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집에 늘 있는 약이 있습니다. 바로 열이 날 때 먹는 해열제입니다. 그런데 이 해열제는 열을 내리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통증도 같이 줄여줍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해열진통제라고 부릅니다. 어떻게 열과 통증을 하나의 약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걸까요? 진통제는 통증을 제거하거나 경감시키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의약품입니다. 통증은 실제적, 잠재적인 조직 손상과 연관된 불쾌한 감각적, 감정적 경험입니다. 결국 우리가 ‘아프다’고 느끼는 모든 감각이 통증인 것이죠. 몸속에는 통증을 입력하는 특별한 수용체가 있습니다. 이 수용체에 통증을 전달해 주는 신호전달물질이 도착하면 통증이 입력되고, 뇌에서 이를 받아들이면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통증 전달에 관여하는 신호전달물질로는 세로토닌(serotonin),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등이 있습니다. 조직이 손상되면 해당 조직에서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라는 물질이 분비되면서 발열과 염증이 발생하는데요. 이 때 통증 수용체도 함께 활성화되면서 통증이 유발됩니다. 이것이 발열과 염증, 통증이 함께 발생하는 원리입니다. 진통제는 마약성과 비마약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는 중추신경계의 아편유사제(opioid) 수용체에 결합해 통증을 차단합니다. 특정 수용체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수용체도 적응을 합니다. 마치 운동 첫날엔 근육통이 심하지만 점차 근육통이 사라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이렇게 수용체가 적응을 하면 기존과 동일한 진통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약물의 양을 점차 늘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것이 바로 ‘내성’입니다. 이 외에도 특정 약물을 반복적으로 찾는 ‘탐닉성’이 생길 ㅁ이 외에도 특정 약물을 반복적으로 찾는 ‘탐닉성(addictive)’이 생길 수 있어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복용해야 합니다. 있어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복용해야 합니다. 비마약성 진통제는 주로 근육, 뼈, 피부에 발생하는 체성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활용됩니다. 이는 크게 아세트아미노펜 진통제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로 분류됩니다. 대표적인 아세트아미노펜 진통제에는 타이레놀이 있고,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에는 아스피린, 덱시부프로펜, 이부프로펜이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진통제는 모두 특정 수용체에 작용하지 않는 비마약성 진통제라서 내성과 탐닉성이 없습니다. 이제 이부프로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이부프로펜은 비마약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입니다. 약리학적으로 이부프로펜은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막아 염증, 발열, 통증이 발생하는 것을 막습니다. 정확히는, 프로스타글란딘을 생성하는 효소인 COX-1, COX-2를 억제해 프로스타글란딘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방해합니다. 화학적으로 이부프로펜은 산성을 나타내는 카복실기($\text{-COOH}$)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산과 만나면 산도가 더욱 높아져 위장 점막에 손상을 일으키는 등 위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복에 먹는 것을 피해야 하고, 특히 음주 상태에서 먹으면 위장 출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산도에 의한 자극을 줄이기 위해 이부프로펜을 중화반응을 통해 염 형태로 만들어 사용합니다. 이부프로펜은 염기성 아미노산인 아르기닌(arginine)염이나 피코놀(piconol)염 형태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르기닌염은 카복실기의 작용을 막아 자극을 줄이고, 약물이 위장관에 더 잘 흡수되게 만들며, 위점막을 보호하는 작용을 유도합니다. 피코놀염은 물보다 기름에 더 잘 녹는 성질이 있어 피부 조직에 바르는 약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부프로펜의 화학적 특징은 하나 더 있습니다. 이부프로펜은 거울상 이성질체 두 가지가 혼합된 라세미 화합물입니다. 거울상 이성질체는 생체 내에서 서로 다른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 꼭 분리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부프로펜은 분리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성질체 중 하나만 약리적 효과가 있고, 다른 하나는 아무런 활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분명 이부프로펜은 효과적인 진통제이지만, 올바르게 사용해야 최대의 효과를 얻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소화기나 신장 등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필요시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약물은 이렇게 다양한 화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약물의 화학적 특성과 작용 원리를 이해하면,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