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표면 아래,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미세한 생명체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바로 해양 플랑크톤입니다. 이 작은 생물들이 번성하려면 물속에 녹아 있는 영양분이 필요합니다. 마치 식물이 토양의 영양분을 흡수하듯이 말입니다. 작아 보이지만, 이 플랑크톤들이야말로 해양 생태계 전체를 떠받치는 기반입니다. 하지만 해양 생태계는 육지와 다릅니다. 육지에서는 식물이 뿌리를 통해 토양에서 영양분을 얻지만, 바다에서는 플랑크톤이 물에 녹아 있는 영양분을 직접 흡수합니다. 해양학에서는 이렇게 바닷물에 녹아 있는 무기염류 형태의 영양분을 '영양염'이라고 부릅니다. 해양 생태계에서 특히 중요한 영양염은 질소와 인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규조류와 같은 일부 플랑크톤이 실리콘을 이용해 유리처럼 투명하고 단단한 규산질 껍질을 만든다는 점입니다. 해양의 영양염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한 인물은 알프레드 레드필드(Alfred Redfield, 1890~1983)입니다. 1934년, 해양학자인 레드필드는 다양한 해양을 연구하며 질산염과 인산염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해수의 질산염과 인산염 함량, 그리고 플랑크톤의 원소 조성이 여러 해역에서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평균적으로 해양생태계에서 탄소와 질소, 인은 106:16:1의 비율로 바이오매스를 형성합니다. 바이오매스란 생물체의 양을 말하는데, 해양에서는 주로 플랑크톤이 이를 만들어냅니다. 우리는 이 비율을 레드필드 비율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바다 전체의 플랑크톤들이 평균적으로 탄소 106개, 질소 16개, 인 1개의 비율로 몸을 구성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개별 플랑크톤 종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바다 전체로 보면 놀랍도록 일정한 패턴을 보입니다. 그래서 영양염의 농도를 측정하고, 레드필드 비율을 이용해 과학자들은 해양의 생지화학적 순환을 연구합니다. 특정 환경의 부족한 영양염을 파악하여 해양 생산성을 이해하는 기초 자료로도 사용됩니다. 육지의 식물이 광합성을 하기 위해 햇빛이 필요하듯이, 빛과 더불어 영양염은 해양 표층에서 식물 플랑크톤의 활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빛과 영양염이 모두 풍부하게 제공되면, 식물 플랑크톤이 급속히 번식합니다. 바다가 갑자기 녹색이나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보신 적이 있나요? 이것이 바로 '블룸'입니다. 마치 꽃이 피듯 식물 플랑크톤이 대량으로 번성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반대로 특정 영양염이 부족해 식물 플랑크톤이 잘 자라지 못하는 경우, 우리는 이를 '제한요소'라 부릅니다. 해수의 영양염 비율을 레드필드 비율과 비교하면, 부족한 영양염이 무엇인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해역의 생태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수의 영양염 비율이 16:1(N:P)보다 높다면, 인이 제한되어 있는 환경입니다. N:P 비율이 16:1보다 낮으면 해당 해양 시스템은 질소가 제한된 환경입니다. 그렇다면 해양의 영양염은 어디에서 공급될까요? 영양염은 주로 강물, 지하수, 혹은 대기 등을 통해 육지에서 공급됩니다. 심해에서 표층으로의 혼합이나 용승에 의해서도 공급됩니다. 일반적으로 육지에 가까운 해역은 영양염이 풍부합니다. 해양 표층보다는 심층에서 영양염 농도가 더 높습니다. 이는 표층에서 플랑크톤이 영양염을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플랑크톤의 수는 줄어듭니다. 유기물이 분해되어 생성된 영양염이 축적되면서, 심층에서 영양염의 농도는 증가합니다. 수심 1,000미터 이상에서는 영양염이 매우 풍부합니다. 심해에 있는 영양염을 표층의 플랑크톤이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심해의 물이 표층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우리는 용승이라 부릅니다. 용승이 일어나면, 물과 함께 영양염도 함께 떠오르게 됩니다. 플랑크톤도 증가하고, 좋은 어장이 형성됩니다. 한편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깊은 바다에서는 기후 온난화에 따라 해양 성층화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성층화란 바닷물이 층층이 나뉘어져서 위아래로 섞이지 않는 현상입니다. 이렇게 되면 해양 심층에서 표층으로의 영양염 공급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영양염 공급이 줄어들면 식물 플랑크톤에 의한 일차 생산이 감소합니다. 이는 해양생태계 전체에 공급되는 에너지를 줄이며, 결과적으로 어획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영양염이 부족하면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지만, 영양염이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농업, 산업폐수, 생활하수 방출, 그리고 양식 등 인간 활동으로 인해 질소나 인 등의 영양염이 해양으로 과도하게 유입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부영양화로, 영양염의 과도한 유입으로 인해 미세조류가 과잉 생산되는 적조 현상이 발생합니다. 조류가 과도하게 생기면, 햇빛을 차단하여 바닥에서 자라는 해초와 같은 식물들이 성장하지 못하게 됩니다. 조류가 죽어서 부패하면, 분해되면서 물속의 산소를 소모하고 이산화탄소를 생성합니다. 물속의 산소 수치가 매우 낮아지는 저산소증, 심하게는 무산소증이 발생하면 물고기나 게와 같은 수생 동물의 생존 또한 위협하게 됩니다. 과도한 영양염의 유입은 생태계에서 연쇄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부영양화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 중입니다. 강, 호수, 연안 해역을 모니터링하며 기준을 정해 영양 상태를 평가하고, 영양염의 출처를 식별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연안 수역으로의 영양염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중적 인식도 필요합니다. 전 세계 부영양화 관측 시스템과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위성 센서를 통한 해양의 부영양화 정도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해양 시스템에서 영양염의 공급과 소비는 복잡한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해양 과학자들은 영양염 순환 모델링과 장기 모니터링을 통해 해양 생태계 변화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를 잘 관리하여야 지속가능한 해양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