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화석연료의 연소, 산림의 벌채, 해안 습지의 개발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이 사실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요.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는 다행히 대기에 끝없이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탄소 저장고(reservoir)로 흡수되어 분산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방대한 탄소 저장고는 퇴적물과 탄산염 등의 암석 형태로 등 지각 내부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대기와 토양, 생물권 등 지표 근처에서 빠르게 순환하는 탄소 저장 영역인 ‘표층 탄소 저장고’ 중에서는 해양이 가장 많은 탄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양은 대기권이나 생물권에 비해 많은 탄소를 저장해, 지구 기후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해양은 1950년 이후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25% 이상을 흡수해왔습니다. 그렇다면 바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을까요? 과학자들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두 가지 주요 메커니즘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용해도 펌프’와 ‘생물학적 펌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펌프’란 단어는 탄소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여 장기간 격리되는 현상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 표현입니다. 실제로 두 메커니즘 모두 대기에서 해양의 표층으로, 그리고 해양 표층에서 심층으로 탄소를 이동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마치 기계 펌프가 액체를 흡입하고 다른 곳으로 밀어내는 것처럼, 해양은 탄소를 받아들여 지구의 깊은 내부로 보내고, 그곳에 머무르게 합니다. 그래서 이 과정은 단순한 저장이 아니라, 능동적인 탄소의 수송과 격리로 이해됩니다. 먼저 용해도 펌프(solubility pump)에 대해 알아볼까요? 이는 탄소가 대기에서 해양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대기와 해수 간의 물리화학적 상호작용이 핵심이죠. 대기에 있던 이산화탄소는 해수 표면에서 물과 반응해 중탄산염, 탄산염, 탄산과 같은 형태로 바닷물에 녹아듭니다. 이렇게 해수에 녹아 있는 탄소를 ‘용존 무기탄소’(Dissolved Inorganic Carbon, DIC)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요소는 온도입니다. 기체는 차가운 물에 더 잘 녹습니다. 북대서양이나 남극해처럼 차가운 고위도 해역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용해되고, 이 탄소는 해류를 따라 깊은 바다로 이동합니다. 냉각된 해수가 밀도가 높아 가라앉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심해로 내려간 탄소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 경우에 따라 수천 년 동안 대기와 격리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생물학적 펌프(biological pump)입니다. 이는 해양 표층에서 해양 심층까지 탄소가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식물플랑크톤의 광합성이 핵심입니다. 식물플랑크톤은 햇빛이 닿는 얕은 바다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유기물로 전환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기탄소는 먹이사슬을 따라 다른 생물에게 전달되거나, 죽은 뒤 바다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이때 생물의 배설물, 사체, 미세한 유기물 조각 등도 함께 형성됩니다. 입자의 크기나 밀도에 따라 일부는 빠르게 심해로 침강해 해저에 쌓이게 되지요. 특히 탄산칼슘이나 광물질처럼 무거운 물질이 유기물과 함께 있을 경우, 이를 ‘봇짐 효과’(ballast effect)라고 합니다. 무게가 더해져 침강 속도가 빨라지고, 해수 중 산소 농도 감소 등으로부터 보호되어 분해가 덜 일어나기 때문에 더 많은 탄소가 퇴적층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이러한 입자상 유기탄소(Particulate Organic Carbon, POC)는 해저에 쌓이면서 결국 퇴적암으로 변하고, 수백만 년 이상 탄소를 가두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해양에 존재하는 탄소의 총량은 어마어마합니다. 용존 무기탄소는 약 3만 8,000 기가톤(GtC), 용존 유기탄소는 약 700 GtC, 입자상 유기탄소는 20~30 GtC로 추정됩니다. 해양 생물이 저장하는 탄소도 약 3 GtC에 달합니다. 이는 육상 생물과 토양을 합친 것보다 16배, 대기 중 탄소보다도 60배 많은 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양은 자연적인 탄소 흡수원으로서 지구 탄소 순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최근에는 위에서 설명한 펌프 외에도, 동물플랑크톤과 어류의 수직 이동, 미생물의 활동, 해양의 소용돌이(eddy) 같은 미세한 물리적 현상도 해양의 탄소의 이동과 저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양의 탄소 흡수 능력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이산화탄소의 용해도는 떨어지고 해류 순환도 느려지기 때문에 펌프의 효율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플랑크톤의 종이나 크기가 변할 수도 있고, 이에 따라 생물 생산성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지요. 해양 산성화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해양 관측 장비를 개발하고, 장기적으로 해양을 모니터링하며 매년 해양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격리할지, 지구 온난화가 미래 이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을 활용해 탄소의 흐름을 추적하고, 모델링하기도 하죠. 이렇듯 해양의 탄소 저장 메커니즘은 생물학적·물리학적·화학적 시스템이 어우러진 복잡한 과정입니다. 바다를 이해하는 일은, 곧 지구의 미래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