못합니다. 만약, 내부에 형광 물질이 벗겨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분명 살균 램프나 선탠 램프처럼 자외선이 여과되지 않고 밖으로 나올 것입니다. 피부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하지만 다행히도 자외선은 유리를 통과하면 매우 약해집니다. 형광 물질이 조금 벗겨져도 유리에 의해 자외선이 어느 정도 약화되기 때문에 다른 소재보다 안전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형광등의 구조 때문입니다. 혹시 형광등이 깨질 때 ‘퍽~’ 소리가 나는 걸 들어본 적 있나요? 이는 형광등 내부가 진공 상태에 있기 때문인데요. 진공 상태도 견딜 정도로 튼튼하면서 투명한 소재는 유리 밖에 없습니다. 유리와 석영은 모두 이산화 규소($\text{SiO}_2$) 기반의 소재지만, 둘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석영은 결정질이고, 유리는 비정질(amorphous solid)이라는 점입니다. 석영은 단위세포(unit cell)들이 규칙적으로 쌓여 있습니다. 이 단위세포들이 서 있는 면을 맞춰 힘을 주면 결정이 그 면을 따라 부서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리는 단위세포라는 것 자체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힘이 여러 방향으로 분산돼 휘어지는 한이 있어도 잘 부서지지 않습니다. 또한 유리는 높은 온도에서 녹아 흐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형태로 쉽게 가공할 수도 있어 편리합니다. 처음에 형광등을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하지만 플라스틱은 유리보다 사용하기가 훨씬 불편합니다. 플라스틱은 유기분자로 이뤄져 자외선에 계속 노출되면 화학 결합이 끊어집니다. 열에도 비교적 약하죠. 구조적으로도 약해지고 색도 누르스름하게 변할 수 있습니다. 유리는 아주 싼 가격으로 형광등 모양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저렴하게 만들 수 있어야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겠죠? 유리는 자외선을 걸러주고,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에 강하며, 가공이 쉽고, 가격마저 쌉니다. 이제 형광등을 왜 유리로 만드는지 이해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