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웨이브가 들어간 헤어스타일로 시상식에 참여하는 배우들을 보면 ‘나도 미용실에서 펌을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미용실에서 펌을 하게 되면, 미용사는 머리카락을 롤러로 말고 약품을 바른 후 뜨거운 열을 가합니다. 또 마지막에는 다른 약품처리도 하죠. 마치 머리카락으로 화학 실험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머리카락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어떤 사람은 자연적으로 직모를 가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곱슬머리가 납니다. 이런 특성은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모낭’의 모양에 따라 결정됩니다. 모낭의 형태에 맞게 머리카락이 자라죠. 대부분 직모를 갖는 동아시아인들은 원기둥 형태의 모낭을 지닙니다. 반면, 모낭이 옆으로 누울수록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자라는데요. 주로 유럽인이나 아프리카인들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특성입니다. 이번엔 머리카락의 구조를 살펴봅시다. 머리카락의 가장 바깥에는 큐티클 층이 있습니다. 이 층은 죽은 세포들이 비늘처럼 겹겹이 쌓여 머리카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큐티클 층 안쪽에는 모피질(cortex)이라는 중심부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모피질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 섬유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섬유들은 서로 수소 결합을 통해 단단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머리카락을 이루는 케라틴에는 시스테인(cysteine)이라는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시스테인은 황을 포함하는 싸이올기($\text{-SH}$)를 가집니다. 서로 다른 케라틴 가닥에 있는 시스테인들은 서로 이황화 결합(disulfide bond, $\text{-S-S-}$)을 이루며 머리카락의 전반적인 모양을 만들고 고정시킵니다. 모낭이 옆으로 누울수록 머리카락 자체가 넓적해지며, 이황화 결합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곱슬머리가 나오게 됩니다. 유전적으로 정해진 직모나 곱슬머리의 숙명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 바로 펌(perm)입니다. 펌 덕분에 이제 누구나 멋진 헤어스타일을 원하는 대로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펌의 원리는 아주 단순합니다. 머리카락의 이황화 결합을 끊어준 뒤, 롤러로 머리카락을 말아 원하는 모양을 잡아준 상태에서 이황화 결합을 다시 이어주면 됩니다. 이황화 결합을 끊어내려면 환원제를 사용하여 황 원자에 수소 원자가 붙는 환원 반응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리고 롤러로 모양을 잡은 다음 이황화 결합을 다시 만들려면 황 원자에서 수소 원자를 떼어 내는 산화 반응을 일으켜야 하죠. 잘 알려진 산화제인 과산화수소($\text{H}_2\text{O}_2$)를 사용하면 이황화 결합을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예전에 펌을 할 때는 지금과는 방법이 조금 달랐습니다. 머리에 롤러를 말아 모양을 잡은 다음에 암모니아와 암모늄 티오글리콜산(ammonium thioglycolate)이라는 화합물을 머리카락에 부었습니다. 이를 통해 이황화 결합을 끊어줍니다. 그 다음에 과산화수소 용액을 부어주면 이황화 결합이 생기면서 머리에 웨이브가 고정됩니다. 암모니아를 사용하기 때문에 ‘염기성 펌’이라고 부르죠. 염기성 용액에서는 큐티클 층이 일어서기 때문에 머리카락의 손상이 많이 생기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머리카락의 손상을 막기 위해서 ‘산성 펌’이 개발되었습니다. 산성 펌은 글리세릴 모노티오글리콜산(Glyceryl monothioglycolate)이라는 환원제를 사용합니다. 이 약품은 산성 조건에서 작동하므로 머리카락 손상을 적게 일으키지만, 결합을 끊어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열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요즘 미용실을 가면 모두들 머리에 비닐을 덮어쓰고 뜨거운 열기가 나오는 기계 아래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이 산성 펌도 마지막에는 과산화수소를 사용합니다. 그래야 이황화 결합이 생기면서 머리에 웨이브가 고정이 되니까요. 산성 펌의 단점으로, 머리카락이 굵으면 웨이브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뜨거운 열기를 충분히 가하지 않으면 펌이 만들어 지지 않는 문제도 있죠. 펌은 머리카락의 케라틴 사슬 위에 있는 이황화 결합을 환원반응으로 끊고 산화반응으로 다시 만드는 과정입니다. 사용하는 환원제의 종류와 사용 조건에 따라 염기성 펌, 산성 펌이 정해집니다. 또한 그 어떤 펌도 과산화수소라는 산화제의 사용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펌을 너무 자주 하면 큐티클 층도 상하고 케라틴 섬유도 손상되니, 펌은 적절한 시간 간격을 두고 하는 것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