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사고 실험을 한번 해볼까요? 우리 몸은 탄소(C), 수소(H), 산소(O), 질소(N), 인(P), 황(S), 즉 CHONPS 라는 여섯 개의 원소가 정교하게 조립된 복잡한 유기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몸을 원소 단위로 완전히 해체한 뒤 해체된 원소를 같은 순서와 방식으로 다시 조립한다면, 그 결과물은 살아있는 존재일까요? 아니면 단지 정교하게 만들어진 무생물에 불과할까요? 여기 두 가지 관점이 있습니다. ‘똑같이 조립하면 살아 있는 존재일 것이다’라는 생각은 기계론, ‘아무리 똑같이 조립해도 생명은 단순한 조립만으로는 생기지 않는다’라는 생각은 생기론이라고 하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기계론-생기론 논쟁이 가장 격렬하게 벌어졌던 때는 1828년이었습니다. 독일의 유기화학자인 프리드리히 뵐러(Friedrich Wöhler, 1800~1882)가 암모늄 이온과 시안산이라는 두 무기물을 용액에 섞은 뒤 가열해 ‘요소’라는 유기물을 만들어내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유기물에는 무기물에 없는 생기력(vital force)이 있다고 생각했고, 유기물은 오직 생명체만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는데, 이게 뒤집힌 것이죠. 뵐러의 실험은 무기물의 단순한 조합으로도 유기물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어, 기계론적 시각에 큰 힘을 실어주었죠. 물론 당시 대부분의 학자들은 여전히 생기론에 동의했기 때문에, 기계론은 한동한 무시되었습니다. 현대 과학에서는 요소는 물론, 이보다 훨씬 복잡한 아미노산, 핵산 등을 합성해서 만들어 실험재료로 쓰고 있다 보니, 당시의 논쟁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놀랍게도 2010년에 이 논쟁이 다시 한번 불붙게 됩니다. 그해 5월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에 큰 기여를 한 크레이그 벤터(Craig Venter, 1946~) 박사가 <사이언스>에 인공세포를 합성했다는 논문을 발표했기 때문이죠. 비교적 간단한 미생물인 미코플라즈마 마이코이데스($\textit{Mycoplasma mycoides}$)를 합성해서 관찰했더니 지극히 정상적으로 생명 활동을 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세포를 처음부터 만든 것은 아닙니다. 현재의 뛰어난 기술로도 세포를 완전히 합성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인공적으로 합성한 유전체를 기존의 미코플라즈마 카프리콜룸($\textit{Mycoplasma capricolum}$) 세포 안에 강제로 주입해서 만든 것입니다. 합성된 유전체에는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항생제 배지 위에 키우면 카프리콜룸이 가지고 있던 원래 유전체는 제거되고 오직 합성 유전체를 가진 세포만 살아남게 됩니다. 즉, 기존 세포의 외형과 구조는 그대로 이용하면서, 합성한 유전체가 세포 내에서 정상적으로 기능함을 보여준 것이죠. 이 논문이 발표되자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생기론 기계론 논쟁이 격렬해졌습니다. 여전히 생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세포 전체를 만든 게 아니라 기존 세포를 쓴 것 아니냐?”고 기계론을 반격했지만, 기계론적 관점에서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유전체가 기존 세포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함을 보여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였죠. 기계론적 관점에 무게를 실어준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물론 벤터 박사의 연구가 생명 철학의 논쟁을 종결하려고 한 건 아닐 것입니다. 그보다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장을 열기 위한 시도였지요. 우리에게 유용한 생물체를 직접 디자인해서 합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다양한 합성생물학의 성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식물이 없이도 광합성과 유사한 방식으로 유기물을 생산하거나, 바다에 원유를 쏟았을 때 그 원유를 제거하는 미생물도 합성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이제 여러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다양한 생물을 만들어내는 창이 열린 것입니다. 어떻게 단순한 무생물이 정교하게 모여서 ‘생명’이라는 전혀 새로운 특성을 만들어낼까요?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창발성(emergence)’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물 분자를 예로 들어볼까요? 물은 한 개의 산소와 두 개의 수소 원자가 결합된 형태입니다. 그런데 개별 원소인 수소나 산소는, 어디를 봐도 물이 가진 액체의 특성을 전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 둘이 결합하면서 전혀 다른 성질인 물의 특성이 돌연히 나타나지요. 이를 창발성이라 합니다. 부분에서는 없던 특성이 부분의 결합으로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 이러한 창발성은 물질세계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CHONPS 원소가 정교하게 모여 아미노산이나 뉴클레오타이드 같은 분자를 만들고, 이들이 다시 연결되어 단백질, DNA, RNA와 같은 복잡한 거대 분자가 형성됩니다. 이후 생명을 구성하는 거대분자들이 정교하게 모이면 이전에는 없던 생명체만의 특성이 드러나는 것이지요. “생명체도 결국은 복잡한 유기체에 불과할 뿐이다”라는 기계론적 관점은 때로 우리 인간을 불쾌하게 만듭니다. “내가 이 돌멩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단 말인가?”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죠. 그러나 생명이라는 고도로 정교하게 조립이 된 유기체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그래서 오늘날의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출현하기 위해서는 무려 40억 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자연선택이라는 끌로 깍고 다듬어져 오늘날의 인간이 가진 유전체가 완성된 것입니다. 기계론적 시각은 생명을 ‘정교한 화학 반응과 물리 법칙에 따른 결과’로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이며, 이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술과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기계론적 관점에 불쾌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여러분은 두 관점 중 어느 쪽에 더 끌리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