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1년 파리,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 1745~1827)는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폴레옹 앞에서 자신이 만든 전지로 전류를 만드는 방법을 시연했습니다. 나폴레옹은 그에게 백작 작위를 수여했고, 훗날 그의 이름은 전압의 단위 ‘볼트(V)’에 쓰이면서 역사에 남았습니다. 현대 문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전지는 볼타에 의해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볼타의 전지가 탄생한 지 200년이 넘었지만, 그 기본적인 구조는 여전히 볼타의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기본 구조를 한번 살펴봅시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갑니다. 이렇게 흘러가는 물의 힘으로 물레방아를 돌려 일을 할 수 있죠. 마찬가지로 전자도 위치 에너지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합니다. 전자가 이동하며 생기는 전류는 물의 흐름과 비슷해서 전구를 밝히거나 선풍기를 돌리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전자의 위치 에너지가 높은 곳을 산화 전극(anode), 위치 에너지가 낮은 곳을 환원 전극(cathode)이라고 합니다. 산화 전극에서 나온 전자는 외부 도선을 따라 흘러 환원 전극으로 들어가면서 전류를 만듭니다. 볼타 전지에서는 산화 전극으로 아연($\text{Zn}$)을, 환원 전극으로 구리($\text{Cu}$)를 사용했습니다. 아연 금속이 산화되면 아연 이온($\text{Zn}^{2+}$ )이 되며 전자가 방출됩니다. 이 전자가 외부 도선을 따라 흘러 구리 전극으로 이동합니다. 구리 전극으로 이동한 전자는 전극 근처에 존재하는 수소 이온($\text{H}^{+}$)을 만나 수소 기체를 만드는 환원 반응에 쓰입니다. 수소 이온은 구리판과 아연판 사이의 소금물에 적신 천 속에 있습니다. 두 전극 사이에 있는 소금물을 전해질이라고 합니다. 전해질 속의 이온은 전하를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기본적으로 전지는 산화 전극, 환원 전극, 그리고 전해질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산화 전극에서 생긴 전자는 외부 도선을 따라 환원 전극으로 이동해 환원 반응에 쓰입니다. 전해질 속의 이온은 전하를 운반해 전체 회로의 전기적 흐름을 완성하죠. 이렇게 볼타가 처음 제시한 전지의 기본적인 구조는 20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건전지(dry cell)의 구조를 살펴봅시다. 건전지는 산화 전극으로 아연을, 환원 전극으로는 탄소($\text{C}$) 막대를 사용합니다. 아연이 산화되면서 발생한 전자는 외부 도선을 통해 탄소 막대로 이동하여 망가니즈($\text{Mn}$) 산화물을 환원시킵니다. 전해질로는 염화 암모늄($\text{NH}_4\text{Cl}$) 수용액을 쓰지만, 흐르지 않는 반죽 상태로 사용합니다. 이처럼 전해질이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건’전지(‘dry’ cell)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죠. 한편 염화 암모늄 대신 수산화 칼륨($\text{KOH}$)을 전해질로 사용하면 더욱 안정적이고 수명이 긴 알칼리 전지(alkaline cell)가 됩니다. 건전지는 보통 한 번 쓰면 버려야 하는 일차 전지입니다. 재충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이와 달리 리튬($\text{Li}$) 이온 전지는 충전을 통해 여러 번 쓸 수 있는 이차 전지입니다. 리튬 이온 전지에서도 전지의 기본 구조는 유지됩니다. 산화 전극으로 흑연, 환원 전극으로 리튬 금속 산화물, 그리고 전해질은 리튬 염을 녹인 유기용매를 씁니다. 방전이 일어날 때 흑연의 탄소층 사이에 삽입되어 있던 리튬은 산화되어 리튬 이온($\text{Li}^{+}$)이 되고 이때 생긴 전자가 외부 도선을 따라 환원 전극으로 이동합니다. 전해질을 통해 이동한 리튬 이온과 전자가 만나 환원 반응을 일으켜 리튬 금속 산화물이 됩니다. 방전된 리튬 이온 전지에 전기 에너지를 공급하면 환원 전극의 리튬 이온이 다시 산화 전극으로 이동하며 충전됩니다. 마지막으로 연료 전지가 있습니다. 외부에서 전기 에너지를 공급해 충전하는 이차 전지와 달리, 연료 전지는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연료를 외부에서 주입해야 합니다. 연료 전지에서도 전지의 기본 구조는 유지됩니다. 수소 연료 전지의 경우 산화 전극에서 수소가 산화되어 수소 이온이 되는데 이때 생긴 전자가 외부 도선을 따라 환원 전극으로 이동합니다. 환원 전극에서는 산소가 전자와 전해질을 통해 이동한 수소 이온과 만나 환원됩니다. 전해질은 고분자 전해질막을 주로 사용합니다. 볼타가 전지를 발명한 지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전지가 개발되었지만, 기본 구조는 여전히 두 개의 전극과 전해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더 효율적이고 안전한 전지를 개발하면서 전극에서 일어나는 산화-환원 반응과 전해질의 종류만 변화했을 뿐입니다. 산화-환원 반응의 근본 메커니즘, 전자의 이동, 이온의 흐름 등 에너지 변환의 기본 원리는 여전히 동일합니다. 기술은 변화해도 그 근간이 되는 과학 원리는 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전지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닙니다. 핵심 원리를 이해한다면, 어떤 변화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과학을 배운다는 건, 그런 나침반 하나를 손에 넣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