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어부들이나 연구선의 해양학자들, 그리고 해저 케이블 작업자들이 때때로 목격하는 놀라운 광경이 있습니다. 바다 깊은 곳에서 건져 올린 하얀 얼음 덩어리에 불을 대는 순간, 파란 불꽃이 활활 타오르며 춤을 춥니다. 차가운 얼음이 어떻게 불에 탈 수 있을까요? 사실 이 물질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얼음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분자들이 만든 결정 구조 사이에 메테인 가스가 갇힌 메테인 하이드레이트입니다. 메테인 하이드레이트는 클라스레이트(clathrate) 또는 가스 하이드레이트라고도 부릅니다. 대략 46개의 물분자 사이에 8개의 메테인 분자가 포함되어 있는 구조로 , 1리터의 메테인 하이드레이트에는 약 120g의 메테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0℃, 1기압에서 약 168리터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메테인 하이드레이트는 시베리아나 알래스카처럼 1년 내내 땅이 얼어 있는 영구동토층 같은 육상 환경에서도 발견되지만, 주로 해저 퇴적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양에서는 어떤 조건에서 이런 신비한 물질이 만들어지는 걸까요? 메테인 하이드레이트가 형성되려면 먼저 메테인이 있어야 합니다. 메테인은 천연가스의 주성분으로 잘 타는 성질을 가진 무색무취의 가스입니다. 해저 퇴적물에서 이 메테인은 주로 미생물에 의해 생성됩니다. 퇴적물 내에서 유기물이 분해될 때 산소, 질산염, 망가니즈 산화물, 철 산화물, 황산염 이온 등이 전자수용체로 차례로 사용됩니다. 쉽게 말하면 미생물들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우리가 산소로 호흡하는 것처럼 이런 물질들을 순서대로 이용해 호흡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물질들이 모두 고갈되면 특정 고세균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산소 대신 아세트산이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메테인을 생성하면서 생존합니다. 이 과정은 혐기성 유기물 분해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메테인이 생성되려면 퇴적물에 유기물이 풍부해야 합니다. 육지에서 영양염이 흘러 들어오는 연안 해역처럼 해양 생물들이 많이 살다가 죽어서 바닥에 쌓이는 환경에서 메테인 하이드레이트가 주로 형성됩니다. 반면 깊은 외양에서는 해저에 도달하는 유기물 양이 적어 메테인 생성이 제한적입니다. 메테인 하이드레이트는 특정한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만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온도는 낮을수록, 압력은 높을수록 유리합니다. 0℃에서는 26기압, 10℃에서는 73기압의 높은 압력이 필요합니다. 바다에서는 수심이 10m 깊어질 때마다 수압이 약 1기압씩 증가합니다. 해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수심 300m보다 깊고 수온이 3℃보다 낮은 곳에서 메테인 하이드레이트가 안정하게 존재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해수 중에는 메테인 농도가 너무 낮아 하이드레이트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오직 퇴적물 내에서만 형성됩니다. 또한 해저면에서 너무 깊은 곳은 지열로 인해 온도가 상승해 메테인 하이드레이트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퇴적물에서 깊이가 100m 증가할 때마다 온도가 3~4℃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해양학자들이 퇴적물 코어를 채취해 연구선 갑판으로 올리면 얼음처럼 보이는 메테인 하이드레이트 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바로 맨 처음에 언급한 그 신비한 '불타는 얼음'의 정체입니다. 한편 갑자기 낮아진 압력 때문에 메테인 하이드레이트가 녹으면서 메테인이 방출되어 시료가 손상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방출된 메테인에 불을 붙이면 마치 얼음이 불에 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메테인 하이드레이트의 전 지구적 매장량은 다른 화석연료 전체 매장량에 필적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메테인을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열수 주입이나 압력 조절 등의 방법이 연구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설령 기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환경적 우려가 큽니다. 자원 개발을 위해 퇴적층에서 메테인 하이드레이트를 추출하면 퇴적물이 교란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륙사면에서 퇴적층이 교란되면 해저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있고 생태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큽니다. 과거에는 온난화로 인해 메테인 하이드레이트가 녹으면서 대기로 메테인이 방출되어 급격한 기온 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메테인 하이드레이트가 온난화에 매우 느리게 반응하며, 퇴적물에서 방출되더라도 해수에 용해되어 대기로의 직접적인 방출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동해의 울릉분지 퇴적물에서도 메테인 하이드레이트가 발견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자원으로서의 가치에 주목했지만, 점차 기후변화에 대한 반응과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 과학적 관점에서 연구로 확대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