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하던 해안가에 갑자기 거대한 ‘물벽’이 나타나 도로와 건물을 집어삼킵니다. 이는 평소 경험하는 풍랑이나 너울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파도인 해일 때문입니다. 풍랑이나 너울은 우리가 평소 바다에서 보는 일반적인 파도입니다. 5초 내외의 짧은 주기로 해수면이 오르내립니다. 반면 해일이 발생하면 수분에서 수십 분 이상 긴 시간 동안 거대한 규모로 바닷물이 밀려오게 됩니다. 이때 미처 피하지 못하면, 크나큰 인명 피해로 이어집니다. 해일 피해를 줄이려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특히 가장 대표적인 두 종류의 해일인 지진 해일(tsunami)과 폭풍 해일(storm surge)은 원인과 생성 조건이 다릅니다. 따라서 대비와 예측 방법도 구분되어야 합니다. 쓰나미, 즉 지진 해일은 해저에서 지진, 화산 폭발, 산사태 등 대규모 지각운동이 일어날 때 발생합니다. 깊은 바닷속에서 해수면의 거대한 수직 운동을 일으킬 정도의 대규모 지각운동이 활발한 곳은 판의 경계입니다. 특히 수렴경계, 즉 서로 가까워지고 있는 판의 경계나 해저 화산 분출 지역에서 주로 나타납니다. 태평양 주변의 '불의 고리'가 대표적인 발생 지역입니다.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진 해일은 사망자만 20만 명이 넘는 역사상 최악의 피해를 남겼습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지진 해일 조기 감시 경보 체계가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2011년의 일본의 3.11 동일본대지진의 지진 해일은 그래도 지진 해일파가 해안에 도달하기 12~15분 전에 대피 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다행히 최소한의 대비책이 발동한 것이죠. 그에 비해 2004년의 인도네시아 앞바다와 먼바다의 지진 해일 조기 감시 경보 체계는 전무한 상태였고, 따라서 해안가에 있던 사람들은 어느 순간 갑자기 들이닥치는 지진 해일을 무방비 상태로 마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진 해일파는 파장이 수심보다 훨씬 길어서 천해파 특성을 가집니다. 천해파는 파장이 수심의 20배 이상 긴 파동으로, 바닥의 영향을 받아 전파속도가 오직 수심에만 의존합니다. 전파속도는 수심의 제곱근에 비례합니다. 중력가속도와 수심을 곱하고 제곱근을 취하면 전파속도를 구할 수 있습니다. 수심 5,500m에서는 시속 835km, 900m에서는 시속 340km, 20m에서는 시속 50km입니다. 각각 제트기, 고속열차,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에 해당합니다. 심해에서 발생한 지진 해일이 해안에 접근하면서 수심이 얕아지면 전파속도가 급격히 감소합니다. 그만큼 파장이 짧아지고 진폭은 증가합니다. 해안 지형에 따라 천해파가 굴절하며 파 에너지의 수렴과 발산이 일어납니다. 수렴하는 곳에서는 진폭이 더욱 증가합니다. 심해저에서 발생할 때는 해수면이 1m 내외로만 출렁입니다. 하지만 파장이 100km 내외로 매우 길어 먼바다에서는 지진 해일의 존재를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해안가에 도달하면 파장이 수백 m, 진폭이 수십 m가 되어 큰 피해를 줍니다. 만약 해안가에서 바닷물이 몇 분 동안 멀리 빠져나가는 것을 목격한다면 곧 지진 해일이 들이닥칠 것을 예상하고 빠르게 대피해야 합니다. 폭풍 해일은 태풍이나 허리케인과 같은 강력한 폭풍이 접근할 때 발생합니다. 태풍 접근 시 강풍과 호우뿐만 아니라 해안가에서는 폭풍 해일과 월파에 따른 침수 피해가 동반됩니다. 특히 대조기의 만조 시간대에 태풍이 상륙하는 경우 효과가 중첩되어 피해가 극심해집니다. 대조기는 달과 태양이 일직선상에 있을 때로 조차가 가장 큰 시기이고, 만조는 하루 중 바닷물이 가장 높이 올라오는 시간입니다. 한국의 경우, 2003년 태풍 매미가 마산과 창원에, 2016년 태풍 차바와 2020년 태풍 힌남노는 부산에 상당한 폭풍 해일 피해를 남겼습니다. 2020년에는 태풍 마이삭이 동해안에 큰 폭풍 해일 피해를 일으켰습니다. 폭풍해일은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과 같은 열대성 저기압이 만드는 현상입니다. 이들은 바다에서 대기로 공급되는 수증기가 응결할 때 나오는 잠열(숨은열)을 에너지원으로 합니다. 해표면 수온이 높고 증발이 우세한 열대 해역에서 생성되지만 중위도로 이동하면서 온대 해역에서도 폭풍해일을 생성합니다. 이들 열대성 저기압이 폭풍해일을 만드는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강력한 폭풍 중심부의 낮은 기압으로 해수면을 누르는 압력이 줄어들면 해수면 고도가 상승합니다. 높아진 해수면은 제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멀리 전파하여 해안가를 덮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기압이 1hPa 낮아지면 해수면이 1cm 오릅니다. 폭풍해일의 진폭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태풍의 중심기압과 강도, 이동 속도와 경로, 상륙 경로가 해안선과 이루는 각도, 연안 지형 등이 있습니다. 특히 입구가 좁은, 만에서는 폭풍해일로 인한 해수면 상승 효과가 집중되어 더욱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지진 해일과 폭풍 해일은 모두 해수면이 크게 출렁이며 발생하지만 원인이 완전히 다릅니다. 지진 해일은 해저 지각의 움직임으로부터, 폭풍 해일은 기압 강하 조건으로부터 발생하는 독립적인 현상입니다. 현재 태평양 지진 해일 경보센터(Pacific Tsunami Warning Center)와 각국의 해일 감시 체계가 국제 공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기상청도 지진 해일 특보 시스템과 폭풍 해일 예측 모델을 운영하여 조기 경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위성과 해양 부이를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되어 해일 예측 정확도가 크게 향상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